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도 기분이 안 좋았다. 호르몬이 날 농락할 시기는 아니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어떤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이게 나 자체는 아니니까 충분히 느껴주고 흘려보내주자'라고 인지하라고 배웠다. 폭풍에 휩쓸리고 있을 때는 앎과 행이 되지 않는다는 걸 오랜만에 다시, 절실히 깨달았다.
"아 나 자체가 아니든 말든 어쩌라고 인생 진짜 다 망해버린 것 같은데 짜증난다고 어쩌라고"
라고 계속 속으로 말했다. 하루 종일 짜증투성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짜증 나는 일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전부 다. 그냥 아무한테나 시비 걸고 싸우고 싶었다.
그래도 내가 매일 하던 일들은 했다. 스페인어도 했고, 영어도 했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고, 빨래도 설거지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명상도, 새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도 전부 다 했다. 욕하면서 다 싫다면서, 이렇게 살기도 싫고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전부 다 싫다면서 그래도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이성을 붙잡고 다 했다. 그러고 카페로 향했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 언젠가 내 습관들이 나를 구할 거라는 말을 봤는데, 내 습관들이 날 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우울했을 텐데 지금은 좀 낫다.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하는 마음도 생기고 다시 뭐라도 시도할 마음이 생긴다. 내 인생 앞으로 괜찮을까?라는 말에는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다시 발은 땅에 붙였다.
어쩌겠나.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