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등원하고 돌아서는 길목에는 삼삼오오 엄마들이 모여있다. 무리의 대화에 방해되지 않게 다른 길로 돌아간다. 아이가 발레 수업을 하는 동안 함께 기다리는 엄마들은 아장아장 걷는 둘째를 돌보느라 얼굴이 지쳐있다. 이미 몇 년 동안 아이와 엄마가 친구가 된 무리에서 나는 너무나 낯선 이방인이다.
생각해 보니 아이 등하원과 장보기 외에 좋아하는 카페에 가거나 친구를 만난 지 한 참된 것 같다.
토요일 낮술 약속을 하고는 만날 장소 주변을 탐색한다. 상대방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 마음 편한 나지만 일하는 친구의 시간 절약을 위해 카페, 밥집, 시장, 전시 일정 등등 함께 할 만한 것들을 찾아본다.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지 예쁜 카페들, 재미있는 것들 투성이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뭐든 생각났을 때 해 놔야 한다. 약속한 날이 한참 남은 것 같아도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한 달도 훌쩍이다.
지도를 열었을 때 한눈에 보이게 표시해 두는 것을 나는 '압정박기'라고 한다. 새로운 동네를 갈 때면
압정 서너 개는 꽂아둬야 안심이 된다. 느슨한 목적을 정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 가도 좋고, 가면 더 좋고.
[낮술후보], [카페 & 소품샵] 폴더를 만들어 압정이 꽂힌 장소를 전송했다.
"나는 오랜만에 너랑 한가로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아~"
지도에 콕콕 박혀있는 압정들 사이로
무언가 자꾸 새어 들어오고 다시 새어 나간다.
다정한 친구의 목소리, 편안함, 응원,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