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필라테스

by 소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는 5분도 족히 걸리지 않았다.


방학이 되어 함께 필라테스 수업을 가기로 하고, 화요일 10시 수업을 예약했다가 안 간다고 해서 취소하고, 다시 간다고 하길래 예약하려는데 10시는 마감이 되어 11시를 예약했던 게 일요일의 일이었다. 확실히 갈 거냐고 몇 번이나 물었고 어젯밤에도 분명히 확인해서 간다는 답변을 들어 놓은 참이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날 거냐고 물어보니 아이는 8시 30분에 일어난다고 했고, 혹시 그때까지 안 일어나면 내가 10시에 깨운다고 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10시.

“겨울아, 일어나. 10시야.”

다정하게 아이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안 가고 싶다는 표시다.

“일어나서 필라테스 가야지.”

하니 짜증을 내며 안 간다고 한다. 학교든 여행지든 한 번 안 간다고 마음먹으면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절대로 가지 않는 아이다. 며칠 전 열린 중학교 졸업식마저도 가기 싫다고 안 간 아이다. 몇 번을 재차 깨웠지만 요지부동이다. 더 설득할 의지도 상실한 채 나는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실망하고 말았다.


허탈한 마음으로 털레털레 필라테스 수업에 나가니 강사님이 왜 (두 명을 예약해 놓고) 혼자 왔느냐고 묻는다.

“겨울이가 안 온다네요.”

좀처럼 수업에서 사적인 얘기를 안 하는 나는 착잡한 감정을 얹어 주절주절, 하고 싶은 말의 10%쯤을 털어 놓았다. 언짢은 기분은 하루 종일 갔다. 나와의 약속을 이렇게 자주 헌신짝 버리듯 저버리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밥 먹으라는 말 빼고는 아이와 오후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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