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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23. 2019

청소의 달인도 워킹맘엔 장사 없다

내려놓음으로써 얻게 되는 것들

 '한때 '청소의 달인'이었던 한 사람은 2018년 3월부터 그 타이틀을 내려놓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나다. 그 누구보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쓸고 닦고 정리하는데에 몰두했던 내가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을 단 순간부터 '청소의 달인'이라는 타이틀을 즉시 떼 버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의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그리하여 하루의 의식과도 같았던 나의 매일 청소일과는 2-3일 중 하루로 바뀌었다. 저질체력인 엄마는 이럴 때마다 무한체력 아들이 참으로 얄밉다.

퇴근 후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것도, 이제 잘 참는 내가 되었다.       신나는 아들, 밤마다 무엇이 그리도 좋니?

'깔끔한 결벽증 될래, 털털한 애엄마 될래? '

나는 1년 전만 해도 결벽증이 있던 사람이었다. 손을 매일 10번이상 닦다보면 땀나던 손이 건조하다 못해 쩍쩍 갈라진다. 공공장소 화장실 손잡이도 잡기 싫어 휴지로 대서 여는 사람이 바로 나다. 욕실 실리콘 사이의 곰팡이나 물때가 싫어 4-5일에 한번 욕실 청소를 한다. 장식장 먼지는 2-3일에 한번 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내가 워킹맘이 된 이후 과거형으로 변하였다.


'습관의 형성은 어릴 적부터'

맞벌이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 보니 나를 직접 보살펴 주신 분은 친할머니셨는데, 지금도 온 가족이 모이면 할머니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쓸고 닦고 하셨던 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할머니는 내가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면 집이 더러워진다며 데려오지 말라했다.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는 할머니가 가장 싫어하신 것 중 하나였기에 아무 곳에서나 과자를 먹을 수 없었다. 이 때문인지 지금은 과자를 무조건 젓가락을 사용하여 먹는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할머니는 나에게 깔끔성을 전수하고 계셨던 것이다.


'아들! 좀 더러우면 어때!'

복직 후 나의 절대적인 에너지 보존을 위해, 아들에 대한 훈육도, 깔끔도 예전보다 많이 내려놓고 살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내려놓음이 오히려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더 좋지 않을까,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행복하게 어린이집에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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