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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 통밀빵 맛 미쁘던 바닷가 빵집

by 무량화

거기 가면 꼭 가봐야 한다는 식의 핫플 카페나 소문난 맛집은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이다.

젊은 층 아니라서인지 그런 곳을 굳이 찾아다니지 않는데 단지 부연 한옥에 이끌려서 들어갔던 곳.

막상 가서 놀란 점은 바글대는 손님들.


알고 보니 인스타에서는 진작부터 널리 알려진 명소였다.

기와집 현관에 붙은 미쁘다는 믿을만하다는 순우리말이라 그 점은 맘에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건 동네 빵집이나 제과점 수준이 아니라 숫제 어엿한 기업이다.

단정한 한옥 대들보와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매장 안은 깔끔하고 목재 기둥에 단 전통식 조명등 은은했다.

너른 실내 가득 클래식처럼 흐르는 빵 내음이 좋았다.

평소 빵은 물론 국수나 파스타 같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방금 구운 다양한 빵들이 좌대에 도열해 있었고 조각 케이크와 예쁘게 포장된 쿠키도 진열대에서 간택받길 기다렸다.

커피 향 감도는 세련된 빵집은 한옥의 멋을 최대한 살린 실내 인테리어 역시 요란스럽지 않으면서 아주 고급졌다.

여러 형의 테이블이 실내외에 세팅돼 있었는데, 편한 대로 택하도록 의자도 둥근 간이의자며 안락한 소파가 놓인 자리도 있었다.

한옥 사랑채 같은 마루방은 좌식으로 앉기 좋게 꾸며놓았으며 정원에도 운치 있는 야외 테이블 여기저기에 배치시켰다.

고전미 담긴 사랑채에 불꽃처럼 화려한 자개 테이블만은 물에 기름처럼 겉돌며 생뚱맞았지만.

잘 다듬어 놓은 한국 전통식 정원은 나무 한그루 고를 때마다 신경 쓴 표 역력할 정도로 조경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앞뜰 가득 심은 백일홍 제철 지나 퇴색됐으나 아직은 볼만했다.

꽃길 사이를 흐르는 개울 졸졸대는 물길에는 징검다리도 놓여 있다.

그린 필드 저만치 자그마한 분수도 솟았다.

아이 딸린 가족끼리 오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도록 시소가 있고 널뛰기 판도 준비됐으며 높다라니 그네도 매여있었다.

투호놀이도 할 수 있고 제기차기까지 하려면 하다못해 개량 한복 정도의 차림이라야 제격으로 어울일 듯.

전통 한옥집에 짝을 이룬 연못과 정자까지 그럴싸하게 갖춰져, 인증샷 찍을만한 포토존이 정원 곳곳에 널렸다.

전체 구도에 맞게 건축물 들어앉히고 그러면서도 구석구석 매우 정밀하고 섬세하게 디자인한 프로의 솜씨가 읽혔다.

많은 투자를 했음직한 방대한 부지 위에 전통 한옥의 장점 제대로 살린 건물과 정원 조경미 돋보이는 베이커리 카페였다.

서쪽 바닷가라 노을이 멋있기로 유명한 노을해안로 바로 옆에 자리했다.

딴은 발상부터가 맹랑 발칙하다.

커피집을 고풍스러운 전통 한옥으로?


간판은 미쁜 제과라 되어 있으나 실내 분위기는 고급진 베이커리 카페다.


대정 노을해안로로 고래보러 갔다가 들른 빵집이다.


정직한 우유로 만든, 이란 문구에 혹해 주문한 아이스크림은 야외 정원에서 떠먹었다.


바게트를 사려다가 갓 나온 따끈한 통밀빵 하나를 사들고 다시 해변으로 향했다.


마침, 잘 구워진 빵껍질 닮은 금빛 석양이 번지는 중이라 빠르게 앉을자리를 찾았다.


까만 화산석 널찍한 갯바위에 앉아 일몰 순간 기다리며 현주씨와 빵을 쪼개 먹었다.


구수하면서도 신선한 통밀빵은 까끌대는 식감이 나름 근사했다.


그렇다고 빵 맛을 옳게 감별할 만한 미식가의 혀는 전혀 아니고.


반석 같은 자리는 햇볕에 달궈져 따스했다.


산들거리며 스치는 해풍 어느새 선득해지며 태양이 바다에 잠겨 들자 우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운 고운 노을 뒤로하고 밭 사잇길 지나는데 풀벌레 소리 자욱이 들렸다.


다음번엔 선셋 바라보기 좋은 카페 창가 의자에 앉아 바다로 잠기는 일몰을 보고 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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