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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May 13. 2023

꿈같은 3박 4일

미국에서 온 낭독 친구

3년간 줌에서 매주마다 만났지만 살아있는 실체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인 낭독 친구, 희정샘~


배웅하러 터미널에 나가는 길이 마치 남친을 만나러 가는 것 같은 설레임까지 일었다. 하차장 바로 앞은 의자가 없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앉은자리에서 출발지가 잘 보이지 않아 들어오는 버스마다 일어나 하차장에 가서 확인하기를 예닐곱 번 정도 후에야 잠실에서 온 버스가 들어왔다. 맨 마지막에 내린 희정샘을 보는 순간 아~ 진짜가 나타났다며 얼싸안고 좋아했다.


주요 행선지만 정리해 볼까?


<1일 차 - 소박한 춘천의 일상>

날씨가 참 좋았다. 신선한 바람 적당히 따뜻한 햇살! 우리는 카누 선착장에 갔다. 내가 맨날 자랑하던 우리 카누를 보여주고 싶었고, 호반의 도시 춘천의 물소리도 들려주고 싶었다. 잔잔히 파도치며 들리는 물소리와 가끔 타다닥 들리는 딱따구리 소리, 봄 새소리 속에서 코끝에 앉는 아카시아 향은 더없이 향그러웠다. 



이후 들른 실레 책방에서는 음악 소리도 들리고, 문도 열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주인이 없어도 잘 놀다 가라는 안내뿐. 그렇다면 진짜 놀다 갈까? 하면서 주인 없는 책방에서 내 집처럼 편하게 있었다. 볕 잘 드는 뜨락에 앉아 두런거리다, 조금 덥다 싶어서 마당의 테이블로 옮겨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일 차 - 향기로운 강릉 여행>

둘째 날! 우리는 강릉을 갔다. 우리가 원래 가려던 곳은 뢰9 카페였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다. 점심쯤 도착해서 초당순두부 마을을 가고, 주변 허난설헌 생가를 갔다. 하지만 우리는 장소를 불문하고 낭독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앉기만 하면 두세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낭독 속 삶을 나누었다.


<3일 차 - 고즈넉한 풍경>

오늘은 우리 콜라낭독 멤버 중 미경샘도 조인하는 날. 마침 1박 2일 동안 춘천에서 워크숍이 있었는데 샘은 어렵게 반차를 내어 우리와 함께 하게 되었다. 길에서 픽업해 셋이 함께 차에 올랐을 때 실존 인물을 만난 기쁨의 괴성은 한 동안 계속되었고, 입이 귀에 걸린 우리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 둘이 아닌 셋이 모인 기쁨의 크기는 배가 아닌 제곱의 제곱으로 커졌다. 


낭독 이야기의 풍성함도 새털구름에서 뭉게뭉게 구름이 된 것 같았다. 누가 낭독으로 만난 사람들 아니랄까 봐 앉기만 하면 낭독낭독...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아니 획일적으로 잘하기보다 개성 있게 할 수 있을까, 발음은 어찌할까, 발성은, 호흡은... 하면서 질문에 질문을, 생각에 생각을 더해 낭독의 눈뭉치는 점점 커가고 우리들의 낭독 삼매경은 더욱 깊어져 갔다. 

 

<4일 차 - 자연 속,  치유 속>

기분 좋은 날씨와 맛있는 음식, 자연 속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3박 4일. 

방금 만났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요 며칠간 나는 계속 꿈을 꾸는 것처럼 붕붕 떠 있는 기분이다.

낭독 크레이지 우먼이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끝까지 우리는 낭독이었다. 

결국 중도에서 낭독 녹음을 하고, 희정샘은 낭독 과제를 마칠 수 있었다. 반강제 녹음을 시킨 미경샘 덕분에^^

편집은 나의 몫으로~






잊고 싶지 않아 희정샘, 미경샘과 함께 한 시간을 짧게 기록해 봤다. 

지금도 꿈꾸는 듯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앉기만 하면 한 시간이 순삭이다.

여유 있다 생각한 기차 시간 맞추느라 등에서 살짝 땀이 났다. 

다음에는 미국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며 행복한 시간을 가슴에 담고 헤어졌다. 


줌 속에서 낭독으로 만난 우리! 

내면을 보살피는 낭독을 배운 사람들이기에 처음 대면했지만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 같았다. 

마음이 통한다는 건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은 것 같다.


진정한 마음 소통이 이뤄지는 우리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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