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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17. 2019

1. 워킹맘의 랩소디 서막

 선택과 집중은 필수, 나의 욕구를 해소시키는 방법

"보고 싶고, 듣고 싶어, 다니고 싶고, 만나고 싶어"

 오늘따라 만화'영심이'의 노래 가사가 내 가슴을 시리도록 후벼 판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보거나 만날 수 없는, 속 편히 어디를 다닐 수도 없는, 워킹맘의 맘을 그대는 아는가?


 워킹-맘은 말 그대 직장 일(work)과 엄마(Mom)의 삶이 중심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작년부터 나도 이 부류에 자동 가입된 상태이다. 평일 아침 8시 친정엄마가 잠시 들러 손자를 어린이집에 등원시켜 주시는 것 이외엔, 육아와 가사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맘 같아선 날파리마냥 엄마 주변을 맴돌며 도움을 받고 싶은데, 무슨 자존심인지 몰라도 엄마와의 연락을 본능적으로 최소화한다. 서로 성향이 정 반대라 종종 부딪힐 때가 있다 보니,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나의 의식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나는 억수로 운 좋은 사람"

 그나마 나는 운이 억수로 좋은 사람이다. 1등의 로또와도 바꿀 수 없는, 흙속의 진주와 같은 귀한 남편을 만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의 가사와 육아는 꽤 수월하다. 밥을 준비할 때면 남편은 아이와 놀아준다. 아이가 없었을 땐 옆에서 보조 역할도 곧잘 해왔다. 요즘은 밥 좀 올려달라고 요청하다 보면 호기심 많은 꼽사리가 자꾸 껴서 밥알을 씻다가 촉감놀이가 되다 보니 여간 성가시지 않을 수 없다. (주특기는 플라스틱 케이크 칼로 야채 썰기다) 좀 더 크면 둘을 보조 요리사로 정식 고용할 생각이다. 혼자 음식을 빨리 준비하다 보니 내가 중국집 조리사인지 애엄마인지 구분이 안 간다.


"굳이 나를 피곤하게 해서라도 만들어 먹는 이유"

 반찬가게 가서 며칠 정도 먹을 것을 적당히 사면되는데, 굳이 며칠 정도 먹을 메인 요리 한 가지를 만든다. 원래부터 이렇게 피곤한 사람은 아니었다. 몇 년 동안 똑같은 반찬을 계속 사 먹다 보니 점점 입에 물리기 시작한 게 발단의 시작점이다. 그러다 몇 군데 반찬집을 돌려 먹다 보면 내가 기대했던 맛이 아니기도 하고 짜기도 하다. 거기에 맛있는 메뉴는 양도 적고 비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메인 메뉴를 내가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직접 만든 음식의 반응을 살펴보니 나쁘지 않은 것도 한몫했었다.


"메뉴의 최소화 - 선택과 집중"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온라인으로 장본 것을 배송 주문한다. 퇴근 후면 에너지가 바닥으로 딸린 상태이기 때문에 마트에 장 보러 나가는   행위가 자동적으로 최소화되었다. 메뉴는 다양한 재료를 넣어 영양을 집중적으로 때려 넣은 단품 메뉴인데, 이는 절대적으로 나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함과 동시에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의 메뉴"

2-3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좋은 메인 메뉴는 카레, 짜장밥, 하이라이스이다.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 반찬만 있으면 된다. 정말 귀찮고 급하면 그날 집에 있는 재료를 다 때려 볶음밥을 만든다. 특별한 날에 고기 선택은 언제나 옳다. 고기구이와 함께 쌈채소와 김치나 장아찌 등을 적당히 올려 밥과 함께하면 우리 가족에겐 최고의 밥상이다. 찌개나 국은 그때그때마다 단품으로 또는 서브메뉴와 함께 대접하는데, 우리 가족 겨울 애정 메뉴는 청국장이었다. 밀푀유 나베는 재료를 사서 겹겹이 쌓을 수만 있으면 누구든지 가능하다.

고기는 언제나 옳다. 소고기 구이에 다양한 야채를 넣어 굽는다. 버섯, 감자, 양파, 마늘 등 집에 있는 모든 야채는 환영이다.
급한대로 밀페유나베, 썰어서 쌓기만하면 OK.

의외로 면류는 더 쉽다. 특히 파스타는 빠른 시간 내에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다. 올리브 파스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인데, 여기에도 볶음밥처럼 집에 있는 재료들을 같이 넣고 시중에 파는 바질 페스토나 엔초비를 함께 넣어 볶으면 이태리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아들이 국수를 좋아해 멸치와 다시마로 우린 육수에 국수를 하는 데는 20분이면 충분하다.

반찬은 보통 2첩인데  김치 대신 샐러드 , 가끔의 장아찌 그리고 마른반찬이다.


"특식도 다양하게"

일주일 중 월요일은 수제 돈가스를 튀겨 파는 아저씨가 동네에 온다. 6장에 만원인데 기름도 깨끗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새우, 생선, 치킨, 치즈, 치즈 고구마가 있는데 새우와 생선가스는 아침에 미리 예약 주문하지 않으면 품절이다. 치맥을 즐기는 우리 부부는 집에서 먹는 치맥을 가장 선호한다. 나는 항상 같은 곳에서 간장치킨을 주문한다. 그 외 동네나 남편회사 근처 중 포장이 가능다면 집으로 가져와 먹는다. 맘 편히 아이와 함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먹기에 최적인 장소는 모니모니해도 집인 것이다.


이날 이후로 아들램도 햄버거의 신세계를 맛보았다.


"말 많은 부부가 욕구를 푸는 방법"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다니고 싶을 때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영심이와 달리 우리 부부는 언제든지 집에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저녁밥상에 밥이 차려지면 오늘 하루 중 인상 깊었던 일, 자신이 알게 된 새로운 정보, 사건 등을 서로 공유한다. 단순한 정보 공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비전과 미래를 위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사이다 보니 서로가 소크라테스 제자인 줄 착각하며 진리를 깨닫는 물음 놀이를 하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돼버렸다.


"내 워라벨의 돌파구, 선택과 집중"

내 삶은 전적으로 선택과 집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도 이를 최소화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중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올해 나의 실행 목표 3가지 중에 하나로 선택이 된 것이며, 이를 위해 나는 오늘도 점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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