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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얼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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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화
Sep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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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맘먹고 종류별로 김치를 담갔다
종류별이라지만 김치의 최소 기본 정도일 뿐이긴 하다
아삭거리는 오이소박이도 만들어 보고
오래 저장해도 좋은 부추김치며 동치미도 담으면 좋았으련만 미처 그 생각까진 못 했다
사다 놓은 김치거리가 단지 배추 알타리무 열무가 전부이니까
암튼, 딸내미는 물론이고 고모집에서 학교에 다니는 손주넘이 먹을 거라서
최대한 싱싱하니 좋은 재료를 골라 아침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배추부터 절이고 열무 알타리무 다듬고 마늘 까고 찹쌀풀 쑤고...
홈메이드 엄마 손맛 김치 만드는 일로 보람찬♪♬~ 하루해를 보냈다, 호 옹~
남들은 배추 한 상자씩도 거뜬히 잘도 담던데
난 고작 배추 세 포기에 열무 석 단에다 총각무 두 단 가지고 동동거리며 하루 종일 씨름을 했다(여기서 완전 충청도 표티)
어쨌든 포기김치도 담고 열무김치 총각김치 깍두기도 버무렸다
맛은 어디갔던지 일단 매콤하니 톡 쏘는 양념 냄새만으로도 입맛이 땡긴다
큰일(?)을 마무리 짓고 난 다음의 이 뿌듯함이라니~~
흐뭇한 기분으로 뒷설거지까지 산뜻하게 다 마치고 방에 들어오니 그때부터 손이 화닥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오른손에서 활활 불이 난다
손끝을 후후 불어도 보고 손을 마구 털어도 보고 종당엔 얼음찜질도 해본다
평소 일을 할 때 고무장갑 끼는 게 거추장스러워 맨손으로 해 버릇한 터
고춧가루 양념을 그냥 버무렸는데
매운 청양고추가 제대로 본때를 보여준 모양이다
인증샷도 손이 떨려 흔들리는 바람에 요것만 겨우 건졌다
아직도 얼얼한 손
다른 무언가에 몰입하므로 화끈대는 손의 아픔을 잊어볼까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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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열무김치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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