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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56주년, 하늘이 열린 날

by 무량화

10월 3일 개천절이다.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태초에 환웅이 하늘을 열고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神市)에서 배달(倍達)이라는 국호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이화세계(理化世界)의 뜻을 펼치기 시작하였으니 곧 한민족이 개국한 날이다.


따라서 개천절은 민족사의 출발을 경축하는 기념일이다.

개천절은 한민족의 뿌리를 마음에 되새기며 민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돌아보는 중요한 날이기도 하며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의미있는 날이다.

서기전인 2333년(戊辰年), 즉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에 국조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다.

그러하듯 개천절은 ‘개천(開天)’의 본래 뜻대로 널리 인간을 다스려 이롭게 할 만한 근거지로 삼위태백(三危太伯)을 택한 환인 곧 한울님을 기리는 날이다.

환인의 아들 환웅은 천부인 세 개와 하늘의 무리 3천을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를 열었다.

환웅은 어느 날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곰과 호랑이에게 쑥 한 다발과 마늘 한 접을 주며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소원대로 사람이 되리라 한다.

금기 생활을 견뎌낸 곰이 여자로 변신해 환웅과 결혼, 아들을 낳으니 그가 곧 단군왕검이시다.

단군이 한민족 최초의 나라인 고조선을 일으킨 때는 기원전 2333년, 중국 요임금 시대다.

단군왕검은 1천5백 년 동안 어질고 슬기롭게 나라를 다스려 사람에게 복이 되고 덕이 되는 일을 힘써 베풀었다.

'아름다운 아침의 나라'는 그렇게 열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신화는 한 민족의 집단 심성을 나타내는 전승의 문화라고 정의한다.

즉 원형적 설화로 그 속에는 민족 고유의 인생관 및 세계관과 우주관이 녹아있게 마련이다.

신화에는 역사상 근거나 이치에 합당한 과학적 이론과는 물론 거리가 있다.

그러나 어느 민족 없이 역사가 시작될 무렵 신격을 갖춘 인물을 숭배하고 받들면서 나름 독자적인 설화를 엮어낸다.

영국의 역사가 배러클러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하더라도 엄밀히 말하면 결코 사실이 아니라 널리 인정되는 일련의 판단일 뿐"이라 하였다.

그렇듯 역사와 신화의 경계는 모호하다.

AI 시대의 MZ 세대처럼 첨단과학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피상적으로 들리고 다소 비현실적일 수도 있겠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테베의 건국설화나 로마신화에도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의 건국신화가 전해져 내려오듯이.


가야며 고구려 신라 왕들의 출생신화 역시도 하나같이 애매모호하다.


그럼에도 개천절은 민족국가의 건국을 국가적 경축일로 기리자는 의미가 클 터.


동시에 문화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민족 고유의 전통적 명절로 자리매김한 것이리라.

우리 민족은 고래로 10월을 상달(上月)이라 불러왔다.


한 해 농사를 추수한 뒤 상달에 햇곡식으로 제상을 차려 경건한 마음으로 제천행사를 행하며 10월을 그만큼 귀하게 여겼다.

3일의 3이란 숫자를 길수(吉數)로 여겨 왔다는 사실은 개천절의 본래의 뜻을 보다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민족의 전통적 명절을 기리는 행사는 먼 옛날부터 제천행사를 통하여 거행되었다.


고구려의 동맹(東盟), 부여의 영고(迎鼓), 예맥의 무천(舞天) 등의 행사는 물론이고 마니산의 제천단(祭天壇), 구월산의 삼성사(三聖祠), 평양의 숭령전(崇靈殿) 등에서 각각 행해진 제천행사에서 개천절을 10월로 정한 기본적 근거 사례를 찾아볼 수가 있다.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국난 때마다 단군신앙이 부활되고 사당이 건립되었으며, 여러 지역의 민속에서는 지금까지도 해마다 10월에 제천의 형식을 띤 동제를 거행하고 있다.

지금의 개천절은 양력 10월 3일로 되어 있으나, 여러 단군숭봉단체는 전통에 따라 음력 10월 3일에 제천의식을 행하고 있다.

정신문화보다 물질이 우선인 현대사회에서 개천절은 홍익인간의 정신을 되새기며 사람이 근본이 되는 세상, 누구나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사회 구현을 위해 마음과 뜻을 모아야 할 날이기도 한 개천절.

이날은 정부를 비롯하여 일반 관공서 및 공공단체에서 거행되는 경하식과 별도로, 여러 단군숭모단체(檀君崇慕團體)들이 주체가 되어 마니산의 제천단, 태백산의 단군전, 그리고 사직단(社稷壇)의 백악전 등에서 경건한 제천의식을 올리고 있다.

오늘 정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한덕수 총리 주재로 경하식을 가행한다고 한다.


가로 전봇대에 게양된 태극기가 펄럭이는 아침, 태극기를 꺼내 창가에 내걸었다. ​


미국땅에 살면서도 국경일마다 해 온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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