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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에 이만큼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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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화
Sep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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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여고를 마치고 서울에 있는 학교로 갔다.
당시 주변에서 충청도 사람일 거라 여기지 않았다.
무척 말도 빠르고 걸음도 잽싸고 행동도 후다닥이기 때문이다.
단지 밥 먹는 속도만은 충청도 식이다.
남자로 안 태어났기 망정이지 군대 갔다면 클날 뻔했다.
느려터진 식습관을 관찰해 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음식을 매매 꼭꼭 씹는지라 생전 소화불량은 모르고 산 1인이다.
하긴 초등학교적부터 충치로 고생한 탓이 가장 클 테고.
집에서는 상관없지만 외식을 할 때마다 제아무리 빨리 먹는다고 해도 맨 꽁지다.
다른 이들과 식사 보조를 맞출 재간이 없어 무간한 사이가 아니라면 대충 먹기 일쑤다.
그래서 식사 시간 널너리하게 주어지는 뷔페식당이 편하다.
중문 삼거리에 위치한 더본 호텔은 백종원 호텔로 잘 알려져 있다.
그보다 더 널리 회자되는 건, 맛있으면서 가격 착한 뷔페란 점이다.
스스로를 '음식 탐구가'로 불리길 원하는 오너이다 보니 줄기차게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역시 요리일 터.
호텔 음식과 커피는 왜 그리 비쌀까? 에서 시작된 호기심으로 호텔 더본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객실이나 커피숍은 이용을 안 해봐서 잘 모르나 브런치 뷔페만은 가성비 갑인 이곳.
호텔 등급이야 다르지만 롯데호텔이나 신라 브런치 뷔페 가격 대비 삼분지 일도 안 된다.
무제한 제공되는 대게 다리나 랍스터가 없다 뿐이지 물 좋은 회며 구운 생선은 얼마든지다.
아삭거리는 싱싱한 샐러드에 쌀국수 코너도 인기가 있어 근처가 붐빈다.
여기서 가장 돋보이는 메뉴는 직접 만든 두부, 소시지, 햄, 요거트 등과 베이커리도 물론이다.
디저트로는 비주얼 근사한 색색의 마카롱이며 열대과일이 종류별로 기다린다.
좋은 솜씨는 그 무엇보다도
나물이나
김치
맛에서 자동 확인된다.
요리에 관한 한 자타가 인정하는 장인인 백종원이다.
요즘 소상공인인 시장 기존 상권과의 마찰로 욕은 먹더라만.
직접 요리하고 메뉴를 개발하는 경영인이
되자, 언제 까지든 합리적인 가격대의 음식을 고객들에게 대접하고 싶었던가.
뷔페 가격은 만 오천 원, 몇 년을 내리 유지해 온 식대이다.
웬만한 한정식집이나 돈가스집도 그 가격대 흔하다는 걸 감안하면 여전히 저렴한 가격대.
서귀포 중문에서 가성비 킹 자리를 놓치지 않던 그 탐모라가 이용객을 호텔 손님만으로 제한한단다.
아쉽지만 도리 없다.
메뉴는 철 따라 다르지만 즐겨 먹는 내 기호식은 거의 정해져 있다.
일단 먼저 토마토 주스를 마시고 나서 요거트를 밥공기만 한 볼에 그득 담아 온다.
다음은 야채샐러드로 연어를 곁들여 한 접시 그득, 레몬 조각이 소스를 대신한다.
여기서 잠시 식당 풍경 캡처하며 쉼으로써 약간의 시차를 둔다.
이번엔 식성에 맞는 재료만 담아낸 쌀국수로 속을 따끈하게 덥혀준다.
그때그때 눈에 띄는 음식을 가져오는데 이를테면 녹차 두부나 닭고기 완자며 돈육 볶음 등등.
어느 땐 색에 홀려 단호박 식혜를 맛본다.
그다음 코스는 전복죽 한 공기...
포만감 가까이 갔지만 그래도 밥배 술배 따로 있다듯 내겐 간식에 해당하는 빵, 빵배로 나머지를 채우기로 한다.
이 집에서 직접 구운 호밀빵은 유난히 구수하다.
커피를 안 하니 빵에 우유 반 잔, 마무리로 과일 대신 또 요거트 조금 떠서 견과류 얹어 먹고 나면 그제야 식사 끝~
사진으로 늘어놓으니 어지간히도 먹었다 싶다만 접시 들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이 정도는 거뜬.
코스요리도 아니건만 근 한 시간 걸렸다.
really enjoyed the meal ~
그동안 카타리나와 내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용한 식당이다.
둘 다 혼자 제주살이를 하는지라 아무래도 먹는 게 부실한 편, 한번씩 와서 평소 섭취 못한 야채샐러드나 생선 육류 등을 챙겨 먹곤 했다.
이때 주로 동행하는 카타리나는 풍차가 있는 서쪽 바닷가 신창에서 온다.
우린 주로 더치페이를 하는데 딸네 가족 거느리고 북유럽 여행 다녀온 그녀가 이번 점심은 냈다.
식사 후 예래생태공원에서 대평마을까지 슬슬 걷다가 노곤해지자 우린 각자 동과 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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