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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화순곶자왈에서 맨발 걷기

by 무량화

맑은 하늘에 흰 구름 흘러가는 청추.

한낮 볕살 따가워도 조석으로 꽤 선들해졌다.

푸른 이끼 습습한 화순곶자왈에도 가을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길섶 이슬이 곧이어 백로임을 일깨워주더니 시월 달력엔 서리 내린다는 상강 절기도 찍혀있다.

그때쯤이면 화순곶자왈에 유독 흔한 단풍나무 물색 곱게 바뀔 터이다.

날로 수척해지는 산색, 이미 관목이나 낙엽수는 생기 푸르던 얼굴이 부황 든 듯 뜨기 시작했다.

여름내 그리도 왕성하게 덩굴 벋어 온 산을 휘감을 듯하던 칡도 눈에 띄게 활기 쇠해간다.

억새도 하얀 꽃 스르르 피어나 가을 찬가를 부른다.

조급히 부르지 않아도 곧 쑥부쟁이, 벌개미취 연연한 보랏빛 꽃잎 열리리라.

어느새 가시 사이로 탱자 노오라니 익어가고 불그레 물든 꾸지뽕 열매 제풀에 떨어져 내린다.

이렇듯 곶자왈 숲에도 서서히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근자 들어 어싱 붐이 일고 있다.

한동안 걷기 열풍이 불더니 한발 더 나아가 맨발 걷기 추세가 기적의 처방전으로 확산 돼가는 요즘.

가벼운 릴렉싱 정도가 아니라 만병통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는 어싱이다.

어싱(earthing)은 지구장과 하나로 이어지는 접속, 대지와 직접 맨발로 접촉하는 접지(接地) 운동이겠다.

지자체마다 이에 관심을 보여 지난봄 서귀포시에서도 숨골공원 한가운데다 황토로 어싱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제2의 심장이라는 발과 지면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을 가하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자극을 주어 면역력이 향상된다는 것.

발바닥 전체를 지압하는 효과가 있어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킨다 하여 다이어트 정도가 아니라 건강 전반이 좋아진다고.

흙을 밟으며 자연 속에서 맨발 걷기를 즐기노라면 절로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게 된다.

따라서 폐 기능이 개선되고 경직된 근육이 풀어지며 스트레스 해소, 체내 염증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체험담도 나온다.

온갖 병, 심지어 불치병이 나았다는 사례도 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입장이라면 솔깃할 만도 하겠다.


내 경우 황토 질퍽한 어싱장에서 내리 사흘을 걷고는 발등까지 자잘한 두드러기가 돋아 그날로 그만뒀지만.

화순곶자왈에서도 요즘 맨발의 청춘들이 흔히 눈에 띈다.

입구에 들어서면 즉각 신을 벗어 정자 아래 놓아두고 숲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유독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인 만치 뭐든 떴다 하면 너도나도 다.

아무튼 제대로 검증된 건강관리법의 하나였으면 좋겠고, 냄비근성 대로 한때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다.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서라면 바람직스러운 유행이니까.

자연친화적이라 권장할만한 데다 달리 준비물이 필요한 일도 아니라니 이 가을 누구라도 어싱장은 물론 해변 모래사장이나 흙 드러난 숲길 걷기에 참여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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