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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14. 2024

건강 황톳길 걸어봐요

몇 년째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서귀포만 해도 황토 어싱장이 여러 군데다.


'건강을 위한 첫걸음, 맨발로 느끼는 오감만족 ¹!


갈바람에 흔들거리며 현수막이 손짓한다.

발 시립기 전에 도심 속 황톳길을 제2의 심장이라는 발로 직접 걸어보라고.


신시가지라고도 하는 서귀포 혁신도시 내에 있는 괜찮은 어싱장부터 소개한다.

신시가지 대형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숨골공원에 생활밀착형 황토어싱 광장이 만들어진 건 재작년 여름의 일이다.

어싱(Earthing)은 맨발로 땅을 밟으며 지구와 몸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의미란다.

히포크라테스는 말했다.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자연이다'라고.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환경 속에 살다 보니 건강이 최고이자 최선의 화두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중요해지는 ‘건강의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들이 세대 관계없이 그만큼 높아졌다.

시니어층만이 아니라 중장년들도 건강 챙기기에 주력하는 추세인 바, 요즘 운동 트렌드로 자리 잡힌 맨발걷기다.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며 움직이는 활동이라 뇌가 저절로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우선 공간적 시간적 금전적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가진 운동이니 일단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꼽겠다.

발 근육을 강화시켜 몸의 밸런스를 맞춰주고, 원활한 혈액순환을 도와 불면증 개선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늘이 아닌 태양 아래를 걷기 때문일까.

우리 몸에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활성산소가 사라지고, 염증이 억제되며 혈액이 맑아져 순환이 좋아지고 혈관이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심지어 암이나 불치병이 나았다는 말도 있으나 만병통치까지는 글쎄?

아무튼 몸 안의 염증이 줄어들면서 면역 기능이 정상화되면 점차 건강이 좋아질 수는 있겠다.

그간 어싱을 하며 놀라운 효과를 봤다는 온라인 매체의 보도를 비롯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며 열풍으로 변해 매우 핫해졌다.  

더구나 어린이들에게는 보드랍고 매끈한 황토를 통해 촉감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흙놀이터 이기도 하다.

클린턴 오버의 책 ‘어싱’에서 밝힌 어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는 다양하다.

정혈작용, 정상체온 유지, 호르몬 개선, 면역력 강화, 자연치유, 항염, 항암, 항노화에 도움을 준다니 건강에 좋은 건 불문가지 아니랴.

서귀포시 고근산 아래 혁신도시 내 숨골공원에 위치한 황토 어싱광장.

쾌청한 날이면 한라산이 마주 보이는 최고의 명당에 터 잡은 어싱장이다.

원래는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 같은 재해를 막기 위한 빗물 저류지였는데 여기다 생황토를 깔아 만들었다.

세족장을 비롯해 주변에 톱밥 촉감 체험장과 몽돌 발 마사지길, 산책로 등이 고루 갖춰져 있다.

얼마 전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정부 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라는 게 있다고 한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우수한 정부 혁신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실시되고 있다는데.

지난해, '소통·협력하는 선제적 정부' 분야에서 서귀포시의 '황토 어싱광장' 조성 사례가 동상을 수상했다고.

그 후의 어느 날 올라가 본 어싱장에는 어느 교회 장년분들이 단체로 황토 체험을 하러 왔었다.

평소에도 지나다 보면 이용자가 꽤 많은 어싱광장인데 이날은 붐빌 정도로 이용자가 많았다.

국화 화분이 쪽 나란히 정비돼 있는 계단길을 내려가는 모습은, 가을볕 즐기러 나온 단체 나들이객 분위기였다.  

서귀포에 있는 또 한 곳 어싱장은 감귤박물관 인근 월라봉 아래 애기업개돌 주변에 있다.

서귀포 지역에서 최초로 만든 황톳길이라는데 홍보가 미흡, 인근 주민만 겨우 이용하는 정도로 활성화가 안돼 아쉽다.

황톳길 짜임새는 잘 돼있었지만 처음 시도한 기획물이라서인지 응달지고 협소한 장소 선정 면이나 외진 길이 옥에 티.

그래도 어싱체험을 할 수 있는 황톳길이자 조용한 명상길로서의 가치는 확실한 곳이었다.

서귀포시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동홍동에도 어싱장을 열었다.

산지물 흘러내리는 동홍천변엔 진작부터 힐링길이 열려있었다.

그 일부 구간에 황톳길을 조성, 개장한 것은 작년 가을의 일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열풍을 지나 광풍이 부는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어싱장이 생긴 것.

어제 늦은 오후, 쌀쌀하기도 하고 해가 질 무렵이라 걷는 사람은 적은 편이었다.

만병통치 자연요법처럼 호응도가 높은 어싱이다.

실제로 효과를 봤다는 증언도 꽤 나오고 있다.

천지 기운을 직접 받는다니 틀림없이 심신을 정화해 건강에 도움 되기는 하겠다.

흙길을 한 발짝씩 천천히 내디디며 지구와 연결된 나를 느껴본다는 어싱(earthing).

맨발로 자연과 접촉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는 명상 방법 중 하나로 모랫길을 걷거나 맨땅을 걷는 방식이다.

지구의 전자에너지를 받아들여 체내 전자파를 배출시켜 준다는 점이, 현대인 누구라도 일단 혹할만하긴 하다.

접지 요법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해 근자 들어 선풍적 인기몰이 중이다.

허나, 잠시 열화같이 타오르던 게르마늄 팔찌나 수지침 붐에 국민적으로 들뜨던 기억 새삼 떠오르게 한다.

한때 이상구 박사가 야채식이 좋다 하자 육류 판매율이 뚝 떨어졌고 근자에도 개똥쑥, 인진쑥이 뭐 뭐에 좋다 하면 품절 사태를 빚는 나라다.

황토 효능은 진작에 인정된 바, 오죽하면 황토팩에 황토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렸겠나.

이 황토가 인체에 미치는 여러 효과 유무 이전, 걷기가 심신 건강에 보탬된다는 건 주지의 사실.


더구나 동홍천변 황톳길은 한라산 웅자를 마주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장소 선정부터 아주 탁월했다.

동이홍이네 힐링 황톳길 위치는 동홍천 힐링길과 산지 물놀이장, 어린이 놀이터와 바로 연결된 곳에 위치했다.

반반하게 다져진 마른 황톳길을 걷다가 건너편 질퍽길 쪽의 파헤쳐진 황토에 물을 뿌리고 있는 한 장년을 만났다.

황토를 파 뒤집은 이유는, 질퍽질퍽한 흙은 자연건조도 되지만 발길로 다져지면서 마른 길로 변해버린다고.

한 번씩 주기적으로 삽질을 해서 수분 보충을 해주어야 하며 폭우가 쏟아지면 황토 유실이 되므로 관리하기가 나름  까다롭다고.

마을 자치협의회에서 일을 한다며 이곳 황톳길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 황톳길 조성을 구상한 후, 전남북 지방을 돌며 황톳길 조성 과정과 유지 관리 방법 등을 벤치마킹하는 일부터 운영상의 애로점 등등을.

동홍천 힐링길 일부 구간에 ‘마른 황톳길(200m)과 질퍽질퍽 황톳길(125m)을 조성, 뚜렷하게 타 지역과도 차별화를 시켰다고.

황톳길 황토는 충남 보령에서 사 온 130톤 분량의 생황토를 깔았다고 한다.

걷다가 쉴 수 있는 쉼터를 꾸몄으며 밤에도 이용할 수 있게 경관조명등을 밝혔다.

물론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도 살뜰하게 만들어 놓았다.

역시 이 세상은, 이 사회는 저절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 뒤에서 누군가의 봉사정신과 수고로움이 받침 되기에 굴러가는 것.

보이지 않던 이면을 이렇게 알게 되면 애쓰셨다고, 고맙다는 말 저절로 나온다.

칭찬거리도 자동으로 찾아진다.

이곳은 서귀포시 보훈회관 동편 동홍천 서개곱지에 자리했다.


 
걸어보니 날씨 따뜻할 적엔 발바닥에 전해지는 찹찹한 느낌이 시원해서 그만이었다.

추위가 시작되면 발이 시려 오래도록 걷기엔 무리이겠지만, 요즘 걷다 보니 한참 전인 유년기적 잊혔던 촉감도 문득 되살아났다.

초등학생이던 오래전 여름, 서해안에 있는 외가에 가면 외사촌을 따라 갯가로 바지락을 캐러 갔다.

지금은 화학공단이 들어선 대산이 마주 보이는 대호지, 인천 가는 통통배가 며칠에 한번씩 지나는 바닷가였다.

이 마을 또한 대호방조제가 만들어지며 지형이 확 바뀌었지만 당시엔 갯벌이 너르게 펼쳐진 어촌이었다.

무릎까지 쑥쑥 빠지는 갯고랑 지날 적에, 발가락 사이로 미끈덕 빠져나간 개펄 흙이 종아리를 부드러이 감싸며 옥죄오던 그 감촉.

질퍽거리는 황톳길 걸으며 오랜만에 그 매끈한 촉감을 다시 경험했다.

동남아 여행 시 다리 마사지받을 때의 기분과는 비교도 안 됐다.

천년 비자림에 들어 피톤치드며 테르펜 향으로 전신 골고루 아로마 세러피를 받듯 오롯이 빠져들게 달까.

노을이 내릴 때까지 동이홍이길을 걷고 또 걸었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동홍동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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