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른 생각, 끄적임 한줄
작은 탄성. 계속 바라봄.
이를 반복하게 만들었던 소소한 선물.
색감에 놀라 유난을 떨었던 날 소름돋게 만들었던 건, 색약이라는 건넨 이의 고백이었다.
당최 답이 없을 정도로 거친 삶을 살았던(우리에겐 10년이 넘은 시간이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10년간 그가 색약이라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돌연 미술해서 대학을 가겠다는 진지한 다짐을 꺼내었을 땐, 웃기는 소리라며 웃어 넘겼다.
그러나 그 해 그는 그가 말했던 단 한 곳의 학교에, 너무나도 자연스레 입학했고, 졸업했고, 전문가가 되었다.
색약은 선천성이란다. 알게 된 건 조금 커서래. 그런데 그냥 그리는 행위가, 칠하는 행위가 좋아 밝기로 밖에 구분이 안되는 세상의 모든 색을 외워버렸단다.
그걸 또 말도 안된다고, 이건 무슨 색, 저건 무슨 색이냐며 나는 다그치듯 물어 재꼈다.
담담하게 모든 답을 맞추고는, 그는 되려 그 꽃 하나에 뭐 그리 색감이 어쩌니 유난을 떠나며 나를 별스럽게 봤다.
하늘 좋고, 바람 좋은 아침 길, 문득 꽃집 앞을 지나다 그 대단했던 담담함이 떠올랐다.
그래. 할 수 없을 거라는 선은, 그어봤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