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결혼식, 평범한 결혼기념일

by 앤의 초록책방

오늘이 벌써 결혼한 지 만 13년째다.

결혼 전 교회에서 초등부를 함께 섬긴 이전 교회의 집사님으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물론 나의 결혼일을 알고서 한 것은 아니었다.

"결혼을 하냐마냐 고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네요?"

나는 '왜 결혼 고민을 할 때 하지말라고 말리지 않았냐'고 속으로만 뇌였다.


결혼이 후회스런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결혼을 하라고 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말리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어쩌면 나만 당할 수 없다는 계산법인지ㅋㅋㅋ

결혼해서 얻은 혜택이라면 아둥바둥 돈 벌지 않아도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된다 것.

이것이 어쩌면 제일 큰 일이겠지.

그리고 그에 대한 노동력을 받쳐야 하는 나의 노고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겠지.


인산인해를 이루고 우리의 결혼식조차도 사람들에게는 큰 이슈가 되어

식당에 가서 밥 먹는 결혼식이 아닌 진정 그 자리를 빛내고 싶어서 온 하객들로 꽉 찼었다.

그렇게 특별했던 결혼식이었는데 오늘의 결혼 기념일은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장례 소식으로

오늘 하루를 깨웠다.

마침 월요일, 우린 휴무일이라 아침에 늦잠 자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누군가에게는 결혼일이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또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는 오늘이란 날.

우린 그렇게 평범하게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이름만 들었던 '리퍼블릭'이라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한 게 특별하다면 특별한 일일테지.

그러고 집에 오니 너무 피곤해 우리는 잠에 곯아떨어졌다.


눈 떠 보니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간단하게 샐러드 해먹고 운동을 가기로 했다.

그 때 우리한테 걷기 운동으로 쌓인 캐쉬를 쓰기 위해 우린 롯데리아로 갔다.

맨날 지나다니는 롯데리아가 우리의 특별한 날의 저녁 장소가 될줄이야.

뭐, 결혼 기념일이 대수인가?

우리가 10년 넘게 헤어지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 기적인 것이겠지.

그래서 올해의 결혼 기념일도 이렇게 퉁 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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