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무의도를 걸으며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의 한 구절처럼.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지난 시절의 나는 조금의 성취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나의 쓰임을 끊임없이 고민하곤 했다.
중학교 때 어떤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너는 되게 자연스럽게 그려져. 평범하게 살 것 같아."
친한 친구도 아니었는데 그는 내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나는 당시 평범해. 착해. 이런 말을 제일 싫어했다.
나는 특별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반짝이고 싶었다.
엄마처럼 평범한 가정주부는 절대 하지 않을 거다. 두고 봐라.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무력감에서 조금 힌트를 얻어본다. 손목에서 팔꿈치 정도 길이의
작디작은 아이의 눈을 보면서
'내가 이 아이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음'에 불안하고 두려웠다.
아무리 고민해도 내가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있는 것이 공포로 다가왔다.
점점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표현할 줄 알게 되면서
'꼭 무엇을 성취해야 훌륭한 아이인가.'
나도, 내 아이도 다양한 사람들 가운데 존재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것이면 된다. 평범한 나와 내 아이가 만나서 따뜻한 교감을 나눌 수 있으면 충분하다.
느리고 부족해도 살아진다. 오히려 아주 잘.
바지런한 친구의 도움으로 아이를 등원시키고 가까운 섬으로 트레킹을 갔다.
섬에 살면서도 자연과 가까이 살지 않았던 일 년이었다. 쌀쌀해진 날씨 덕에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고
비행기의 본체가 또렷이 보일 정도로 낮게 나는 항공기를 배경 삼아 한가로운 공항도로를 달리니
*'가슴 환히 헤치다'는 시 구절이 절로 떠올랐다.
무의도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만 갈 수 있는 작은 섬, 소무의도로 가는 다리를 건넜다.
물때를 맞추지 못해 바닥이 훤히 드러났던 바다는 어느새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나의 일상이 밑 빠진 독에 마음을 쏟아내는 일인 것만 같아 기운이 빠질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그저 묵묵히 일상을 지켜내는 모습이 저 멀리 떠 있는 작은 섬 같았다.
오늘은 윤슬이, 어느 날에는 새하얀 눈이 내릴 거다. 콩나물시루에 물이 새어도 키가 훌쩍 자라듯.
조금씩 천천히 가는 나의 삶일 것이다.
*이중섭, <소의 말> 중에서
(중략)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