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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Apr 01. 2024

마복림 떡볶이가 먹고 싶어!

두 번째 시선


오랜만에 시간이 난 일요일 오후 도서관을 가는 길에 전화가 온다. “언니 어디야?” “도서관 걸어가는 중인데” “그럼 나도 같이 가 내가 차로 데리러 갈게 내 차 타고 거기 가서 르뱅쿠키 좀 사서 도서관 같이 가자.” “그 르뱅쿠키 그만 좀 먹어. 비싸고 가기도 복잡하고 너 다이어트한다며!” “안돼, 한참 못 먹어서 죽을 것 같아. 얼른 하나 사서 글 쓰러 도서관에 같이 가자!” 왜 꼭 그 가게 그 쿠키여야 하냐니까 그 집 그 쿠키가 제일 맛있단다. 그녀의 요구사항은 정확하고 단호하며 일정하다. 나 역시 일관되게 이해가 안 된다. 하도 맛있다고 툭하면 사러 가서 같이 먹어봐도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결말은 같다 항상 내가 못 이기는 척 들어준다. 같이 차를 타고 가서 쿠키 사는 걸 구경하고 도서관으로 이동하는데 “언니 나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 먹고 싶어! 먹으러 갈래?”

가고 싶은데도 먹고 싶은 것도 정확한데 주말에 집에만 있지 말고 나들이 겸 가족끼리 다녀와도 좋지 아니한가 “남편이랑 애들 데리고 다녀오면 되잖아“ “막내는 나랑 취향이 같아서 한번 같이 다녀왔는데 남편과 큰 아이는 굳이 거길 가야 하며 절대 안 간대. 근데 또 먹으러 가고 싶어.” 오래 만나온 가족들 성향을 아는지라 이해는 하는데 마음 한쪽이 안쓰러워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매번 ‘어디 가고 싶어‘ ’먹고 싶어‘ 하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같이 가줘야 할 것 같다. 오지랖과 급한 성격이 발동해 큰 소리로 “나랑 가면 되지!”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언니 당장 가자!“ 이런 급행열차 같은 대답은 심히 당황스럽다. 항상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살고 교회 일과 모임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 하거나 ”오늘은 그냥 집에 있을래.“가 기본멘트인 사람이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살짝 당황했지만 엄청난 추진력을 보이는 걸 보니 그렇게나 먹고 싶은가 싶어서 놀려댄다. ”그렇게 먹고 싶어? 넌 나 없으면 어쩌니“





토요일 저녁에 한 약속은 이틀 뒤 월요일 아침에 실행되었다. ”너 8시 반까지 안 나오면 안 간다.“ ”언니 너무 빨라 10분만“ ”안돼“ 일부러 더 엄포를 놓아본다. 늦잠 자거나 준비가 늦을까 봐. 그래봐야 긴장하거나 걱정할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지만 혼자 애매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는 것도 난감할 때가 있으니.


아이와 등교를 하러 나왔는데 아직 막내 등교 준비가 안 끝나서 늦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일단 막내를 등교시키고 이야기해야지 싶어 아이를 교문에 들여보내고 뒤돌았더니 그녀의 막내아들이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학교로 뛰어들어 간다. 깜짝 놀라는데 카톡이 온다. “언니 나 준비 다해가 곧 나갈 수 있어!” “안 그래도 막 애들 학교 들어갔어. 집 근처로 갈게 나와.” 이렇게 빠른 아침준비라니, 벌써 나오고 있다니 진짜 먹고 싶었나 신기하면서도 이해는 어려운 P.



길 찾기의 달인인 내가 앞장서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한다. 버스에서 익숙하게 자리 잡고 각자의 편안한 패턴으로 이동한다. 특별히 대화하지 않고 한 공간에 있어도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걸 보니 우리가 지내온 시간이 길기도 하지만 이렇게 편했었나 신기하다. 광역버스에서 내려 신당동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러 이동하는데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나보고 길 찾으라면 못 찾을 거야 어떻게 이렇게 잘 찾지?” “자주 오니까. 지난번에 어떻게 왔는데” “둘이 택시로 이동했지”


신당동을 내려 골목을 걸어 떡볶이 거리가 보이며 마복림 간판이 보이자 큰 환호성을 지른다. 사실 나는 대학 시절 동대문에 자주 와서 춤추며 공연도 하고 나면 그 친구들과 떡볶이며 닭발이며 같이 먹는다고 자주 왔었다. 최근에는 남편과 장남이 좋아해서 여러 번 와서 먹고 간 데다 떡볶이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다 보니 별 감흥이 없다. 떡볶이 하나로 신나 하는 걸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의외로 조용한 가게 앞으로 갈수록 월요일 아침이라 누가 떡볶이를 먹겠어? 우리만 있으면 어쩌지 하며 들어갔으나 매장 안에 이미 떡볶이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 신기했다.




익숙하게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이곳의 단무지 특징을 설명했다. 떡볶이를 끓이며 단무지를 뜯고 먹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고 끓기 시작하는 걸 보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금방 익어가는 떡볶이를 보며 익은 것부터 먹기 시작하한다. 떡볶이를 먹는데도 둘 다 호불호가 정확하고 정 반대의 성향이라는 게 드러난다. ”나는 남편이 라면을 자주 끓여서 라면이 별로야“ 라며 어묵과 양배추 등을 집어 먹고 있으니 ”그래? 난 라면이나 당면이 제일 좋아“ 하며 면 종류만 집어다 먹는다. 서로 전혀 다른 식성이라 서로 먹는다고 싸울 일은 없겠다. 각자 좋아하는 걸 집어 먹다 보니 금방 먹어 치우고 있는 우리. 그나저나 여기 올 때 나는 배도 안 고프고 떡볶이도 안 좋아하는데 먹을 거 앞에서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또 실패인가 다이어트.




언제 먹어도 떡볶이는 맛이 비슷하지만 끓여놓고 퍼주는 떡볶이와 바로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의 차이는 알겠다. 그래도 떡볶이보다 단무지를 더 좋아하기에 편하게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단무지가 박스채 놓여있는 게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포인트. 떡볶이를 끓이는 사이 얼른 두 개의 단무지를 더 가져온다 혼자 기본으로 두 개는 먹어야지! 이만하면 떡볶이를 먹는 건지 단무지를 먹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잘 익은 즉석떡볶이와 어묵, 라면과 쫄면 그리고 옛날 분식맛을 느낄 수 있는 만두까지 담아 놓고 보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비주얼. 혼자 사진을 정신없이 찍고 올려다보니 맛있게 정신없이 먹고 있다. 저렇게 잘 먹는데 안 왔으면 어쩌나 뿌듯해진다.





먼저 온 사람보다 우리가 먼저 클리어했다. 이유는 말없이 열심히 먹었기 때문에. 음식을 보면 열심히 속도를 내서 먹어 치우는 점은 같은 우리. 다 먹고 나자 가게를 나서며 “언니 이제 집에 가자” 목적 달성했다고 다시 직진인 건가. 이번에는 니 뜻대로 안 되겠다. “동대문은 애들 보내고 왔다가기에 거리가 멀어서 쉽지 않아. 어떻게 떡볶이만 먹고 바로가냐 걸어서 금방 동대문이니까 들렀다 가자!” 망설이며 거부의사를 비추지만 얄짤없다 이번엔.



가족들과 걸었던 거리를 같이 걸으면서 오늘의 서울나들이 가이드가 되어본다. 이쪽으로 가면 된다. 여기가 이런 데다 설명을 하며 금방 다다른 DDP를 설명하는데 처음 온단다. 둘 다 서울서 나고 자랐는데 나 혼자 너무 다닌 건가 싶어 이전에 모습과 같이 설명을 해준다. 그렇게 걸어 동대문 종합시장과 어릴 때 많이 다녔던 책방 거리를 이야기해 주며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애들하고 나와서 동대문이랑 DDP 와서 구경하고 가” 제안도 해본다.


동대문을 지나 걷다 보니 쭉 이어진 청계천을 보며 “언니 나 여기도 처음 왔어!” 이렇게 해맑게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나라도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든다. “그럼 우리 시간 있으니까 좀 더 둘러보고 가자.“ ”언니 나 청계천 내려가서 걸어보고 싶어!“ 청계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아 내려가서 걷고 있으니 산책을 하는 사람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다. 나에게는 자주 와서 익숙해서 신기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아이처럼 좋아하는 걸 보니 억지로라도 잘 데려왔다 싶다. 청계천 안의 물고기와 청둥오리를 보며 신기하다고 사진 찍는 걸 보니 흡사 우리 아이들 같아서 뒤에서 지켜봐 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청계천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광화문 가까이에 가면 다리에 얽힌 사연이 있다고 주변에 있는 건물과 위치에 대해 이야기해 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에 갈 시간이 가까워 온다.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거리를 고스란히 걸어 다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을지로까지 가이드해주었다.



어둑하고 쌀쌀하던 날씨가 언제였냐는 듯 조금은 쌀쌀함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따뜻해지던 월요일 아침. 시작은 떡볶이를 간절히 먹고 싶은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시작되었던 우리의 서울행이 계획에 없던 서울 탐방 한 걸음이 되었다. 선천적인 오지랖 덕분에 가이드를 자청해 짧은 시간 길지 않은 코스였지만 새로운 경험을 시켜준 것 같아 뿌듯했고 즐거운 대화와 산책으로 마무리가 되는 우리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남을 복되게 하면 자신이 행복해진다” (by Johann Wilhelm Ludwig Gle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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