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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27. 2024

골짜기마다 백서향 향기로운 곶자왈

제주도립곶자왈

간밤 내내 거칠게 비바람 몰아쳤다.

아침나절 날씨는 들었으나 한라산에 운무 자욱이 끼었고 강풍 세찼다.

이런 일기에는 바다보다 안온한 숲을 찾는 게 제격.

안개 혼령처럼 떠다닐 비자림에 갈까 하던 중이었다.

옆집에 사는 도반이 백서향 한창이라며 곶자왈에 가보자고 했다.

바람 어수선히 부는 데다 습습한 기상 상태로 보아 딱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제주에서 제일 많은 곶자왈이 분포돼 있는 한경 안덕지역에 속한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태곳적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원시의 숲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로 불린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면서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 곶자왈은 용암이 불규칙하게 굳으며 형성된 척박한 암괴지대다.

온통 울퉁불퉁한 돌밭이라 경작지로도 쓸모없어 외면당하던 버려진 땅이었다.

그러나 생태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그 가치가 재평가돼 각광받기 시작했다.

전혀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에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특이지대다.

상록수 낙엽수 활엽수 덩굴식물 양치식물 희귀난 뒤엉킨, 원시림이자 처녀림이기도 하다.

그처럼 돌이 많고 나무와 가시덩굴이 엉켜있는 숲을 제주사람들은 곶자왈이라 부른다

 
골짜기마다 청신하면서도 고아한 향기 풀어내는 유백색 꽃 백서향(白瑞香).

이름 자체가 상서로운 향기를 품은 하얀 꽃, 예로부터 향기가 천리 간다는 백서향이다.

숫제 3월 곶자왈은 온 데가 백서향의 정원이었다.

아니 정원 이상의, 향그러운 천국을 골골에 펼쳐두고 있었다.

숲길 어디서나 후각을 매혹시키는 향으로 숲의 정령이 된 제주백서향나무.

꽃향이 아니라면 얼크러 설 크러 진 숲덤불에 파묻혀 존재조차 미미할 백서향나무다.

거목들 서로 키재기 하며 솟구쳐 오른 발치에 상록의 푸른 잎새 외엔 도드라진 특징 없는 자그마한 백서향.

온하루를 곶자왈 탐방코스 빙 돌며 그 향에 취해 천상의 은총 누려보았으니 오늘도 축복 충만한 봄날 하루!

상기도 코 끝에 감도는 그 향 꿈길에도 이어지지 싶다.

꽃말이 꿈속의 사랑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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