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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Jul 16. 2021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처음이라 더 고민하는 아기라는 세계

 요즘 부쩍 자주 고민상담을 하는 후배가 있다. 두 돌이 조금 안된 아기를 키우는데 요 쪼꼬맹이가 엄마를 힘들게 한단다.


“언니 저 진짜 어쩌죠. 오늘 또 친구 꼬집어서 상처까지 났대요. 이번에 여기도 쫓겨나면…”


후배는 코로나19로 인해 남편의 월급은 반토막이 나서 일을 꼭 해야 되는 상황에 놓였다. 후배, 남편, 시어머니, 일하시는 친정어머니까지 한 팀이 되어 아이를 돌보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이런저런 문제(라고 하기엔 속상하지만 다른 아이들을 꼬집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들)를 자주 일으켜 낙인찍히는 환경이 되어버렸단다. 결국 쫓겨나듯 어린이집에서 나와 급하게 놀이학교를 찾았지만 교육비가 만만치 않은 게

문제. 게다가 그곳에서도 일이 터졌다는 것이다.


왜 아이는 다른 아이들을 꼬집을까.

커뮤니티도 살펴보고 육아서와 선배들에게

물어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들에게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는 것. 양육자 마음속에 아이가 또 다른 친구들을 또 아프게 하진 않을까... 내 애는 왜 이럴까..  

내 아이를 힘들어하는 마음이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런 양육자의 마음을 아이는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엄마가 행복한지 불안한지를.


아직 2년 조금 모자라게 아이를 키워보니

나는 한다고 하는데 아이는 더 열렬히 나를 사랑해주고 집착한다. 마치 ‘전쟁 같은 사랑’처럼.

백만 년 전 연애 소싯적 시절, 이별의 이유 중 하나가 상대에게 더 이상 ‘내가 일 순위가 아니구나’가 느껴질 때였다. 이제는 그 반대의 상황이다. 아기에게는

내가 전부고 우주다. 정말 1mm의 바람도 지나가지 못하게 내 목을 꽈악 끌어안고 마지막 한 조각 퍼즐처럼 내 품에 꼭 안긴다. 숭고한 사랑과 동시에 숨 막힘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발산하는 것을 좋아하고 소유욕이 강한 아이 입장에서는 후배의 사랑이 성에 차지 않는 것 같다.

더 흠뻑. 같이! 우주 모든 것을 양육자와 교감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이해하고 충만한 사랑을 어떻게 느끼게 해줘야 하는 걸까? 더불어 그것이 사회 일원으로 소외되거나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교육하려면?


나에게 아이라는 세계는 너무 어려운 콘텐츠다.

문득 현실 자각 타임. (남의 아이 걱정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 2시간 반 동안 자기 얼굴을 할퀴고 자지러지는 어마어마한 잠투정(이름은 소박한데 정말 무섭다)으로 저장해뒀던 글을 쓸 전의마저 상실할 뻔했다.

그래도 쓴다. 사랑하고 만다.

그 누구에게도 이만큼 사랑받은 적 없고.

이만큼 무섭게 귀여운 생명체를 본 적 없으니까.

오늘 밤 엄마 아빠들의 육퇴 시간이 당겨지길.

좀 더 순하게 자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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