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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Mar 14. 2024

중학교 첫 혼돈 속에서

아이는 정신을 못 차리고 엄마는 정신이 나가고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했다. 엄마는 실감 나지 않는다. 교복을 맞출 때만 해도 아이가 입학식을 오지 말라고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조심스레 의견을 묻자 흔쾌히 엄마가 입학식에 오면 좋겠다고 대답해 내심 기분도 좋고 설레었다. 무슨 옷을 입고 가나 옷도 없는데 신발도 사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졌다. 맨날 청바지에 후드티,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둘 맨 채로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사는지라 옷을 사거나 꾸미고 다닐 일이 거의 없다. 참석해야 할 행사가 있으면 바짝 긴장부터 된다. 아이의 입학이 다가올수록 학교에서 보내주는 공지 하나하나에 긴장이 된다. 드디어 도착한 입학식 공지는 부모의 참석 여부가 없었다. 정상 수업으로 학생들만 등교하고 3~4교시에 각자 교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입학식을 진행한다는 공지를 보고 내심 실망스러웠다. 아이도 원하는 중학교 배정을 받지 못해 너무 힘들고 속상해했는데 입학식 없이 혼자 학교에 가야 한다니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학교 방침을 따라야 하지만 석연치 않았다.


입학식 날 아침, 교복을 입은 아이를 보는 엄마는 기분이 천 갈래 만 갈래다. 너무 작아서 부서질 것 같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보다 키도 등치도 훨씬 커졌다. 이마는 여드름에  정복당한 지 오래고 흡사 양복 같은 교복셔츠에 넥타이까지 맨 걸 보니 뭐라 설명할 표현을 찾을 수 없는 기분이다. 언제 이렇게 부쩍 커버린 걸까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를 보는 듯 이상하게 느껴진다. 아이는 혼자 가겠다며 가방을 둘러메고 나선다. 친구 엄마들은 아이가 가방도 브랜드를 골라서 사달라 하고 옷도 신경 쓴다는데 내 아이는 초등 때 매고 다니던 가방을 그냥 쓴다고 해서 허락은 했지만 마음 한편이 안 좋았다. 실내화주머니도 초등 6년 내내 들고 다니던걸 그냥 가지고 간다 해서 엄마들이 많이 사준다는 걸로 골라서 바꿔줬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그래도 엄마 아빠말을 잘 듣는 아이라 챙겨 들고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손을 흔들며 가버린 다 큰 아이 뭐가 그리 걱정인지 엄마 혼자 베란다에 매달려 아이가 안 보일 때까지 쳐다보고 있다. 아이는 느끼지 못하지만 엄마는 서서히 스스로 이루어가는 아이의 독립이 기특하면서도 슬퍼진다. 엄마 안에 크게 자리 잡았던 아이의 공간이 점점 비어 가고 있음을 더 강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루종일 아이의 모습과 생활이 궁금했던 엄마와는 다르게 하교 후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 아이의 모습이 어둡지 않아 안심된다. 새로운 학교 적응과 입학식, 학교 생활과 친구들에 대해 물어보지만 “괜찮았어. 별일 없었어” 대답이 너무 짧아졌다. 조잘조잘 말이 끊이지가 않는 아이라 들어주기도 힘들 정도여서 어쩜 이렇게 말이 많을 까 걱정을 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변해버리는 건지 아직은 적응이 안 된다. 6학년부터 같은 반에서 사이가 안 좋아 힘들어했던 친구와 또 같은 반으로 배정이 되어 걱정했던지라 물어보지만 그저 괜찮다는 대답뿐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중학교는 조용히 보내고 싶어. 선생님한테도 따로 연락하거나 이야기하지 말아 줘 “ 간곡히 부탁을 해온다. 표정부터 어두워지는 모습에 아이가 엄마의 관심이 힘들었던 걸까 선생님께 친구와 불려 가 이야기 나누는 시간마저 힘들었을까 내심 미안해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하교 후 아이가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엄마는 한 번 안심하고, 별일 없이 잘 지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한 번 안심을 한다. 간간이 들려주는 친구들과의 이야기와 학교 생활이야기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엄마 근데 나 급식 당번 봉사 한 학기 동안 한다고 내가 손들었어!”

“갑자기 왜? “ 이유를 물어보니

“봉사점수 준다고 해서 다 손들었지. 사실 초등학교부터 같은 학교에 다녔던 지적 장애를 가진 그 친구 있잖아 그 애도 우리 반 이거든. 그 친구 도와주는 봉사도 손을 들었는데 다른 친구가 뽑혀서 급식당번에 손을 다시 들어서 한 학기 동안 봉사 하기로 했어.”

말하는 내내 기분이 좋고 살짝 흥분되어 보인다. 어릴 때부터 손 들고 나서기 좋아하는 아이는 계속 미끄러지는 학급입원 선거에도 계속 낙방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매번 열심히 나가더니 결국 6학년 1학기 부반장이라도 한 번 당선되어 보고 졸업을 했다. 중학교에 가도 그 열정만큼은 사그라들지 않았나 보다.


하교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학원 가기 전까지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여유시간이 길지 않다. 엄마와 도서관으로 이동하며 아이의 얼굴을 보니 수심이 깊어 보인다. 별일 없이 잘 지낸다면서 문제라도 있는 걸까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레 걱정이 있느냐 물었다.

"친구들하고 놀고 싶은데 얘들이 전부 게임하러 PC방에 간대. 난 엄마가 안된대서 그냥 오는 거야"

친구들과 놀고 싶었는데 아쉬웠던 거다. 가슴이 답답해지며 의문이 들었다.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들이 왜 하교하고 친구들과 노는데 PC방을 가야 하는 걸까? 주말에 가는 친구들도 있다며 롤 같은 게임을 왜 안 하냐고 친구들이 물어온다고 했다. 중학생 남자아이들은 길이던 도서관이던 모이면 앉아서 죄다 오락만 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손과 눈은 핸드폰을 향해있고 입은 친구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폰으로 게임하는 것도 모자라 왜 PC방까지 가는 건지 다른 부모들은 어느 정도 허용이 가능한 현실상황을 내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내 아이만 별난 아이가 되어가는지 혼란스럽다.



아이가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이길 원만한 교우 관계이길 바라고 도와주고 싶은데 어느 정도의 제한이 적정한지 어느 정도까지 아이가 원하는 자유를 주어야 할지 경계가 모호하고 어려운 순간들의 연속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음도 아직은 무겁지만 부디 원하는 즐거운 일들 많이 하고 친구들과도 즐겁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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