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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런 곳이? 낯선 이방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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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화
Sep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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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은 인천항, 원산항보다 훨씬 앞서 1876년 2월 고종 때에 최초의 근대 무역항으로 개항되었다.
한국 최대 규모인 부산항에는 북항, 남항, 다대항, 감천항, 부산 신항이 현재 각각 조성되어 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에 있어 상하이 싱가포르 등에 이어 세계 5대 항만에 속한다.
광양항이나 인천항이 있으나 컨테이너 환적 처리 실적 역시 90% 이상을 점하고 있는 부산항이다.
환적이란 선적된 화물을 곧바로 목적지로 보내지 않고 도중에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것을 말한다.
흔히 수출입 과정에서 중간 기착지에 잠시 머문 후 다른 선박으로 옮겨 배송하거나 당분간 창고에 물류를 보관시키기도 한다.
어획물의 환적은 전 세계 수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때 며칠씩 선적 화물을 하역작업하는 동안 선원들은 그 도시에서 소비생활을 하게 되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다.
그보다 훨씬 큰 소득은 선박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해 줌으로 수익을 얻는 점일 것이다.
부산항은 특히 공산품 무역규모가 엄청난 중국과 수산물 무역규모가 지대한 러시아의 바닷길 길목에 위치해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지리적 이점을 살려 중계무역의 전진기지로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타고난 부산이다.
천혜의 무역항으로서의 조건을 갖춘 부산항, 그중의 한 곳인 감천항을 구경하러 갔다.
아들네와 차를 타고 몇 차례 지나치며 본 냉장시설 건물이 하도 장관이라 천천히 둘러보고 싶어서였다.
물류 창고와 공장 설비가 주로 자리 잡은 감천항이므로 일반 차량이 별로 다니지 않아 도로 정체가 적은 도로라 숏컷으로 이용하곤 했던 길이다.
그처럼 대로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트럭과 특수냉동차량이며 탑차만 바쁘게 오갈 뿐이었다.
한글 간판이 보여서 그렇지, 감천화력발전소 굴뚝이며
뻣뻣한
감천항
세관도 낯설었다.
조선소에서 몇천 톤 급 선박수리 중인 풍경 역시 한국 맞아? 할 정도로 생경했다.
가마솥 더위로 소문난 대구에서 시어른은 60년대부터 냉동공장을 운영하셨다.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인 당시라 이른 아침마다 직사각형의 몸체 매끈한 얼음이 줄줄이 밀려 나오면 얼음덩이는 하얀 김 피워 올리며 차에 실렸다.
얼음이 나오는 족족 대기하고 있던 트럭이 한차씩 싣고 가 골목마다 박힌 얼음가게에 부렸고 시민들은 소매상에서 얼음을 사다 무더위를 식혔다.
71년도 결혼하고 이듬해에 대구에서 처음 맞이한 여름, 그때 저녁이면 돈이 몇 포대씩 들어왔건만 버는 사람 따로 써재끼는 사람 따로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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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규모의 냉장시설들을 보는 순간, 밤새 공장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들렸고 냉각수 흘러내리는 소리 들리던 대봉동 얼음공장이 홀연 떠올랐다는.
부산 송도와 다대포 사이에 자리 잡은 감천, 물이 달다는 감천 바닷가는 이제 각종 냉동수산물을 저장 가공하는 물류의 중심지가 됐다.
감천항에는 항만 기능 강화를 위하여 외곽에 동 방파제와 서 방파제가 조성되어 있다.
양쪽 방파제 안쪽으로 매립된 호안을 따라서는 선박 수리 및 조선소, 컨테이너 야적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냉동 & 냉장창고와 수산 가공 업체 등이 육십여 곳 드넓게 자리 잡았다.
차로 후딱 지나갈 때는 부두가 그리 넓은 공간을 차지한 줄 몰랐는데 걸어서 다녀보니 여간한 거리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천 중앙 부두만이 아니라 감천 제1 부두~제7 부두까지 있으니 얼마나 방대한 규모이겠는가.
각 부두에는 몇 천 톤 급 배부터 감천 제7부두의 경우는 5만 톤 급까지 접안할 수 있는데 수심이 무려 13미터 깊이라고 한다.
부산항 각 부두는 취급 품종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국제여객부두, 연안여객부두, 크루즈부두, 군수품부두, 양곡부두, 철재나 목재 또는 유류부두, 냉동어획물부두처럼 제각기 취급품이 따로 있다.
감천항은 냉동 어획물 부두로 특화돼 있어서 인근에 온통 냉동 냉장창고와 수산물 가공 업체들이 줄지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참치캔으로 익숙한 이름 동원 산업이며 사조 수산도 여기 있었다.
수백 척의 냉장 화물 운반 선박들은 원양어선이 잡은 어획물을 받아 해안으로 실어 나른다.
이 수송선이 바다를 누비며 수천 척의 조업 선박으로부터 신선한 어획물을 옮겨 싣고 가공 작업이 가능한 이곳까지 운송해 온다.
참치를 싣고 온 원양어선이 하역작업을 할 때 이중 삼중으로 겹겹 싼 어창을 열면 영하 55도 이상의 냉동실에서 꽝꽝 언 참치 모습이 드러난다고 하였다.
신선한 생선일수록 더 높은 가격을 받기 때문에, 환적된 어획물의 대부분이 참다랑어, 가다랑어와 같은 참치 어종과 연어, 고등어, 대구, 게 등이라고.
가을볕바라기를 하는 고양이 뒤로 쌓인 낯선 물건, 스틸로 만든 이 틀을 펴면 꽝꽝 언 통 참치를 등급별 크기별로 분류해 담는 사각통이 된다는데 감이 안 잡혔다.
시베리아 따로 없는 작업환경인 하역장에서 일하는 하역사들 얼굴에 얼음꽃 하얗게 핀다니, 사람 사는 일이 거의 다 그렇긴 하나 정말 보통 어려운 일 아니겠다 싶다.
이방 지대를 처음 접해봐서 세상 뭘 몰라 그렇지 따지고 보면 극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업종이 여기만이랴.
사업장 외의 부두시설물 거개가 국가 보안시설이자 보세구역이라 자유로운 출입은 물론 사진 찍는 것도 일부 허가된 장소에서나 가능했다.
냉장 수산물류의 중심 거점인 감천항, 하루 1백여 척의 배가 입항하는데 이때 출입국 관련 수속을 맡은 세관의 역할은 더없이 엄격하다고.
새로 입항하는 외국 선박은 세관 행정관이 배에 올라 밀수품과 밀입국자를 철저하게 조사해 단속하기 마련.
그처럼 철두철미한 감독을 하는 등 까다로운 수속 과정을 거쳐 통과가 되어야만 선원들은 비로소 뭍을 밟을 수 있단다.
경우에 따라선 그 절차를 밟는데 만도 며칠 허비된다는데.
영도 태종대나 송도에서 앞바다를 바라노라면 엄청 큰 배들이 무리 이룬 채 여기저기 미동도 하지 않고 떠있기에 은근 궁금했었다.
왜 저리 하염없이 떠있나? 의아스러웠으니 이 나이에도 여전 돈 안 되는 쓸데없는 일에 호기심만 많은 자신. ㅎ
이제야 그 의문이 풀렸다, 수많은 물동량이 밀리는 부산항이라 입항할 순번을 기다렸던 선박들이었다.
묘박지(錨泊地: 선박이 계류, 정박하는 장소로 선박들이 정박하기 편리한 항 내에 지정된 넓은 수면)라 불리는 배들의 너른 주차장엔 컨테이너선 외에 낡은 폐선이 유기된 채 장기간 흔들대고 있기도.
묘박지에서 문득 고려장터가 연상된 연유다.
활기차게 핑핑 돌아가는 바쁜 세상 이면에는 노후 계층도 그렇듯 폐선으로 삭아가고 있으므로.
도로 정체가 없다 보니 굉음 내뱉으며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탑차가 치달린다.
도로 저 끝 푸르스름하게 떠오르는 남항대교 건너 동쪽으로 도시 한 귀퉁이가 잡힌다.
송도와 암남 공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다대포와 이어져 있는 지형적 특색을 지닌 감천이다.
세계를 품어 안는 활기찬 항만기능만이 아니라 감천마을이라는 문화공간과 손맛 좋은 낚시터로 관광자원 풍부한 감천 마을.
그러나 직접 가까이 접해본 감천항 인근은 한국이면서 아주 낯선 이방 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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