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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23. 2024

그 많던 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메리카 인디언

 땅에서 크게 번성했던 수많은 부족의 인디언들. 한때 알래스카와 드넓은 캐나다며 광활한 미국 각처 그리고 중남미에 고루 분포되어 고유의 생활을 엮어가던 사람들이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딘가로 다 간곳없이 사라지고 전통문화란 이름의 빈 껍데기 상품만 유통되고 있는 요즘. 지난해 가을 앤털롭 밸리 인디언 뮤지엄에 가서도 거듭 느낀 공허감이다. 한갓 상품으로 전락한 그들의 타성에 젖은 건조한 몸짓과 노래에는 영혼의 되울림 같은 게 있을 리 만무였다. 이처럼 인디언 고유의 전통문화예술은 오락화되고 상품화되어 시정 장터를 배회하고 있다.



 미국여행을 하다 보면 미전역 어느 지역을 가거나 틀림없이 있는 것이 크고 작은 인디언 뮤지엄들이다. 박제품이 아닌 인디언의 일상을 지근거리에서 둘러보는 투어도 있어 여과 없이 삶의 안자락을 구경하기도 한다. 또는 보호구역 안의 카지노장에 간다거나 밸리나 캐년 깊숙한 절경지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가이드로도 그들과 만난다. 더러는 땡볕 아래 길바닥에 앉아 닭털에 물들여 엮은 드림캐쳐나 색깔이 든 돌로 만든 귀걸이 목걸이 등 조악한 장신구를 내미는 아이와도 만난다. 수공예품 바구니며 나무조각이나 피리 따위를 늘어놓고 파는 아낙과 스치게도 된다. 불법으로 거래되는 면세담배를 기웃거리다 보면 그들과 접선하게 된다고도 한다.



그렇게 만나는 인디언들은 대개 혼혈로 오지 깊숙하게 들어가면 혹 모를까 순혈의 인디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거기에서도 차마 말로 다 풀지 못할 슬픈 역사의 뒤안길이 유추된다. 나라가 백성을 지켜줄 수 없을 때 먼저 고초를 겪는 것은 여자들과 아이들이다. 병자호란으로 중국에 당하고 임진왜란으로 왜를 겪어낸 조선의 환향녀들을 대입해 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이리 섞이고 저리 반죽되어 중남미 사람들 얼굴이 아시안 계통으로도 읽히는가 하면 언뜻 유러피안으로도 보이듯이.



아메리카 대륙에 백인 이주민들이 도착했을 때 이 땅은 주인 없는 빈 땅이 아니었다. 훗날 인디언이라고 불리게 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바다 건너에서 찾아온 이주민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컬럼버스는 그 아라와크족에 대해 스페인 왕에게 이렇게 서한에 쓴다. '이들은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며 말은 부드럽고 상냥할 뿐 아니라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벌거벗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태도는 예절 바르고 훌륭합니다.' 그로부터 4세기 만에 유럽인들은 인디언을 그 땅에서 완전히 쓸어버렸다. 아메리카에서 자행된 홀로코스트였다.

 .

1992년, 전 세계인들의 관심 속에 신대륙 발견 500주년 기념행사가 미국 각지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때  거기에는 전혀 기뻐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소수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바로 인디언들의 후예들이었다. 행사를 알리는 축포에 침묵해야만 했던 그들의 울분은 바로 그다음 해에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유태인들의 학살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기념관(The U. S. Holocaust Memorial Museum)이 완공되었을 때 마침내 폭발하고야 말았다. 미국 땅이 아닌 곳에서 미국인도 아닌 사람들이 학살당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막대한 국고를 투입하는데 대해 선조들의 학살에 대한 공통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인디언들이 이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 대통령의 연설처럼 생명의 고귀함, 인권의 소중함, 인종주의의 해악을 널리 교육하는 것이 홀로코스트 기념관 건립의 목적이었다면 왜 미국인들은 미국 땅에서 일어났던 토착인들의 비극은 이야기하지 않는가? 사람들의 죽음을 ‘가치 있는 죽음’과 ‘무가치한 죽음’으로 양분하는 오만한 태도에 그들은 분노하였다. 그러나 누가 그들 손을 들어주었던가? 막강한 세력의 유대인들부터 미운털이나 꽂혔을 뿐.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항차 승자의 몫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역사는 강자의 편이다. 역시 정글의 법칙대로 약육강식에 적자생존이 정답이다. 억울하면 악착같이 잘 살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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