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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Feb 08. 2024

브롤 지롤 대환장 파티

엄마 시간 좀!


“엄마 나 4분 남았대 시간 좀 늘려주면 안 돼?” 이 말을 들으면 이마를 탁 치며 ‘우리 아이만 하는 소리가 아니구나’라고 생각이 들 거다. 나도 내 아이만 이러는 줄 알았다. 게임만 시작하면 얼마나 집중도가 높은지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울화와 짜증이 점점 올라와 이성의 끈을 놓아가는 부모들. 이토록 중독적인 게임의 덫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엄마 나 가고 싶은 데가 있어” 평소에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데도 없는 막내가 귀여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한다. ”방학인데 매일 도서관에 잘 따라와서 하루종일 책 잘 보는데 어디든 데려가줄게! “ 아이가 가고 싶은 곳을 듣고 나서야 호기롭게 대답했음을 후회했다. 아이가 가고 싶은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


<새로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점>




이미 각종 뉴스와 인터넷기사로 주변의 교통체증과 엄청난 인파를 접했기에 당분간은 가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워낙 사람이 많은 곳을 다니기 힘들어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인데 엄마랑 형을 따라 하루의 반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작은 아이가 안쓰러워 한번 데려가면 되지 싶어 가고 싶은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브롤에 좋은 아이템이 거기 있다 ‘고.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대형 쇼핑몰이 오픈했는데 무슨 게임 아이템을 준다는 거지? 오픈 행사려니 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고 안된다고 못 박았다. 틈만 나면 게임하려는 형을 따라 자꾸 게임의 세계에 일찍 물들어 가는 것도 속상한데 게임 아이템 때문에 그 번잡스러운 난리통에 가자고 하다니


<스타필드 1층 선착순 게임을 위한 게임장 뒷편>


게임을 좋아하는 어른도 많고 실제로 주변에도 아이와 게임을 하는 가족들을 종종 만난다. 개인적은 취향을 존중하므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집은 엄마아빠부터 게임하는 분위기가 아닌 걸 어쩌겠는가. 처음부터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하다 보면 순식간에 흘러가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고 승부욕이 너무 강한 나머지 대결에서 지는 걸 못 견뎌 즐기지 못하고 화와 짜증이 용솟음치는 모습이 싫어져서 게임을 다 지우고 멀리했다.


아직은 어린아이들이라 그런 건지 친구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인지 각종 게임을 하고 싶어 졸라대는데 자기 통제력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부모의 통제와 허락아래 할 수 있지만 계속 통제하고 거절하기도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고학년이 된 큰아이가 하교 후 친구들과 떨어져서 슬픈 얼굴로 다가오면 걱정이 앞선다.

“엄마 친구들이 다 롤게임하는데 나는 롤게임 안 한다고 하는 애들끼리 한 친구집으로 다 가버렸어. “

친구랑 놀자고 새로운 게임을 추가하고 게임 시간을 더 늘리는 건 안 되는 걸 아는 아이가 포기하듯 하는 하소연에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무작정 친구들이 하는 대로 모든 게임을 시켜줄 수가 없으니 난감하고 답답한 마음을 숨기며 아이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 내내 가보자고 졸라대는 아이들에게 방학 내내 여행도 특별히 못 가고 공부만 시킨 게 못내 미안해서 “도서관도 안여는 월요일 아침부터 누가 오겠어! 한 번 가서 구경해 보자!” 일찌감치 시간을 계산하고 출발했나 큰 착각이었다. 주차장은 오픈 10분 전부터 입장가능하다고 통제하는 바람에 주변을 길게 둘러싼 차들과 통제하는 직원들과 중간중간 끼어드는 차들까지 혼돈의 정점에서 사람들이 계속 차에서 내려 입구에 줄을 서고 있다. 선착순 선물을 주는 건가 싶어 개의치 않고 순서대로 들어가 주차를 하고 올라가 보니 이미 아이들과 어른들이 폰을 들고 이리저리 뛰고 헤맨다. 보이는 의자마다 앉아서 오락을 하는 초등남자아이들이 계속 보이는 걸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 내 아이들도 우왕좌왕 뛰기 시작한다. 따라가 보니 긴 대기 줄을 찾아 대기하다 예약번호를 받았으나 227번. ‘이제 오픈한 지 10분 지났는데?’ 의아해하는 사람들 옆으로 직원이 확성기를 들고 외친다.

“200번 넘어가신 분들은 6시 돼야 가능하시다고 알고 계실게요~“

’ 뭐? 저녁 6시? 오전 10시인데?‘ 귀를 의심했다.


<게임 이벤트장 입구 전시물>



예약 번호를 받았으니 일단은 엄청난 인파에서 벗어나본다. 자리를 옮겨 위층으로 갔으나 여기도 사정은 마찬가지. 빈 의자마다 폰을 들고 게임을 하는 아이들로 북새통이다. 아이들과 점심을 의논하고 매장을 둘러보려는데 방송이 나온다  

”오늘 브롤스타즈 예약은 마감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오픈한 지 24분이 지났을 시점이었다.


아이들과 상의에 돌입했다.

“여기 끝까지 있음 학원을 못 가, 점심 먹고 가야 바로 학원에 들어갈 수 있어 “

”대신 다음 날 꼭 다시 와야  “

”그럼 수요일에 학원 시간이 늦으니까 수요일에 다시 오자!‘

협상이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면서 약속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아이들이 예약과 줄서기 오픈런을 하는 이유>




수요일 아침. 약속대로 브롤스타즈를 위해 다시 스타필드에 가기 위해 스스로 알람을 맞추고 안 하던 새벽기상을 해서 학원숙제에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기가 막혔다. 이렇게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게임에 대한 사랑을 지켜주고 싶지 않구나. 새벽부터 일어나 밥 먹고 숙제하고 분주한 아이들 그러나 막히는 도로와 차들. 결국 9시 40분이 되어서야 스타필드 입구에 도착해서 주차장 줄에 합류하자

“엄마 우리 먼저 가서 줄 서있을게!” 두 형제는 급하게 폰을 들고 뛰어간다. 게임을 위해 뛰어서 오픈런이라니!


지하에 주차를 하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전화

“엄마 우리 131번이야 “

”벌써? 10시도 안 되었는데 어떻게 예약을 했어? “

”아 줄 서서 대기한 사람들 먼저 예약해 줬어 “

오픈 20분 전부터 서있어도 100번이 넘어간다는 사실에 황당하기만 하다.


”엄마 주차하고 올라와. 1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그렇게 시작된 대기의 늪. 2시간이 지날 무렵에도 80명 이상의 대기 인원을 보고 과연 언제 차례가 될지 두려워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즐겁기만 했다.



<한켠에 마련된 브롤스타즈 캐릭터들과의 포토존>


점심시간이 가까워 온 아이들이 배고프다 아우성. 대기는 70번대를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점심을 먹고 다시 별마당 도서관 빈자리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대기했는데 오전보다 순서가 빨리 줄어들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지 5시간 만인 3시 무렵이 되어서야 아이들 차례가 다 되어 갔다. 마음이 급한 아이들은 게임장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었고 아이들과 같이 들어갈 수 없다는 직원의 말에 아이들의 짐을 받아 주차된 차에 넣어두고 올라가는데 걸려온 전화

“엄마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우리 끝났는데” 화가 나서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10분도 안 지났는데? 뭐가 벌써 끝나? “

“상대가 너무 잘해서 한 게임당 1분도 안 돼서 져서 2게임하고 끝났다고 나가래서 나왔어”

세상에 이럴 수가 5시간 기다려서 5분도 못해보고 게임장을 나와야 해서 아이는 너무 속상했던 거다.

게임을 못하면 무한 대기에서 찰나의 경험을 하고 나와야 하다니 허무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거다.


일단 격양된 아이를 진정시켜야 했다. 상대팀 형들이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데 너무 잘했다고. 순서대로 묶어준 3명이 다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순식간에 져버려서 2~3분 남짓 해보고 나와야 했다는 게 아이 설명이었다. 아이가 속상함을 누그러뜨리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매일 수백 명의 아이들이 오기에 이렇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걸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먼 지역에서 온 아이들도 오락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이벤트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침 일찍부터 어린아이부터 부모까지 오픈런을 불사하며 찾아왔지만 오랜 시간의 기다림 뒤에는 아쉬움으로 가득한 순간의 게임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이라는 사실이 씁쓸했다.


“대기하느라 고생만 하고 얼마 해보지도 못해 속상하잖아. 이제 게임 이벤트 가자고 하지 말고 게임에 너무 열정을 쏟지 마.” 아이가 이번에 한 실망으로 게임에 대한 열정이 꺾였으리라 확신을 하고 던진 엄마의 말에 아이가 대답했다.

“엄마 확실히 팀 전은 팀을 잘 짜야해. 팀원이 중요한 거 같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동문서답이란 말인가

대체 어떻게 해야 게임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사그라들지 번뇌의 늪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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