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미성숙 ver.3

머무른 생각, 끄적임 한 줄

by 가은


어떤 상황들이 몰아치면 그것에 매몰되어 한껏 감정이 앞섰다가도, 잠깐 한숨 내쉬고 돌아보면 신기하게 먼지들은 다 가라앉고 문제의 본질만 남는다.

결국 나를 괴롭히는 건 문제의 상황이라기보다 그것에 얽혀있는 관계에서 오는 감정적인 요소들, 이를테면 그녀(그)가 어떤 문제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이거나 나의 어떤 문제를 그녀(그)가 알게 되면 많이 마음이 아플 텐데 하는 '감정'이었고, 그를 직시하는 순간, 문제를 해결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된다. 그 감정에 취하는 것이 (문제해결을 직접 하지 않으려는)일종의 책임회피를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말이다.

그것까지 지나오면 결국 스스로가 미성숙했구나, 못났구나, 현명하지 못했구나,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니었구나, 결론을 내린다.


동시에 결국 그런 결론에 도달하면서도, 스스로 이해하기 전 누군가가 먼저 이 말을 꺼내면, 그 사람은 냉정한 것이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고, 다정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 역시 결국 내 아집, 결국 미성숙일 거다.

조금은 많이 슬펐던 11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눈이 내리는 12월.
받아들이거나, 해결하거나. 둘 중 하나만 남았다.


지난 해 어느 날의 끄적임.

직면할 것, 그리고 해결할 것. photograph by Muse @부산 황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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