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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결석

by 소소


어제에 이어 또 아이가 결석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은 상의 후에 내린 결정이라는 것.


어제저녁 아이와 한참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결국 결석의 원인이 친한 친구가 여행 가느라 학교에 안 와서라는 것을 알아냈다. 같이 다닐 다른 친구가 없고, 같이 점심 먹을 친구도 없다고 한다. 종일 혼자 다닐 생각에 학교 나갈 엄두가 안 났었던 것 같다. 혼자 다니고 혼자 밥 먹는 여중생의 처지를 생각하니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아니어서 오늘 하루만 더 학교를 빠지기로 했다. 사실 어차피 내가 가라고 한들 안 갈 것 같기도 했다.

근데 애가 이틀째 학교를 빠지니 내 마음도 좀 지치는 것 같았다. 아침에는 병원 안 간다고 진을 빼더니, (병결이라 병원 가서 확인서를 받아와야 하는 상황) 저녁에는 아예 이불을 뒤집어쓰고 우울 모드로 누워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여러 가지 얘기를 하는데 오늘 해 온 안경이 눈이 작아 보여서 안 쓰고 싶다고 하는 말에 열이 확 뻗쳤다. 저녁 때 하는 수학 과외는 안 하고 싶다길래 (어차피 선생님이 오셔도 안 할 것 같아서) 쌤에게 전화해 굽신굽신 하면서 연신 오늘 수업을 빠져 죄송하다고 했다.


차마 애한테 화는 못 내고 애매한 남편한테 전화해서 신경질을 잔뜩 냈다. 사춘기 아이는 내 자식이 아니다, 잠깐 우리 집에 하느님이 보내 주신 천사다 생각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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