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른 생각, 끄적임 한 줄
웃음은 헤픈 것이고 감정은 사치라고 여겼던 때, 그냥 한마디로 베베 꼬였었던 그때의 나는 그 "지랄맞은" 성격 탓에 병원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응급실의 무채색 배려나 수술실의 차가운 공기가 나에겐 낯설지 않았다. 이 다음엔 이거, 이거 다음엔 저거. 내가 여길 또 왔구나, 냉기 가득한 과정들을 하나 둘 셀 수 있을만큼 익숙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사람이 죽다 살아나면 딴 사람이 된다고 했나. 응급실에 가는 거나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도 별 거 아니라며 센 척 하던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린 건 스물 둘의 경험이었다.
나도, 죽기는 싫었다.
자기객관화. 이 단어의 무게를 알게 된 뒤로 나의 선택과 반성의 기준은, "어제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가"가 됐다.
최근 며칠은 꽤 바보 같았다. 이유 모를 불편함은 나를 괴롭혔고, 웃으며 "그럴 수도 있지" 넘어갈 수 있는 일에도 예민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하다 안되어 묻어뒀다가 그러다가 괴로워 글을 썼고 그러다가 또 안되어 외로워했다.
본질적인 원인을 모르겠다면, 본질적인 감정부터 찾아보자 했더니, 두려움이더라.
마흔부터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는데, 내일의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그 두려움.
버릇처럼 섹시한 서른이 되리라 장난스레 내뱉었는데, 그 약속은 조금 미뤄지겠다. 서른도 아슬아슬하고 어른답지 못한 건 매 한가지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적당히 비겁하고 적당히 찌질해져버린 나라서, 부단히 돌아보고 반성하고 사고하지 않으면 그냥 이 소중한 모든 순간들이 치기로 지나가버릴까 두려웠나 보다. 삶에 대한 아무런 이해없이.
"삶은 앞으로만 나아가지만, 삶에 대한 이해는 뒤를 돌아볼 때에만 가능하다" - 키에르케고르
3년 전 오늘의 내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했다.
2013. 3. 13. 페이스북 포스팅.
11년 전의 나.
그리고 11년 후의 나.
오전 시간의 여유를 즐기때면 이유 모를 긍정에너지가 솟구쳐.
조금은 늦었다 말하는 나이에 마지막 학기를 다니며 뒤늦게 학업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요즘. 뭔지 모르겠지만 다 잘 될거 같은 기분 좋은 느낌^.^
나는 참 쉼이 많았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나 스스로가 설득되지 않는 일은 도무지 할 수 없었던. 왜? 라는 질문을 너무 많이 던졌던.
그렇게 쉼이 많았음에도 계속해서 고민이 끊이지 않던 건 내 정체성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과거에도 없었던 앞으로 미래에도 절대 없을 나만 가진 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벙 쪘다.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서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내 머리를 쭈뼛하게 만든 교수님의 이야기.
어제도 내일도 없을 유일무이한 나만의 정체성은 내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의 합이라는 것.
그동안 인맥, 스펙 따위의 말에 이유 없는 불편함을 느껴왔던 나였는데 내관계의 합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말들이었다.
슈퍼맨응가. 누누히 말하는. 나는 슈퍼맨이 되고 싶다. 스펙이 아닌 스토리로 가득찬 스페셜리스트. 이 말은 스펙을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스펙의 수준을 넘어선 스토리를 일컬었던 것. 그리고 내 스토리의 구심점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라는 것.
이제 지칠 필요도 한숨 쉴 필요도 없어졌다.
내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나와 관계 맺은 모든 분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항상 에너지 줄 수 있는 사람 될게요.
찾고 말테다.
내가 정말 원하는 곳.
그리고 내가 정말 필요한 곳.
11년 후 내 모습을 기대하면서.
아자 파이아*3*
ps.
아주 초큼 아쉬운 건..
이 사진을 보고선
이모와 삼촌이.....
왜 졸업 했는데 이야기 안했냐며.....
아직 졸업 안했습니다.
중학교 졸업 사진 입니다....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