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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앞 차이나타운 만두

by 무량화

세계가 한 울타리인 글로벌 시대다.

코로나 정국에 비대면 시스템이 일반화된 이후, 음식이고 뭐고 주문만 하면 즉시 로켓 배송을 해주는 요즘.

먹고 싶은 별식이 있을 경우, 전국 어디서라도 주문을 하면 하루 내에 배송해 주는 퀵서비스 제도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배달의 나라 한국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남도 명가의 우족탕이 서울로 올라가고 전라도 홍어요리가 부산 식탁에 오를 수 있으며 싱싱한 완도 전복이 휘리릭 청주로 날아가는 세상을 사는 우리다.


여행에 합류하려고 서울 올라갈 표를 예매해 뒀는데 언니가 올라올 때 부산역 앞 유명 만둣집 이름을 대며 새우 교자와 고기만두를 사 오란다.

형부가 좋아하신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그건 핑계이고 보나마나 진짜 먹고 싶은 사람은 본인.

맛집 탐방 프로를 즐겨보다 보니 전국 각지의 유명하고 각별한 맛이란 맛은 다 꿰차고 있다.

노상 허리살 걱정을 하면서도 과거 공직에 있을 당시 높여놓은 식도락 취미를 아직도 향수처럼 고이 간직하고 있으니까.




집에서 출발하기 전 언니가 알려준 만둣집에 미리 전화 주문을 해뒀다.

부산에 살아도 차이나타운은 텍사스 거리와도 잇닿아 있어 들어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느끼한 중국요리를 선호하는 편도 아니며 밀가루 음식을 즐기지도 않아 차이나타운에 갈 일이 없었으므로.

그런데다 차이나타운과 마주 보는 텍사스는 러시아 선원들이 주로 드나들어 더더욱 기피하는 동네.


신발끈인지 신발원인지 앞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이 집이 얼마나 높은 인지도를 지닌 집인지 알았다.

시뻘겋다시피 한 차이나타운 총총 박힌 음식점 중 별 특색 없는 작은 만두가게이건만 어중간한 시간대인 서너 시에도 줄 선 사람부터 보였다.

바로 옆집은 말 그대로 한산하니 파리 날리는데 유독 이 집만 대기 손님이 맞은편에도 서있었다.

한국식으로는 유곽에나 달음직한 홍등이 주욱 달린 차이나타운, 삼국지 빼고는 호감 가는 게 하나 없이 껄끄럽기만 한 나라다.

코로나며 황사도 그렇고 한국전쟁 당시 인해전술로 개미떼 같이 밀고 내려온 꾕가리 부대 따위, 중화인민공화국이 싫다는 것.

화교들이야 우리네 미국 교민이나 마찬가지로 어디서건 그저 열심히 살고자 애쓰는 연민 가는 인간일 뿐이다.

실내에는 작은 식탁 네댓 개가 전부, 주방까지 합해봐야 아주 협소한 규모였다.


아예 주문 예약 장소는 가게 밖 도로로 나앉아있어 밖에서 대기하자 잠시 후 포장된 만두가 나왔다.


주문할 때 서울까지 들고 갈 만두라고 했더니 먹기 전에 덥혀먹으라며 설명서를 소스 등과 함께 넣어줬다.


육즙이 팡팡~침샘이 팡팡 터진다는 언니 표현은 블로거 누군가가 돈 받고 쓴 리뷰를 들먹거린 걸 테지만 그래봤자 지가 만두지 뭐....


부산역에서 행신역까지 KTX로 세 시간도 채 안 돼 도착, 사온 만두를 물 뿌린 키친타월 덮어서 레인지에 돌려먹었다.


시식 결과 새우 교자는 그렇게 허발해서 수선 피울 정도까지는 아니나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다.


캘리포니아에서 가끔 먹은 딤섬 생각 절로 나게 하는 그 풍미....


껌뻑 넘어갈 듯 과장된 허풍선이 음식 후기에 질려서 이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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