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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미 May 17. 2024

고독함과 압정 박기 사이

 아이를 등원하고 돌아서는 길목에는 삼삼오오 엄마들이 모여있다. 무리의 대화에 방해되지 않게 다른 길로 돌아간다. 아이가 발레 수업을 하는 동안 함께 기다리는 엄마들은 아장아장 걷는 둘째를 돌보느라 얼굴이 지쳐있다. 이미 몇 년 동안 아이와 엄마가 친구가 된 무리에서 나는 너무나 낯선 이방인이다. 


생각해 보니 아이 등하원과 장보기 외에 좋아하는 카페에 가거나 친구를 만난 지 한 참된 것 같다. 


 토요일 낮술 약속을 하고는 만날 장소 주변을 탐색한다. 상대방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 마음 편한 나지만 일하는 친구의 시간 절약을 위해 카페, 밥집, 시장, 전시 일정 등등 함께 할 만한 것들을 찾아본다.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지 예쁜 카페들, 재미있는 것들 투성이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뭐든 생각났을 때 해 놔야 한다. 약속한 날이 한참 남은 것 같아도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한 달도 훌쩍이다. 


지도를 열었을 때 한눈에 보이게 표시해 두는 것을 나는 '압정박기'라고 한다. 새로운 동네를 갈 때면 

압정 서너 개는 꽂아둬야 안심이 된다. 느슨한 목적을 정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 가도 좋고, 가면 더 좋고. 

[낮술후보], [카페 & 소품샵] 폴더를 만들어 압정이 꽂힌 장소를 전송했다. 


 "나는 오랜만에 너랑 한가로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아~"


지도에 콕콕 박혀있는 압정들 사이로

무언가 자꾸 새어 들어오고 다시 새어 나간다. 

다정한 친구의 목소리, 편안함, 응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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