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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Jun 29. 2023

콜라 낭독회를 마치고 2

사랑으로 뭉친 우리

작년 말이었다. 미국 사는 희정샘이 "내년 5월에 들어가요."

그 말에 우린 장난스럽게 "그럼 낭독회 해야겠네~ 일본 사는 민주샘은 잠시 건너오고~"하면서 농담처럼 시작된 것이 낭독회의 태동이었다. 말의 힘과 마음의 동력이 이뤄낸 낭독회라 우리 스스로도 놀랬고, 말은 꿈을 이뤄내는 힘이 있음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낭독의 사계'라는 주제를 잡고 우리는 봄 - 가을 - 겨울 - 여름으로 끝내려다 순서 바꾸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싶어서 그냥 봄여름가을겨울로 했다. 송정희 성우님이 피드백해 주신다 해서 모셨는데 순서를 다시 짜보라 신다. 우리가 놓쳤던 게 있었다. 계절의 순서가 아닌 낭독의 흐름이라는 거! 계절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던 것을 성우님이 콕 짚어주신 거였다. 그러다 보니 희정샘의 오프닝이 클로징으로 가고 나의 10년 후 콜라낭독의 클로징은 완전 날아가버리고... 그렇게 해서 나온 순서는 이랬다.



                          1. 봄이네요 봄 / 박노해 시 / 유민주

                          2. 그래서 책을 만났습니다 / 강은숙 글, 낭독

                          3. 낯선 여행, 떠날 자유 / 제삼열, 윤현희 / 신정민

                          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아가사 크리스티 / 최미경, 문지원

                          5.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 최영옥 / 유민주, 박경선

                          6.  할머니의 여름휴가 / 안녕달 그림책 / 신정민, 최미경

                          7. 우동 이야기 / 구리 료헤이 / 한희정, 강은숙

                          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 문지원, 이상희

                          9. 사랑으로 뭉친 우리 / 한희정 글, 낭독



낭독회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이제 낭독할 일만 남았구나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가 또 있었다. 스탭이 없기 때문에 출연하면서 음향, 화면, 조명, 사진, 동영상 촬영 등등을 병행해야 하는 건데 동선 짜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각각 역할을 맡기면 되는데 출연 앞, 뒤로 스탭에서 빼면 새로운 사람이 새 역할을 맡아야 하고... 조명 같은 경우에는 세 명이 나눠서 해야 되니 너무 복잡했다. 큐시트 짜는데 새벽 2시까지 짜다짜다 그다음 날로 넘겼지만 해결이 안 나오는 건 날이 바뀌어도 여전한 일. 그때 행동파 미경샘의 아이디어! 바로 딸내미 찬스!! 덕분에 미경샘 딸, 경선샘 딸이 와서 ppt와 동영상 촬영이 해결됐고, 우리 낭독 선생님 중 메타버스 전문가인 명희샘에게 조명을 맡겨서 한 시름 놓게 되었다. 스탭으로 오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공연이 시작됐다 했더니 벌써 희정샘 클로징 시간. 잔잔한 음악과 우리들의 그동안의 활동 사진이 화면으로 올라가면서 따뜻한 희정샘의 음성이 들리니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창피한 줄 모르고 길거리에서 노트북 펼쳐 연습하고, 카페에 사람이 많아 롯데리아라도 가자 해서 그 좁은 테이블에서, 그 시끄러운 공간에서 서로의 소리를 들으려 귀 기울이던 모습, 줌에서 주고받고 하던 여러 의견들, 신경이 예민해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50대에 맛본 여대생으로의 추억 여행처럼 우리는 그렇게 들뜨고, 바쁘고, 행복했다.



그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예상외로 관객들은 호의적이었고, 리액션도 좋았다. 끝나고 난 뒤에 다음에는 유료로 하라고, 기획이 너무 좋았다며, 정말 나에게 낭독 1기 다운 모본을 보여줬다며 칭찬일색이었다. 공연 준비의 고충을 잘 알고 계신 송정희 성우님은 결국에 반짝이는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따뜻하게 격려해 줬다. 기쁘고, 감사했다. 감사하다는 말 밖에 다른 말은 안 나왔다.



낭독은 '영혼의 울림'이라 말씀하신 서혜정 성우님의 표현대로 우리는 영혼을 가꾸는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나 보다. 그래서일까? 우리 안의 존중, 배려, 사랑의 물결이 일정하게 출렁이고 있어서 그 안에서 나를 보고, 남을 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티 나지 않게, 각자 알아서 자기의 색깔대로 움직일 줄 아는 우리이기에 콜라낭독팀이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비결인 듯싶다. 마치 가족 같은? 가족이라도 말 안 듣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 글로는 안 썼지만 알아서 눈치채시길~  뒤끝 작렬^^+


시원한 비가 내리는 지금!

낭독회 끝난 홀가분함을 누려본다~


폴러리 '나무와피아노'에 올려놓았습니다.

들어보세요~

https://www.porlery.com/app?type=cast&id=59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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