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빨간 머리 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줌미팅으로 만나 왔다. 매 주일 밤 10시, 희정샘이 계신 미동부는 아침 9시, 경미샘이 있는 미서부는 새벽 6시. 이제 D-day 한 달 전인 5월 들어서는 일주일에 두 번 미팅을 갖고 있다. 수요일과 주일에. 마치 수요 예배, 주일 예배처럼^^;
지난 1주일 동안 경미샘과 연락이 안 닿아서 잘못하면 희정샘이랑 둘만 가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럼 플랜 B를 짜야하는 건가 하면서 경미샘의 연락을 기다렸다. 마침내 2주일 만에 다시 줌에서 만났고, 그 사이 샘은 공황 상태에 있어서 피폐해진 듯 보였다. 모든 스케줄 다 정리하고 오로지 이것만 남겨놨다는 말에 일단 한시름 놓기는 했다. 부디 건강이 회복되길...
그러고 이틀 만에 오늘 만남이 이뤄졌다. 각자 맡은 부분을 낭독극으로 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처럼 정리해 오는 과제가 주어졌었다. 한 코너가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가 맡은 세 개의 시나리오를 네 차례에 걸쳐 줄이고 줄였다. 오늘도 또 수정을 해야 한다는 거!!
전체 스케줄은 이렇다. 멀리 캐나다까지 갔는데 낭독회 한 번으로 끝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두 샘들이 월든 호수에 가서 하던 낭독회를 보고 느꼈던 것이다. 음향이나 인터넷 상태 때문에 낭독회 때 정작 호수의 풍경을 볼 수가 없었던 게 너무 큰 아쉬움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나온 표현이 '낭독 풀코스'란 말이 나왔다. 자랑스럽게도 이건 나의 아이디어다^^
애피타이저로는 캐나다로 낭독 여행 가기 전에
우리가 캐나다까지 가게 된 이야기 등을 Q & A로 보여주고, 낭독극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매인 디쉬는 캐나다 현지에서 낭독회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디저트는 한국에 돌아와서 7월부터
6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지의 풍경 영상을 보여주며 에피소드가 있는 챕터를 읽고,
그 부분을 낭독극으로 해볼 계획이다. 역시
좋아하는 것으로 머리를 맞대니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나 보다. 우리라는 여자들! 대단해!!
앤이 다이애나를 일컬어 마음의 친구라 했는데
영어로는 bosom friend라고 한다. 이 단어를 따와 우리도 bosom friends라 부르기로 했고,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진짜 마음의 친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모임을 하는 중에나 끝나고 난 뒤에 마음속에 찌릿한 뭔가가 흘러갈 때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오늘 처음으로 애피타이저의 낭독극부터 매인 디쉬에 있는 프로그램 모두를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고 수정하고, 목소리톤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우리의 프로그램이 그럴싸해지는 걸 보니 순간 가슴 벅찬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빨리 앤이 살았던 캐나다 에이번리 마을에 가고 싶다는 갈망이 더 커졌다.
에이번리 마을은 단지 소설 속 명칭이다.
그곳은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P. E. I)의 캐번디쉬(Cavendish)라는 곳이다.
빨리 그곳에 가서 아침 공기를 느끼고, 또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청명한 밤공기도 직접 느껴보고 싶다.
다이애나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연인의 오솔길'이라든지 '제비꽃 언덕길'이나 '자작나무숲',
'반짝이는 호수' 등등을 다닐 생각을 하면 너무 흥분이 되어 기분 좋은 통증을 느낀다.ㅋㅋㅋ
어? 이거 책 속에서 나오는 표현법인데 그 기분 좋은 통증, 이상야릇한 통증을 나도 느끼다니^^
아주 이상야릇한 통증이 왔어요. 하지만 기분 좋은 통증이었어요.
아저씨도 이렇게 기분 좋은 통증을 느껴 본 적이 있나요?
빨간 머리 앤 p. 42
이 대사는 처음 매슈를 만나 초록 지붕 집에 오는 길에 4,500m에 달하는 사과꽃길을 달리며 나눈 것이다.
'가로수길'이란 평범한 이름이 있지만 우리의 앤이 즉흥적으로 지은 이름은 '기쁨의 하얀 길(the Way of Delight)'이다. 우리가 6월에 잡은 이유도 소설의 처음 등장하는 계절이 6월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우리나라의 4월과 비슷해서 한창 벚꽃이 피는 계절이기 때문에 화사한 봄을 또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쁨의 하얀 길'을 지난다면 나도 앤처럼 할 말을 잃고 그저 황홀경에 빠져 감탄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아름다운 곳을 그냥 '가로수길'이라고 불러선 안 돼요.
이렇게 부르는 게 좋겠어요.
기쁨의 하얀 길(the way of delight).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멋진 이름 같지 않아요?
빨간 머리 앤 pp. 44~45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앤이 말했듯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그 멋진 길을 걸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 미팅도 행복하게 마쳤다. 부디 이 기쁜의 하얀 길을 화사하게 걸을 수 있길!!!
위의 내용을 담은 숏츠 아래에 올려봅니다.
<라벤더 책방>
https://youtube.com/shorts/jCFA7qlNzSo?si=oiI6vCcuU9Jv-G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