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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쓰기

by 소소


조금 있으면 1년 가까이 기다려왔던 동시 문학상의 마감일이 된다. 다음 주 중에는 그동안 열심히 갈고 다듬은 동시 10편을 보내려 우체국에 갈 생각이다. 동시를 배우기 시작한 지 4년 남짓. 이제는 상 하나쯤 받을 때도 되지 않았나 내심 기대한다. 그러다 이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는 것이 두려워 짐짓 상도 운인데 그까짓 상 못 받으면 어떠랴 자위하기도 한다. 그래도 상은 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운을 모으려고 최근 열심히, 의도적으로 선행을 하며 산다. ^^ 상을 받으면 수상 소감에 적을 말들을 수차례 떠올려 본다. 상상만 해도 마음이 들뜬다. 상을 받으면 아마 구름 위를 뛰어 다니는 기분이겠지?


동시를 쓰기 시작한 건 4년 전.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시 쓰기를 가르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지극히 실용적인 이유에서였다. 10년 넘게 신문 기자로 밥벌이를 해 와서 산문을 쓰는 방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운문은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다닐 때 시를 안 배운 건 아니지만 딱히 그리 시에 흥미가 가지도 않았다. 시집과 친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어린이 시나 동시는 어떤 시라 좋은 시인지 가늠할 능력도 없었다. 그러니 내가 시를 가르치는 게 가당키나 하나.


난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은 글을 많이 써 본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의다. 업으로 해 본 사람이면 더 좋다. 돈을 받고 글쓰기를 하는 데는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이 따른다. 글쓰기의 기본 원칙인 독자를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그러니 내가 써 보지도 않은 시를 가르친다는 건 나에게 매우 비도덕적인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시 수업은 감상 위주로만 하고 쓰기를 제대로 지도하지 않은 채 몇 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 타지에서 활동하시던 ○○○ 선생님이 고향에 내려와 시를 가르치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내가 원하던 수업이었다. 벌써 1기 수업이 끝났고, 2기를 모집한다는 얘기에 당장 접수했다. 그렇게 나의 동시 교실이 시작됐다.


동시를 배우면서 어떤 시가 좋은 시이고 어떤 시가 그렇지 않은 시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 시를 쓰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시를 쓰게 하면 좋을지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동시를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적인 공부는 물론 내 몫이었다. 책과 인터넷 등을 참고하고 나의 아이디어를 더해 수업 계획안을 짰고, 다행히 아이들은 놀이하듯 즐겁게 시를 배우고 있다.(고 적어도 느낀다.)


나는 머리를 끙끙 싸매고 며칠을 말을 다듬어 시 한 편을 만드는데, 5분, 10분 만에 뚝딱! 시한 편을 써 내는 아이들의 능력에 가끔 혀를 내두른다. 그저 하는 말들만 모아 적어 놓아도 시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말을 요리조리 굴려 보고 시로 만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과 신나게 쓴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냈고, 올해 말에 두 번째 책을 낼 예정이다. 얼마 전에는 시를 지도해주시는 ○○○ 선생님을 모셔 동시 교실을 열기도 했다. 이만하면 나도 얻은 것이 꽤 많은 셈인데...그래도 상은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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