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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Apr 11. 2023

무례하지만 다정한 질문

우리 부부가 유명인이라^^;

"왜 애기를 안 가지셨어요? 선생님도 멋지고, 잘 생기고, 사모님도 이렇게 예쁜데요."

난 속으로 '아~ 이 분이었구나!' 했다.


남편은 대학 4학년 때 중도에 실명한 시각장애인이다. 며칠 전 남편이 주말 새벽에 1층 현관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분이 와서 나에게 한 것처럼 똑같은 질문을 했단다. 시각장애 학교에서 선생으로 있는 남편은 몇 년 전만 해도 일반 사람들 대상으로 학교 임상 치료실에서 침시술 봉사를 했다. 그곳에서 침을 맞던 분이셨던 거였다. 코로나 이후 치료실이 폐쇄가 되어 침을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어서 남편을 본 김에 자연스레 그런 질문을 한 거 같았다.


개인 가정사에 그렇게 불쑥 질문을 하는 게 불쾌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관심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동네에서 나름 유명인이다. 우리 부부는 몰라 보는데 남들은 우리를 알아보는 거 보면 그렇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남편은 키가 크고 남들 말로 잘 생겼다 하고, 나는 키가 아담하면서 곱상하게 예쁘다고들 한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 강변으로 매일 산책을 나간다. 하루 1시간 반 정도를 걷는 게 일상이다. 그리고, 아침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남편 학교에 데려다준다. 그러다 보니 우리 둘이 같이 다니는 모습을 동네분들이 곳곳에서 자주 보게 된다. 나랑 같이 걸을 때는 흰 지팡이 필요 없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서, 길고 짧은 부부가 매일 걸으니 남들 눈에는 꽤나 다정해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나 보다. 그래서 그들은 아는데 우리는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같은 동 9층에 사는 하영이 엄마와 잠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고등학생인 하영이가 엄마 아빠 보면 결혼 생각이 없는데 우리 부부를 보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말을 했다. 난 연신 웃으면서 어쩌다 아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냐며 쿡쿡 웃었다. 그러다 우리가 어땠길래 하영이가 그렇게 생각하냐고 이어서 물었다. 그냥 좋아 보인단다, 그러면서 영원한 신혼부부라 생각한단다. 엄마보다 우리 나이가 더 많다는 말에 기절할 뻔했단다. 어린아이의 눈에도 우리가 좋아 보였는데 하물며 어르신들 눈에야 얼마나 안타깝게 보였을까 싶다. 


아이를 갖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난임시술로 1년 정도를 병원에 다녔던 일, 그러던 중 남편이 갑상선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게 된 일, 그래서 더 이상은 아이를 갖는 노력을 중단해야 했던 사실도 모를 일이다. 우리만 알아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주변의 관심 어린, 약간은 무례할 수도 있는 이런 질문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아파트 뒤 벚꽃길로 오다 마주친 동네 아주머니 질문에 꽃들이 더 화사하게 수다를 떨고, 나는 그 다정함에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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