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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y 03. 2024

[쓰밤발오38] 아니 근데 내 이야기 좀 들어봐

글 쓰는 거 너무 재밌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 내 추억 이야기하는 브런치북 준비하는 것 자체가 재밌다. 심지어 옆길로 자꾸 샌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다른 이야기도 한다. 말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할 줄은 몰랐다. 분명히 친구들이나 다른 sns에 비슷한 내용을 남겼을 텐데도 판을 깔아놓으니까 더 재밌다.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빅토르위고씨 말 정말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못지않다. 세계적인 대문호와 공통점이 있다니 기쁘다. 그의 통찰력을 흡수하고 싶지만 역시 날로 먹는 건 안 되겠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하면 자기 말만 하는 사람 같은데, 어쨌든 우리는 모두 본인의 이야기를 한다. 물론 자신의 이야기를 일절 안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이런 이야기조차 어딘가에 이야기를 하지 않을 테니 모를 일이지만.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하는 대상의 범위가 다를 뿐이지 완벽하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부터 돌아보자. 브런치북에 나는 내 추억을 팔고 있다. 추억은 곧 나의 과거 이야기다. 또 매일매일 브런치에 쓰밤발오라는 이야기로 내 이야기를 쓰고 있다. 솔직히 쓰밤발오는 글의 소재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긴 하지만 재밌으니 38일째까지 쓰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과거, 현재의 내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게 왜 재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겪어온 사람인지 이야기를 하고 상대가 알아주는 것이 재밌는 걸까?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내가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글에 누군가 라이킷을 눌러주면 기분이 좋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과 꽤 괜찮게 읽으셨나 보네 다행이다라는 마음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화나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그때의 감정을 풀기 위해서, 공감받기 위해서 말하는 경우도 있겠다. 나는 내 감정의 날것이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도 쓰밤발오 시리즈는 매일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겠다 하고 쏟아낸 적이 꽤 많다. 그러고 나면 잘 때 마음은 좀 편안해지고 잘 될 거라는 희망의 별이 마음속에 뜬다.


또 나는 나를 알아가는 것에서도 큰 기쁨을 느낀다. 어떤 일이 있었고, 내 감정은 어땠고, 그래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복기하다 보면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결같은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새로우면 새로워서 재밌고, 한결같으면 그거대로 신기하다.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일부분은 숨겨두고 혼자 쓰고 또 다른 부분은 사람들과 공유하며 다시 쓰면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들려주려고 태어난 것도 같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대의 마음도 들여다 봐주면서.


브런치북 준비하면서 너무 재밌는 나머지 말이 길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이곳에 내 이야기를 쏟아내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리라 다짐도 했다. 모든 사람들한텐 자기 이야기를 하는 채널이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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