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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명 맛집 육회 비빔밥과 소고기뭇국

by 무량화

화개 벚꽃 한창이던 철, 꽃구경 잘하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동 거쳐 사천을 지나면서 곤명에 들러 이른 저녁을 먹었다.

오일장이 서는 면 단위 지방의 작은 마을 식당임에도 규모 번듯한 건물에 너른 실내는 깔끔한 데다 한우 암소고기만 취급한다는 집이었다.

경남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이니 별식 맛 한번 즐기라며 아들 딴에는 생각해서 일부러 들린듯했다.

그리하여 난생처음 육회도 아닌 육사시미란 걸 접하게 됐다.

육회조차 구경이야 했지만 전혀 먹지 못하는 비위인데 육사시미 이름도 금시초문인 데다 보기도 첨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 아침상에는 으레 반주로 딱 한 잔의 정종과 종지 접시에 안주인 육회가 올랐다.

60년대 알다시피 명절 때나 고깃국을 먹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아버지 식성을 잘 아는 고모가 맡아놓고 조달해 준 덕에 늘 육회 반주상을 올릴 수 있었다.

고모부 돌아가시며 방앗간을 맡아 경영했기에 여장부 소리를 듣던 고모였다.

효심 극진한 고모는 살아생전 아버지 상에 두 가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전담했던 터라 상 차리는 엄마로선 시누이가 고맙기만 했을 터.

작은 보시기에 육회 감을 넣은 다음 참기름으로 살짝 버무려 종지에 담으며 엄마가, 먹어 볼래? 했던 거 같다.

하지만 육회는 할아버지 전용, 세차게 도리질을 할 정도로 거부했던 건 그 이유보다 생고기는 전혀 구미는커녕 호기심조차 당기는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굽거나 볶거나 샤부샤부 요리로나 소고기를 먹어봤을까 호텔 뷔페식당에서도 육회 한 점 입에 넣어본 적이 없다.

반면 그 진미를 아는 듯 즐겨 잘 먹는 동행도 있었으니 옛말대로 '고기도 먹어 본 넘이 먹는다'는 통설대로인 지도.

자꾸 권하는 입장을 생각해 한 점 상추에 싸서 먹어는 봤지만 역시나 내 식성엔 전혀 맞지가 않았다.

해서 바로 입가심하듯 복분자 술잔만 단숨에 비웠다.

대신 육회 비빔밥은 고명으로 얹은 나물도 있고 고추장 양념도 진해 맛나게 먹었다.


육회가 씹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비빔밥 먹은 듯 스리슬쩍 섞여서 넘어갔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었던 건 뜨끈하면서 시원한 소고기뭇국, 육회 비빔밥과 더할 나위 없는 환상의 조합을 이뤘다.

하긴 이런 국이라면 언제라도 밥 말아서 한 그릇 뚝딱, 찬은 깍두기 하나로 족하겠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메뉴판 쳐다볼 거도 없이 국밥을 청하겠고 비빔냉면 역시 육회 비빔밥과 같은 솜씨라 비주얼 그렇듯 맛도 확실했다.

남도여행하다 사천 쪽에 간다면 시식차 한번 들림직한 집으로 나처럼 편향된 입맛을 가졌을 시 된장찌개도 주문해 볼 만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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