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시장 약초 골목 구경하기

by 무량화

부산 구포시장은 연중무휴 문을 여는 상설시장이자 재래시장으로 오일장도 선다.

3/8일에 열린다는 장날을 미리 알아뒀다.

말하자면 첫 번째 구경거리를 정하고 기대 빵빵한 채 찾아간 구포시장인 셈이다.

바구니에 담긴 귀여운 강아지나 토끼며 염소 새끼를 파는 시장 골목을 그래서 일부러 찾았건만 몇 년 전에 완전히 없어졌다고 한다.

펫 마켓에서 이제는 펫 카페까지 성업 중인 시대인데 누가 촌스런 시장으로 개고기 라면 모를까 강아지를 사러 가겠는가.

더군다나 구포시장 뒷골목은 오래전부터 멍멍탕으로 이름 날리던 곳이다.

동물단체들이 맹활약하는 이런 시절에, 장터 철장에서 복실거리는 강아지의 말간 눈망울과 시선 마주칠 생각을 하다니.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세월이 어찌 흘러가는지 도통 모르는 갈데없는 구닥다리 골동품 같은 발상이었나 보다.

계획했던 목적과는 사뭇 틀어졌으나 시장이 워낙 넓어 골목골목 구경 다니는 게 여간 재미진 게 아니었다.

그럴 만큼 조선조 때부터 낙동강 구포나루를 중심으로 자리 잡아 4백여 년 이어져 내려온 전통 깊은 구포장이다.

농촌에서 직접 농사지어 이고 지고 나오는 채소와 과일은 신선했으며 나루터로 들여온 수산물은 펄펄 뛰는 생물이었다.

육이오 동란 후 피난민이 몰리면서 형성된 국제시장이 번창하기 전까지는 부산 최대 시장이 구포장이었다.

구포 장터를 중심으로 전개된 1919년 독립 만세 운동은 구포 지역 유지와 농민, 상인이 중심 되어 3월 29일에 열렸다고 한다.

기미독립운동이 곧바로 대한 독립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세계만방에 우리 국민들의 단결된 독립의지를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대로 당사국 백성들의 완강한 저항의지 표명이 있어야만 외부에서도 도움의 손길 건네줄 수 있으렷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중요 문제 해결책은 온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간절한 바람으로 두드려야 문은 열린다.

금강산도 식후경, 묵자골목을 찾던 중인데 어디선가 한약 달이는 냄새가 솔솔 풍기기에 물어봤더니 의외로 약초 골목이 따로 있었다.

서울 제기동의 약령 시장이나 대구 약령 시장은 오래전에 들러본 적이 있는데 부산에도 약초시장이 있었다니 신기했다.


천정 꼭대기 약탕기와 약봉지로 자동 설명되는 약초 골목에 들어서자 약재가 빼곡하게 진열돼 있고 손님들은 바쁘게 오갔다.

중국산의 범람으로 모든 식품류만이 아니라 약초도 의심의 눈초리 날카로운 때일수록 그런만치 신뢰할 수 있는 단골집이 필요할 법하다.

이름표마다 국산임을 강조하지만 교묘하게 중국제를 국산 약재로 둔갑시키는 재주 비상하니 상술에 속지 않게 조심할 일이다.

아무튼 처음 목표는 허탕을 쳤지만 약초시장 구경으로 허탕쯤은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치 눈요기 차지게 했다.

더구나 본초학 강의를 한 바 있는 딸내미 보여주려고 약제마다 정성껏 사진에 담았다.


유명한 구포국수 맛보기도 뒤로 미루고 약초 골목을 누비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 한바탕 신이 났던 하루였다.


기침, 가래 등을 줄여주고 해열작용과 염증 제거를 해주며 호흡기 보호와 감기 예방 효과가 있다는 도라지

오미자 빨간 열매 / 아로니아 까만 열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는 우슬 뿌리 / 치자 열매는 혈압강화 효과와 독소 배출 등에 뛰어난 효능이 있으며 맛은 매우 쓰다(경험담)

영지버섯은 아토피나 건선 치료에 효과적이며 차로 상복하기도 한다

폐와 심장기능을 강화시키고 면역력을 향상시킨다는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오미자 열매

산화 방지제 및 항염증제로서의 효능이 뛰어난 강황​

대추 세 알을 먹으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는 속담도 있을 정도로 몸을 따뜻하게 해 주며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는 한약재

안토시아닌 등 각종 항산화 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 아로니아 열매는 떫은맛이 났다

이뇨효과 외에도 혈압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는 옥수수수염

근골을 튼튼히 하고 오장의 기를 보충해 주는 효능이 있다는 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생긴 혹

노화 방지와 시력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머루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고 노화로 인한 안질환을 예방하는 데에 탁월하다는 구기자

신경통과 각종 염증을 완화시켜 주는 효능이 있는 옻나무

간 독성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민간 약재라는 상황버섯인데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차로 달여서 마신다

자연에서 약을 구하기는 어디나 마찬가지, 서양에서도 귀한 약재로 쓰인다는 디기탈리스 꽃대가 들판 여기저기 흔히 눈에 띄던 카미노길 문득 떠오르게 한 여주 열매.

집집마다 울타리 타고 올라 노란 꽃 피우던 여주는 당뇨에 좋은 천연 인슐린 제제 민간약으로 말린 여주를 쓴다

유독 한국엔 병원도 많고 민간요법 자연요법에 따른 한약초 소비도 많은 편

녹각영지버섯은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데 마치 닭발처럼 보인다

산삼처럼 산에서 자란 장뇌삼은 허약체질에 도움을 주며 강장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서 ‘인삼은 속을 보하고 황기는 겉을 실하게 한다'고 하였으며 닭백숙을 끓일 때 황기는 필수로 들어간다

유년기에 본 것처럼 장날 약장사 묘기 부리는 것도 아닌데 약초 도매상 앞에 둘러선 손님들

늙은 호박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병에 효능이 있으며 이뇨작용을 도와 산후 부기를 빼준다

술독을 푸는데 신기할 정도로 효과가 있다는 헛개열매는 헛구역질을 멈추게 한다


노봉방주라 불리는, 말벌집 말벌 애벌레까지 넣고 담근 술은 항염 항암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데 나일론 자루 안 벌집 드나드는 커다란 말벌 수두룩 했다.

연휴라 유명 놀이공원마다 북새통 이루고 관광지 호텔은 예약 완료에 공항이 북적인다더니 재래시장도 대목장처럼 인파 바글바글하다.

웰빙이니 힐링 나아가 뭐가 좋다더라 하면 한바탕 유행을 타면서 열기 뜨거워지는 그래서 양은냄비 체질이라는 한국인.


그러나 한약재 사용만은 인증되지도 않은 광고문구에 현혹되거나 뜬소문, 입소문 듣고 어설프게 시도하기 전 반드시 한방의로부터 옳은 처방과 조언 받으삼!


딸내미가 한방 클리닉을 운영하기에 이 점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걸 누누히 들어온 바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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