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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Nov 03. 2024

깊어가는 가을, 시로 전하는 마음

다정하게 시집을 건네요


밝고 열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 다정하게 여유를 나누는 작가님께.


힘든 고비마다 위로가 되어주고 힘을 내어주는 작가님 덕에 글 쓰는 일 년을 잘 버텨내었습니다. 나이도 사는 지역도 같지 않지만 함께하는 순간이 즐겁고 헤어지는 순간이 매번 아쉬운 건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이유가 될 거라고 우겨보겠습니다. 따뜻한 봄 햇살처럼 우연이든 아닌 듯 만남이 잦아진 것도 친밀함의 이유가 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너무 더웠던 여름의 공기가 갑자기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항상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지만 한 편으로는 건강에 무리가 갈까 종종 걱정되곤 합니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갑자기 뒤바뀐 환절기 날씨에 자꾸자꾸 아픈 분들이 늘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심초사 떠나질 않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기에 붙잡아 두고 싶을 정도이기 때문일 겁니다. 같이 보내는 계절에 함께 읽는 책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언제나 긍정적인 반응과 열렬한 함성을 모두에게 보내주는 에너지 가득한 작가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려고 하니 너무 많이 떠오르는 건 제 욕심이 과하기도 하고 그만큼 애정이 많다고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이왕이면 제가 고른 책이 재미도 있고 개인적인 흥미도 마구 뿜어내는 책이면 좋겠지만 모두의 취향이 같은 순 없을 것이기에 조심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이지 않고 지나가는 가을에 편하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권해 드리고 싶었고 그렇게 고민하던 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위로와 치유의 시들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가 유난히 더 크게 느껴지고 있는 요즘도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그로 인한 고민을 놓을 수 없는 괴로운 상황이 종종 찾아옵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크나큰 상처로 유난히 힘들어하던 시기에 우연히 서점에서 마주했던 시집이 있었습니다. 시집 색도 차분한 가을 색인 ‘이사라 시인’님의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입니다. 차분한 색의 표지부터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시집을 집어 들고 펼쳐 든 페이지에 있었던 '인연'이란 시에 반해 시집의 시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게 되었습니다.



인연


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렇지

처음에는
없는 것이 생겼다가
다시 없어졌다가
그래도 남아 있는 모래언덕처럼

우리는 조용한 모래 꿈꾸는 모래였지

고요한 곳에서 혼자 멈춰 춰있던 고운 입자
바람과 만나야 살아나서
둘이어야 춤추게 되어서
그러다가도
또 바람 때문에 모든 것이 부서져서
오랜 시간 속에서 곱게 다듬어져
안 보이는 손에 의해 의미를 가지다가

바람과 모래의 인연이 우리를 여기로 불렀지

이렇게 함께 겪는다는 것이
또 어렵사리 처음이 되는 것이지


그때 받은 인연의 대한 생각들과 마음에 다가왔던 울림을 작가님에게도 전해주고 싶었어요. 조용한 시간 속에 가만히 혼자 들어앉아 있노라면 조용히 읊어주듯 들려주는 시인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드는 시집을 소개해 드립니다.



어느 날은 별일 없이 잘 지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소란스럽고 번잡스러운 일들이 찾아와 사람에 대한 회의감 마저 강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일이고 여러모로 누군가와 지속적인 관계들을 맺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달리 답답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때 만났던 박소란 시인님의 '한 사람의 닫힌 문' 을 한 권 더 소개해봅니다. 항상 나를 위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타인에 의해 상처도 받고 즐거움도 얻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받았을 때 찰나의 슬픔에 갇혀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깊이 와닿았던 시를 소개해 봅니다.





눈은 생겨났다

눈이 슬퍼서, 라고 누군가 말했을 때

다섯개 열개 스무개의 눈을
나는 가졌다

날이 갈수록 눈은 더 늘어나 겁도 없이

눈은 보았다
도처의 눈을
도처의 눈과 눈이 마주쳐 우는 광경을

나의 눈은 보았다

휴지통 속 웅크린 작고 검은 눈동자를 한참 들여다보다
나를 버리고 오는 일이 잦았다

는이 슬퍼서, 라고 말했다

스무개 서른개 마흔개의 눈이
나를 가졌다

슬픔이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이 우리에게 훅 다가왔네요. 점점 기온이 내려가면서 겨울이 서서히 오려고 준비를 하는 기분이 드는 요즘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홀짝이며 편안히 시를 감상하는 다정한 시간들이 작가님에게 여유도 선물할 수 있길 바랍니다.








Lou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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