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통로이현아 Jan 05. 2017

[교실속그림책]과 발리 우붓의 아이들과의 만남

영어 번역본을 우붓의 한 고아원에 기증하고 그림책 창작 수업을 진행합니다

Voluntraveling프로젝트 서울to우붓

[Picture books in the Classroom]           

   

떨리는 소식 하나 전해요. 그동안 아이들과 만든 [교실속그림책]을 영어로 번역하여 우붓의 <페르마타 하티>라는 고아원에 기증하고, 그림책 창작 수업을 진행 하게 되었어요.

이곳은 오소희작가님과 그 아들 중빈군이 몇 해째 봉사하고 있는 곳인데, 처음에 그림책을 번역해서 기증만 하려했던 일이 작가님의 제안에 신랑이 적극추진해주어 점점불어나 직접 우붓의 아이들과 수업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즐겁고 놀라운 일이예요.


완성된 총 13권의 영어 번역본 그림책과 그림책 창작도구들을 가지고 갑니다. 저희학교 원어민 교사 크리스티나 선생님께서 어린이작가들의 번역을 도와주셨고 이재윤 선생님께서 감수해주셨어요. 협력하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우붓 아이들과 창작한 수업 결과물을 한권으로 엮어 다시 13명의 어린이작가들과도 나눌 예정인데요, 아이들이 그림책으로 던진 여러가지 진심어린 화두가 우붓에서 어떤 이야기로 이어져가게 될지 기대되어요.

[교실 속 그림책]의 새로운 독자가 될 우붓의 친구들에게 어린이작가들이 직접 한땀 한땀 쓴 편지입니다. 고이 가져가 전해줄거예요.

캄보디아 여행 중에 만났던 팔찌 파는 아이들에게 가이드 아저씨가 했던 말 '가까이 가지 마세요' 그 한마디가 마음에 맴돌아 스스로가 부끄러워진 마음을 담은 그림책 'Don't get too close' (by Choi ji-yoon, 13-year-old)

크고 강한 새싹을 위해 약한 새싹들을 뽑아내는 솎아내기를 배우면서 실과 교과서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발견하고 '나중에 누가 더 클지 누가 알고' 애초에 뽑아 버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약한 새싹들의 목소리를 담은 그림책 'Sprout' (by Lee hea-bin, 13-year-old)

'슬픈 졸업식', '오포세대', '청년실업'으로 대변되는 사회문제를 미디어로 접하면서 느꼈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과 무력감에 "학사모를 써도 취업이 안된다는데, 우리는 왜 학사모를 써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꿈'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그림책 'Graduation Cap' (by Lee hea-seung, 12-year-old)

자신의 어둠에 대해 성찰하면서 그 어둠이 다름다닌 별을 반짝이게 하는 '우주'였음을 깨닫는 성장과 통찰의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린 그림책 'Darkness, and Galaxy' (by Shin Hyeon-seo, 13-year-old)

그리고 이 두 권의 그림책은 최지윤이 쓴 그림책 '가까이 가지 마세요' 를 씨앗으로 싹틔워진 이야기입니다. 올 여름 엄마와 함께 우붓의 고아원 페르마타 하티를 다녀온 두 자매는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새롭게 느꼈던 감정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최지윤의 캄보디아와 단이강이의 인도네시아 우붓, 서로 다른 여행지에서 만난 장면이지만 어린이작가들은 같은 마음으로 작고 낮은 곳에 따뜻한 시선을 주었어요. 페르마타 하티에서 탄생한 이 두 권의 책은 다시금 그 발원지 우붓의 토양에 또 다른 씨앗이 되어 심길 것입니다.      


아이들 이름표를 미리 만들어가려 고아원 원장님께 여쭤보니 이곳은 데이케어 센터의 개념으로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라 고정된 명단이 있지 않다고 해요. 연령대도 초중고로 다양하고 저와 신랑이 함께 수업 기획과 준비, 진행 등 모든 것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래서 막연하기도 또 더욱 설레기도 합니다. 즐겁고 감사한 일이예요.          

그리고 아래 사진은, 수업 시 착용할 저희 부부 이름표를 만들었는데요, 이날 만난 작가님께서 우붓 아이들과 웃으며 시작하라고 ugly 버전으로 저희 얼굴을 그려주셨답니다. 보기만 해도 벌써 풉. 웃음이 나와 즐겁게 준비하고 있어요.^^       


                                                                                                      

마음이 가득 차오르네요. 모쪼록 그림책을 매개로 우붓과 서울의 어린이작가들이 언어와 나이, 공간을 뛰어넘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작가의 이전글 [볼드저널] 3호에 글과 그림으로 함께하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