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며
무엇을 쓸까... 부끄럽지만 난 내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 십여 년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 ‘작가’로 불려졌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글을 써왔다. 그래서 내 생각보다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생각과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시간과
맞바꿀 수 있을까 생각하니 더 쓰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브런치 시간에 브런치 해야겠다. 생각한 건
19개월 이제 막 엄마, 아빠를 또박또박 말하고 나의 표정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아기 덕분이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구멍난 몸과 마음.이라고 말하겠다.
몸이야 말할 것 없이 힘들다. 출산 후에 가뿐했던 몸은 조리원에서만 이었다. 내 몸은 아이 개월 수만큼 성실히 늙어간다. 이런 구멍 숭숭인 몸보다 더 힘든 게 있다. 나의 경우엔 어릴 때 느꼈던 차별과 상처다.
그렇다고 내 어린 시절이 불우하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복하고 따뜻했다. 그래서 꽁꽁 묻어놓은,
기억 끝자락 콘크리트로 꾹꾹 매장해놓은
상처 받은 아이가 내 꿈속에서 아기의 행동에서
나타나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아기를 보면서 나는 왜 ‘그때의 그 어린 나’를 지켜주지 못했을까 미안하고 가여워서
끊임없이 화해하려 애쓰고 있다.
브런치에 이따금씩
힘들겠지만 상처 많은 이 아이 이야기도 하고
육아일기도 써보고
친구들과의 톡에서 건진
‘별거 아닌 것에서 별거가 되게 만드는 마음’에
대해 사부작사부작 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