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주의자의 치앙마이 ②

오감만족 치앙마이 여행기

by 경험주의자


촉각(觸) ① 독특한 마사지 받기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스파의 고장 태국에 오게 된 만큼 궁금했던 마사지들을 모두 경험해 보기로 했다. 몽둥이 찜질 같았던 ‘톡센’, 두 명의 마사지사에게 동시에 관리 받는 ‘포핸즈’, 대나무 밀대로 내 살을 밀가루 반죽처럼 밀었던 ‘뱀부’, 따끈한 찐빵처럼 생긴 ‘타이 허브볼’ 등등. 그 중 마사지 경험 자체가 목적이었던 ‘톡센’과 ‘포핸즈’ 마사지를 리뷰해보자.


‘톡센’은 치앙마이의 옛 왕조인 란나 왕국의 전통 마사지로, 나무 정을 대고 나무 망치로 전신을 두드려 혈행을 개선시킨다고 한다.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나 한적한 동네의 가정집 같은 곳으로 들어가 하늘과 초록색 잎들이 살짝 보이는 돗자리에 누웠다. 생각과 달리 망치로 계속 두드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손으로 압을 넣고 가끔 소뿔로 문지르기도 했다. 솔직히 마사지 자체는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나무 정이 몸의 나쁜 기운을 깨부수는 기분이 들었고 규칙적으로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ASMR 기능을 하여 잠과 명상에 번갈아가며 빠져들 수 있어 잘 쉬고 나온 느낌이 들었다.


‘포핸즈’는 두 명의 마사지사가 몸을 상하좌우로 대칭하여 동시에 관리해주는 것이다. 시간차를 두고 기다릴 필요 없이 대칭적으로 동시에 시원하다는 점이 좋았으며, 두 마사지사가 위에서 아래로 바톤을 터치하듯 문지르거나 네 손을 포개 동시에 압을 주기도 하는 등 행위 예술을 하는 듯한 매력도 있었다. 그러나 일반 마사지 대비 2배의 비용을 생각하면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성비 만족도가 높았던 마사지는 여성 전과자들의 출소 후 사회 재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마사지센터에서 받은 것이었다. 독특한 스타일의 외모와 전과자라는 편견 때문에 처음엔 몸을 맡기는 게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마사지 하는 과정에서 정성을 다 하는게 느껴지고 실력 또한 뛰어나 긴장이 풀려 스르르 잠도 들었다. 떠날 때는 엄지척을 하며 환하게 웃어주니, 역시 나에게 미소를 보내는 모습에 나의 편견도 깨끗이 지워져 더 이상 그녀는 전과자가 아닌 평범한 여성으로 보였다.


@ Tok sen wat srisuphan (톡센), Fah Lanna (뱀부), Oasis (포핸즈 & 타이허브볼), Women’s massage center by ex-prisoners (여성 전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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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觸) ② 코끼리와 교감하기

예전부터 코끼리 트레킹이나 서커스 공연 등 코끼리를 이용한 관광 프로그램은 공정 여행의 주요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요즘 이런 프로그램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코끼리와 함께 교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코끼리 보호소 투어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치앙마이 시내에서 1시간 정도 달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근처에 위치한 코끼리 보호소에 도착했다. 우선 분홍색 판초 형태의 전통복으로 갈아입고 휴대폰을 비롯한 모든 소지품을 라커에 둔 채, 코끼리와 자유롭게 부대낄 준비를 마쳤다. 우선 코끼리를 대할 때의 주의 사항이나 그들의 언어를 간단히 배운 뒤, 바나나와 곡물가루 등을 섞은 먹이를 직접 만들어보았다. 집들이 선물이 되어줄 동글동글한 먹이를 들고 야생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코끼리에게 다가갔다.


잠깐, 흔히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도 무서워한다는 진짜 동물의 왕이 코끼리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처음엔 먹이를 주러 옆에 다가가는 것 무서워 슬금슬금 움직였는데, 시간이 지나 어느덧 같이 물속에 들어가 그들이 코로 뿜어내는 물을 맞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문득 우리가 무서워하는 대다수의 동물들도 그 경계를 인간 스스로 만든 건 아니었을지 생각해 보았다. 같이 수풀을 산책하며 이름을 불러주고 가까이서 보니 참으로 길쭉했던 털을 쓰다듬으며 그들의 온기를 느낄 때, 코끼리는 묵묵히 길을 걸을 뿐이었다.


코끼리말고도 이 투어를 더 즐겁게 만들어 준 존재가 있었다. 바로 저 멀리 멕시코에서 날아온 유쾌한 가족이었다. 휴대폰을 라커에 두고 와서 아쉬워하는 나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준 아저씨와 아들, 영어를 못한다고 기죽기보다 Q&A 시간에 손을 번쩍 들며 당당히 스페인어로 질문하고, 멕시코까지 비행시간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대답 대신 엉엉 우는 시늉을 해서 큰 웃음을 준 아주머니, 코끼리보호소 투어는 감정이 풍부하고 따뜻한 그들과 함께해서 더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 Kerchor elephant ec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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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觸) ③ 무에타이 해보기

거의 10년 전 K-직장인으로 회사 생활에 지쳐있었던 어느 날, 퇴근 후에 무에타이를 하면서 몸을 쓰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쏵 풀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무에타이는 항상 언젠가 경험해 볼 버킷리스트에 있었기에, 치앙마이를 떠나기 전 날 마지막 액티비티는 한 시간 동안의 무에타이 1:1 클래스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체육관 문을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강한 기합소리와 펀치소리가 나를 압도했다. 잘… 할 수 있겠지? 과연 준비 운동부터 심상치 않았다. 왜 벌써 본론으로 들어간 느낌이 드는걸까? 준비 운동을 간단하지 않게 끝낸 후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나의 개인 선생님은 마주하는 상대가 되어주는 동시에 왼쪽, 오른쪽 주먹 치기, 엘보우, 어퍼킥, 니 킥, 발차기 등등 다양한 기본 동작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쉬지도 않고 ‘엘보우, 엘보우, 얍, 어퍼킥, 어퍼, 어퍼, 레프트킥…’ 빠른 템포로 끊임없이 동작을 시켜서 체력은 점점 고갈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한계에 도전하려는 듯 의지가 더욱 불타올라 고함을 지르며 동작을 이어갔다.


어느덧 한 시간이 흘러 수업이 끝날 때쯤, 분명 힘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최대치로 끌어올린 에너지를 쉽게 누그러뜨리고 싶지 않아 괜히 발차기 한 번 더해보고 장갑을 벗기 아쉬워 미적거렸다. 체육관을 나왔을 때는 강인하고 멋진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듯한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사로 잡혔다. 무에타이는 외적인 힘 뿐만 아니라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도 추천하고 싶은 운동이다.


@ Dang Muay T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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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남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국가는 2019년 이전까지는 ‘라오스’였고 그 이후엔 ‘미얀마’가 되었다. 마치 우연인듯 치앙마이는 바로 내가 좋아하는 두 나라의 정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곳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사랑에 빠질 듯한 예감이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직접 여행해보니 왜 한 달 살기의 메카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던 완벽한 치앙마이!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11월 말 건기의 날씨였다. 피부로 느껴지는 적당한 습도와 기온, 햇살, 바람의 조화는 한 마디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귀국한 이후 매일 마스크를 끼고 두꺼운 패딩에 모자까지 중무장한채 한국의 겨울을 지내면서, 단지 거리를 걸었을 뿐이었는데도 완벽한 날씨 덕분에 행복해서 콧노래를 불렀던 치앙마이에서의 시간이 너무도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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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를 앞두고도 새롭고 신기한 것들이 많은 나는 칠순을 맞고, 백세를 앞두고도 스스로를 경험주의자라고 부르며 세상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을 것 같다. 그 언제쯤 어디에선가 길을 걷다가 문득, 치앙마이에서의 날들이 떠오르면 판단잎과 레몬그라스 향기가 밀려오고 예술가의 마을 반캉왓의 푸르른 녹음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미소가 스르르 흘러나오겠지. 먼 훗날 ‘30대 후반 치앙마이에서 행복했던 나’를 추억하면서 세상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인사를 건네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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