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까지만 해도 '지금 이 저녁 시간이 내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면서 낭독회 전날의 긴장감에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었는데.
그리고, 드디어 낭독회 당일.
6월 말인데도 날씨는 찜통이었고, 트렁크를 끌어야 할 정도로 나는 짐이 많았다. 그날따라 노조 시위대들의 커다란 음악소리와 무대장치로 대학로 한 방향 차선이 모두 차단된 상태였다. 그것도 공연장 바로 앞에서. 다행히 우리 장소는 지하라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공연은 3시, 리허설은 1시.
차가 막혀 예상대로 리허설 시간에 늦게 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스태프들 밥 챙겨주고, 조명, 음향, PPT 화면, 무대장치 그리고 낭독 진행으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벌써 2시 59분! 난 공연만큼은 공공의 약속이라 생각해 정확히 3시에 시작했다.
생각을 너무 적게 했나?
나는 예상외로 많이 온 관객들에게 인사를 시작하면서 낭독회 포문을 열었다. 대부분이 '나에게 낭독' 식구들이라 호응도 좋고, 리액션도 적극적으로 해줘서 생각보다 수월했다. 생각을 어떻게 했길래 모든 게 생각보다 나았다는 건지^^;
콜라낭독은
'서혜정 낭독 연구소', 지금은' 나에게 낭독'으로 바뀌었는데 그곳에서 낭독을 배운 1기생들이다. 낭독은 모든 장르와 콜라보레이션할 수 있다 해서 두 글자만 따서 작년에 콜라낭독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멤버는
8명으로 직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성도 모두 다 다르다. 강문박신유이최한. 사는 곳도 다르다 못해 한 사람은 일본에 또 다른 한 사람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해외파가 많아 모든 멤버들이 얼굴 보는 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3년을 알아왔으니 4계절을 몇 차례씩 거치면서 우리는 각자 인생의 사계절도 함께 겪었다. 그래서 낭독회는 우리 목소리를 담아내기에 '낭독의 사계'로 꾸며보았다. 멤버가 8명이라 두 명씩 한 계절을 맡아 팀당 15~20분 분량의 낭독할 것들을 정했다. 나는 여름팀으로 미경샘과는 케미가 잘 맞았다. 이번 일을 같이 하면서 성향도 비슷해서 준비하는데 서로 의지가 되었고, 성실함의 보석을 발견하게 되어 기뻤다.
ppt 작업하면서 100개가량의 화면이 나왔는데 그중 아무리 못해도 2~30개는 날렸을 텐데 미경샘은 거기에 대한 아쉬운 내색도 없다. 사전답사 간다니까 연차까지 내서 그날 하루를 내주고, 뭐든 부탁하면 신속정확은 기본, 몸으로 보여주는 모습에 나는 예전에 미처 몰랐던 미경샘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그리고 또 한 인물! 바로 우리의 희정샘. 우리의 맏언니로서 듬직하고, 묵묵하게 뒤에서 지켜보는 분으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음향을 맡기면서 더더욱 그 진면목을 보게 되었다. 미국에 거주하는데 이번에 한국에 방문해서 쉼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 일을 맡기는 게 미안한 상황이었다. 날짜가 임박해지니 어느 순간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음향에 관한 모든 작업은 떠넘기듯 맡겼는데, 맡기는 일마다 척척 잘도 해낸다. 여행 중이라도 싫은 내색 없이, 귀찮아하지도 않고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도 잘도 해결하는 능력자 우리 희정샘.
혼자 했으면 힘들 일이었는데 함께라서 즐거웠던 준비 시간. 리더의 역할은 일을 잘 맡기는 것도 포함된다는데 난 그럼 진정한 리더?ㅋㅋㅋ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ppt와 음향을 맡기길 잘했지^^
팀으로 일을 하게 되면 다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을 얻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인 듯하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느끼는 케미는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어 일은 즐겁게,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게 만들어 준다. 이번 일로 콜라팀의 사이가 더욱 밀착된 것은 말하나 마나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