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부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나,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남편!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참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쉬울까?
아니면 어떤 것이 더 어려운 걸까?
아내가 그렇게 좋아한다는데 그걸 못 기다려? 하는 생각과
기다리는 걸 그렇게 싫어한다는데 왜 그리 말귀를 못 알아들어.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이 파란 하늘과 손에 잡힐듯한 흰 구름 풍경은 놓칠 수가 없다.
하늘 예쁜 날은 기분 좋게 산책 나갔다가 오만상이 되어 돌아오기가 일쑤인 우리 부부ㅜㅜ
순간 화가 났다. 눈 안 보이는 남편에게 언제까지 맞춰야만 하는 거야?
눈 보이는 사람, 안 보이는 사람 50:50이니 내 입장도 헤아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눈 보이는 나에 대한 배려는 왜 안 하는 거냐며 1초도 안 기다려주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오후에 오신 여자 손님에게 산책 중 생긴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건 눈이 보이고 안 보이고의 문제 아닌
감성적인 아내와 무감각한 남편의 문제라는 것이다.
왜냐면 당신도 그렇단다.
사진 찍는 걸 엄청 좋아해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면
남편분은 눈으로 보면 되지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냐고 면박을 준단다.
하루가 지나고 어제 대화를 나눈 손님이 오늘도 오셨다.
어제에 이어 또 사진 찍는 여자, 싫어하는 남자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세모도 있고, 네모도 있고 그렇게 여러 모양의 사람이 살기 때문에
이 모양에도 맞추고 저 모양에도 맞춰서 살아야 하다 보니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틀림이 아니라 다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인간이 어디 그런가.
바닷가를 가서 모래를 봐라. 파도에 깎여서 모두 다 자잘하게 부서져
똑같은 모래알이 되지 않았느냐 하신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어제 자면서 내 입장도 이해가 되고, 남편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면서 자기 부부도 돌아보았단다.
그러니 눈이 안 보여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남녀가 살기 때문에 지금은 깎기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나는 언제나 남편과 갈등이 생기면 늘 그 원인은 눈이 안 보여서에 매여 그 안에 갇히게 되는 것 같다.
밖에 나가려면 늘 서두르는 남편! 아 눈 안 보여서 그래. 내 상황을 보면 저렇게 행동 못 해.
친구왈 "우리 집 남편도 그래. 승질이 더럽게 급해. 눈 안 보여서 그런 게 아냐."
그래! 모든 집 남편은 승질이 드럽게 급해서, 감각이 무뎌서라고 결론을 내리니
눈 안 보이는 게 문제가 되질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야 속이 편하겠지^^;
남편과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줌미팅도 끝나고 아직 할 일은 남았지만 그다지 급한 일은 아니었다.
남편이 컴퓨터 좀 봐달라고 부른다. 다른 때 같으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일어나는 것이 짜증 나서
가서 도와줘도 목소리 톤에 불만 덩어리가 묻어 있었다.
가서 보니 파일 다운로드하는 것을 헷갈려했다.
눈 보이면 별 거 아닌 건데...
"옆으로 가봐, 아니 아래로, 아니 한 칸 더." 하면서 찬찬히 알려줬다. 성공했다.
답답한 게 해결되자 남편은 무척 후련해하면서
"아, 이렇게 쉬운 거였는데. 이제 됐네." 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 얼굴을 보니 "내가 잘못했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게 잘못였네." 하면서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어줬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들게 했어. 이제 됐지?" 하고는 다시 내 방으로 왔다.
너무 바쁜 것도 남에게는 불편을 끼치니 장애가 될 수 있는 거겠다!!
오늘 이렇게 깨달은 건 마음에 잘 담아두면 좋겠는데
변덕스런 내 마음 내일은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평화를 찾아 임시 휴전을 하니 우리 집이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