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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갈치조림 푸짐한 상차림

by 무량화


제주에 왔으면 흑돼지와 은갈치를 맛봐야 한다는 건 기본이자 정석이다.

진짜 별식인지 상술인지 배경은 모르겠지만 암튼.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라지만, 맛집 순방하며 유별스레 그런 물결에 휩쓸리는 걸 마다해온 터.

더구나 생래로 거슬리는 것 중 하나가 생선 비린내다.

게다가 어릴 적에 준치 가시가 목에 걸려 혼났던 기억도 부정적으로 작용하였으리라.

그렇다고 전혀 안 먹는 건 아니나 즐기지는 않는 편이라 집에서 직접 해 먹진 않는다.




한 달여를 서울에 머물다 온 유 선생과 안덕계곡 앞에서 만났다.

성악을 전공한 그녀는 음악교사 출신으로 은퇴 후 모슬포에 아파트를 구입했다.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주로 만나곤 한 그녀인데 괜찮은 리사이틀 무대가 있으면 서울에 가곤 한다.

여름 내내 좋은 공연이 이어져 내처 서울 집에 있으며 서귀포 풍경마저 잊고 지냈다는 유 선생.

그녀는 은갈치조림 잘하는 집을 안다면서 앞장섰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며 저녁을 쏘겠다는데 굳이 손사래 칠 일이 아니었다.


안내한 식당은 깔끔하고 쾌적했다.

메뉴가 간결해 주문하기도 쉬웠고 음식 또한 금방 나왔다.

처음에는 메밀묵 냉채와 밑반찬이 골고루 식탁에 올랐다.

얼음 동동 뜬 시원한 냉채로 먼저 입맛을 일깨웠다.

그 후 맛본 샐러드와 오이무침 콩나물무침 배추김치도 상큼했고 어묵볶음 미역국도 맛 은근스러웠다.

이어서 갈치조림 냄비가 불에 올려지고 고등어구이와 돌솥밥이 나왔다.

은비늘 그대로인 갈치가 보글보글 끓어 앞접시에 담아 시식해 보니 심심한 간기에 감칠맛 깊었다.

생선조림 한 가지만으로도 너끈히 밥 한 그릇 비워낼 거 같았다.

이런저런 담소 나누며 디너를 한 시간여 즐겼으니 이 만찬이 곧 훌륭한 성찬.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우리는 모슬포와 서귀포로 각각 향했다.

손도 안 댄 고등어구이와 냄비에 반이나 남은 갈치조림을 잘 포장해 줘 내일 반찬까지 챙겨 들고서.

흔들리는 차에서 살푼 잠이 들었는데 깨고 보니 중앙로터리, 바로 집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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