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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May 20. 2024

영양제를 거부하던 40대의 결말

모두 쓸어 모아 입속으로 탈탈


주변에서 아프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와도 나는 큰 병이 생기거나 아프지 않고 평생을 건강하게 지낼 줄 알았다. 잘 먹고 잘 놀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매일 만보 이상 걸었고 종종 등산을 했다. PT나 필라테스 수업도 받아보고 골프도 쳤다. 격렬하지 않아도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일상인 사람이다. 매일 루틴을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 무슨 영양제가 필요해! 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느껴지는 스트레스 강도가 점점 심해질 때면 ’이 정도야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잖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하루살이가 되어 넘기곤 했다. 기대에 균열이 커지기 시작하고 몸에 칼을 대는 순간이 다가오자 두려움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피곤하고 지치긴 했지만 크게 아프지 않았다. 남들도 몇 번이나 겪었던 코로나도 비켜갔고 코로나 예방접종에도 무난히 넘어간 나에게 남편은 혼자 슈퍼유전자를 가진 게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온종일 밖을 종종 대며 돌아다니고 가만히 쉬지 못하고 일을 만들어하는 사람인데도 건강하고 잘 지낸다고 떵떵대고 있었다. 40대를 관통하며 온몸에 문제가 하나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답답하고 허무해서 허공에 대고 수없이 외쳤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거야. 40대가 되면 이렇게 많은 일이 생긴다고!’



내가 너무 대비 없이 무지했던 걸까? 주변의 걱정과 조언을 귓등으로 넘겨버리고 귀를 막은 들소처럼 내가 원하는 길로 돌진을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탈모를 시작으로 노안이 오기 시작했다. 약을 먹었고 병원을 갔으나 중증이 아니라 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다. 그제야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고 불안함으로 시작했으나 안도감으로 마무리되었다.


작년 봄, 갑자기 일어난 가슴의 작은 문제가 점점 커져 시술이 수술로 바뀌었다. 남들은 생겼다가 없어진다는 몸속 작은 알갱이가 몸 밖으로 터져 나와 결국 몸에 칼을 대야 했다. 간단하다는 말도, 흔히 일어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었다. 나는 괜찮을 거라고 무사히 넘어갈 거라고 무의식적인 믿음은 대체 어디서 생겨난 건지. 하지만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나’는 다른 누군가인 ‘남’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봉합이 잘못되어 큰 고생하고 나서야 정을 맞은 것 같았고 가슴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여름을 지나고 가을을 건너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평소처럼 자고 일어났는데 얼굴이 이상하다. 통증도 없는데 오른쪽 얼굴이 부풀어 올랐다. 원인을 몰랐고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고민하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동안 아파서 한동안 치료를 쉬었던 치과의사가 다시 진료를 시작했다기에 만나러 갔더니 오랜만에 만난 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큰 병은 아니지만 내 가슴 수술과 연관이 있는 거냐 물었더니 ’ 면역력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의 조언대로 동네로 돌아와 집 근처 내과를 수소문해서 ‘면역력’을 높여주는 링거를 맞고 약을 먹어 회복부터 해야 했다.


아직 엄마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뭘 하든지 간에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통해야만 한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수많은 일을 벌여 놓고 수습은 엄마 잔소리로만 해야 하는 아이들. 그만하자고 설득해도 거부하는 아이들을 보며 ‘말을 들으면 애들이 아니지’ 한숨만 쉴 뿐. 아이들과 씨름하며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그저 ‘처리’하는 느낌으로 날짜만 흘려보다. 요일을 세어가며 주말을 기다리고 주말이 지나가면 다음 주말을 기다렸다. 아이들 학원 스케줄에 맞춰 하루살이로 살아가는 삶. 더 이상 아프거나 몸에 아무 문제 없이 하루를 끝내는 것에 감사하며 마무리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허공에 흩어진 걱정과 조언들. 내 안에 머물지 못했고 자극이 되지 못했다. 그저 지나쳐 흘러가 버렸다. 그렇게 시간 속에서 무난히 지나갈 줄 알았던 내게 천사가 나타났다. 예쁜 눈을 반짝이며 손에 선물을 꼭 쥐고 나타난 천사는 나도 하지 않던 내 건강을 염려했다. 나 스스로도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않던 오직 ‘나’만의 건강을 위한 세심하고 배려가 가득 담겨있는 영양제를 들고 .


깊은 숙면이 힘든 사람, 하루하루가 바쁜 사람, 유지어터로 칼로리를 고민하는 사람. 모든 약점을 다 고려해서 세심하게 고른 영양제를 선물 받아본 적 있는가? 심지어 남편조차도 걱정은 입으로만 외쳐댈 뿐이었. 이렇게 내 건강을 깊이 걱정해 준 마음에 울컥고 고마움을 다 전할 수 없을 만큼 벅찬 손길로 받아 들었다. 소중하게 받아온 영양제를 고이 모셔두길 얼마나 지났을까...

                                                                                                                                                                                                                                                                                                                                                                                                                                                                                                                                                                                                                                                                                   







그 이후 시작된 나의 일정에 스트레스가 가중되었고 소중하게 모셔진 영양제는 고이 잠들어가고 있었다. 영양제들방치하는 사이 몸에서 하나둘씩 이상반응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링거를 맞고 면역력이 좋다 해서 먹는 것도 열심히 먹고 스트레스도 줄여가려 모임도 많이 하고 즐겁게 지내려 노력했는데... 몸과 마음을 다시 뒤흔들기 시작하는 통증들로 점점 큰 걱정 속에 휩싸이는 기분이 들었다. 두렵고 무서운 시간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심장을 조여왔다.


이제 다시 같은 반복은 하고 싶지 않았다. 추천받은 고가의 영양제들을 내 손으로 고민 없이 순식간에 결제하고 도착을 기다렸다. 잠들어 있는 영양제를 깨우고 새로 온 영양제를 기꺼이 반기며 모두 쓸어 모아 몸속에 차곡차곡 넣어주었다. 이제 미루지 않아야 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것도 믿을 건 없다.






그저 노력하고 체크하고 의심해야 한다. 오래오래 살아야 해 이런 마음이 아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들에 건강할 수 있기를. 나로 인해 가족과 주변인들이 걱정하고 고생할 일을 만들지 않기를. 누구나 그렇지만 그런 상황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노력과 실천에 시동을 걸어보는 아침 루틴이 정착되기를. 강건한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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