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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처럼 훨훨, 패러글라이딩 구경하기

by 무량화

날씨가 좋길래 함덕해수욕장 쪽에 가보기로 했다.

도반도 어제 꼼짝 안 했더니 바람 좀 쐬고 싶다며 의기투합, 11시에 1호 광장에서 만났다.

함덕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바닷가로 나왔다.

이미 두시가 훌쩍 넘어 함덕 해변에서 잠깐 머문 다음 서우봉으로 향했다.


본래 서우봉을 넘어 김녕으로 가려던 계획은 변경될 밖에 없었다.

우리는 둘 다 천천히 밥을 먹는 체질이다.


번번 식사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하루해를 싹둑 잘라먹기 일쑤라 앞으로는 점심을 김밥으로 간편하게 때우기로 했다.

서우봉은 올레길 조천-김녕 간의 19코스 중 일부로, 별로 높지 않은 오름이다.

이곳은 물빛 보석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둘레길 걷기에 아주 매혹적이란 소문대로 이미 여러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었다.

역시나 제주 바다 가운데 으뜸으로 곱다는 함덕해수욕장 물색이다.

비취 사파이어 토파즈 아콰마린... 결마다 색다른 바다 빛은 해외 유명 비치 못지않게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서우봉 산정 오를 수 있는데 까지 냅다 뛰듯이 더러는 기듯이 올랐다 내려오느라 진지동굴도 얼핏 스쳤다.


기를 쓰고 올랐던 망우봉에 묘소만 기다려서일까, 전망도 트이지 않아 후다닥 내려와 어쩐지 미진했던가.


우리는 한참을 더 산책길 따라 걷던 중 특별한 풍경을 만났다.

마침 패러글라이딩 활강장 아래를 지나가게 되었고 한껏 신이 난 함성소리에 잠깐 멈춰 섰다.

제주에 여행온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액티비티로 새처럼 창공을 날아보는 패러글라이딩.

특별히 함덕 서우봉에서는 바다 위를 알바트로스 되어 유유히 날 수가 있으니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내륙 쪽인 금오름 새별오름에서는 멀찍이 바다를 조망하지만 바로 바다 위를 날 수 있는 곳이 여기란다.

산방산 앞바다와 마주하는 군산오름이나 서귀포 인근 섬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쌀오름도 있다지만 지존 자리는 역쉬~ 서우봉이라고.

오늘따라 바람이 별로 없어 재미는 덜했겠지만 저 높은 곳에서 바다 위를 훨훨 날며 순간이나마 만끽해 본 자유로움이라니.

이십 수년 전 태국 파타야에서 패러세일링에 도전했던 생각이 났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뚫린 듯 흉금 후련하고 씨원해지며 강렬한 통쾌감에 마구마구 환호성을 질러댔었다.

그때가 떠올라 싱긋 웃으며 사진과 동영상을 한참 찍어댔다.


해가 설핏해졌으나 노을까지 즐기고 오기엔 갈 길이 너무 멀었다.


다음 기회로 아쉬움 미뤄두고 함덕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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