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게 시집을 건네요
인연
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처음에는
없는 것이 생겼다가
다시 없어졌다가
그래도 남아 있는 모래언덕처럼
우리는 조용한 모래 꿈꾸는 모래였지
고요한 곳에서 혼자 멈춰 춰있던 고운 입자
바람과 만나야 살아나서
둘이어야 춤추게 되어서
그러다가도
또 바람 때문에 모든 것이 부서져서
오랜 시간 속에서 곱게 다듬어져
안 보이는 손에 의해 의미를 가지다가
바람과 모래의 인연이 우리를 여기로 불렀지
이렇게 함께 겪는다는 것이
또 어렵사리 처음이 되는 것이지
눈
눈은 생겨났다
눈이 슬퍼서, 라고 누군가 말했을 때
다섯개 열개 스무개의 눈을
나는 가졌다
날이 갈수록 눈은 더 늘어나 겁도 없이
눈은 보았다
도처의 눈을
도처의 눈과 눈이 마주쳐 우는 광경을
나의 눈은 보았다
휴지통 속 웅크린 작고 검은 눈동자를 한참 들여다보다
나를 버리고 오는 일이 잦았다
는이 슬퍼서, 라고 말했다
스무개 서른개 마흔개의 눈이
나를 가졌다
슬픔이 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