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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an 24. 2017

[교육미술관통로]페르마타하티에서의 그림책수업이야기(6)

[교실속그림책] 통로이현아Voluntravelling프로젝트 서울to우붓

                                                                                      

Voluntravelling프로젝트 서울to우붓
[Picture books in the Classroom] 
페르마타 하티에서의 그림책 수업 이야기(6)-교육미술관 통로 (통로 이현아)


수업이 무르익어가고 아이들의 마음에 담긴 이야기들은 글과 그림으로 형상화되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라는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그림책에 담았다. 

누라는 음악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 음악을 듣는 누라, 기타를 치는 누라, 그리고 사람들이 누라의 음악을 듣고 박수를 쳐주고 웃어주는 모습을 그렸다.  

누라의 월화수목금토일은 모두 음악이다. 그에게 음악이란 바로 그의 삶 자체이기 때문에. 

데와 리스키는 자신의 축구에 대한 사랑을 그림책에 담았다. 

메시를 좋아하는 데와 리스키, '축구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답게 '산 이야기'를 담았던 아궁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산, 그 산을 고아원 친구들이 회복시키는 이야기를 담았다.

태양 이야기를 썼던 데와는 인도네시아어를 썼다. 

한참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그림책에 감탄하고 있는 중에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예쁜 소녀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이름을 물어보니 sakman라고 했다. 삭만이라면..... 혹시....? 사망....? 나는 단이가 쓴 그림책 '페르마타에서 찾은 꿈'의 주인공 사망을 드디어 찾은 것 같아 기쁜 마음에 단이와 그림책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어제 수업에 오지 못했던 삭만은 내가 단이의 책을 읽어주었던 걸 듣지 못하였다. 단이가 쓴 그림책을 삭만에게 주며 'This is for you from your friend Dani!!'라고 말해주었다. 삭만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책장을 찬찬히 넘기더니 '박수'에 대해서 단이와 대화하던 장면에 이르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아, 이거 나야! 나 이거 알아! 알아!!'하는 제스쳐를 취해주었다. 삭만은 단이가 쓴 책을 수업이 끝날때까지 가슴에 꼭 안고서 그림을 그리다말고 꺼내어 보고 또 보았다.

삭만이 그린 꽃은 발리 어딘가에서 꼭 보았음직한 화려한 열대의 야생화 색감을 지녔다. 평소에 한국에서 아이들과 수업할 때 쓰는 것과 똑같은 12색 색연필을 사갔는데 어쩜 우붓의 아이들이 쓰는 색감은 저 꽃처럼 화려하고, 선명하고, 진한 열대의 색감들이 많아서 무척 흥미로웠다.  
(이 페이지에서 삭만이 그린 학교 그림이 왠지 낯설지 않은것 같았는데... 아니나다를까 페르만하티에 오기 전 들렀던 학교에서 보았던 바로 이 장면과 흡사했다.) 

요리하기를 꿈꾸는 삭만은 단이에게 다음과 같이 사랑의 메세지도 보내주었다. 

그리고 내 친구 단이에게 꼭 전해달라며 만든 편지함과 편지들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내 마음에 가장 깊에 와닿았던 책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 책은 타미가 쓴 'Wlof Story'이다. 타미는 정말 예쁘고 씩씩하고 명랑쾌활한 아이였고 내내 눈을 맞추고 활짝 웃으며 수업에 화답해주어서 얼마지나지 않아 금방 눈에 익고 정이갔다. 타미가 여우 이야기로 표지를 만드는 것을 보고 나는 [교실 속 그림책] 1호 정근우의 '여우의 꿈' 그림책을 가리키며 내 학생 중에도 여우 이야기를 쓴 아이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타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까 내가 수업하면서 책을 나누어 주었을 때 읽어보았다고 했다. 타미가 들려주는 여우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I love wolf 
because wolf like adventure in forest.
Hay... Can you see me...?
Yeah you are right
I am here

정근우가 그린 여우와 타미가 그린 여우가 그 특유의 세모꼴을 지닌 똑같은 모양새를 하고있어 무척 흥미롭고 신기했다. 산을 오르는 모습과 두 페이지를 연결한 페이지 활용도 흡사했다. 물론 타미의 산은 우붓을 담고있어 그런지 훨씬 풍성하고 화려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고 꽃도 피어있다. 아, 이다지도 흥미로운 작품의 재생산이라니! 내게 가장 각별한 책 중 하나인 [교실 속 그림책] 1호 정근우의 책이 타미에게로 와서 이렇게 또하나의 이야기로 탄생되어지는 것에 나는 마음 가득 전율하다못해 이 아이들의 작품을 가지고 한 편의 비교문화연구 논문을 쓰고싶어질 지경이 되었다.

I am strong, 
so I can stand on MOUNTAIN

그리고 타미의 마지막 페이지. 이 페이지가 강력한 힘으로 다가와 갑자기 목울대가 빳빳해져왔다. 

'나는 강하다. 
그래서 나는 산을 오를 수 있다, 산을 딛고 설 수 있다.'

우붓에 오기전 JB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을 하든 가장 밝게 웃고, 분위기 메이커인 타미는 어머니의 날 행사를 하면서 한동안 아유의 품에서 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타미는 부모님이 두분 다 안계시고 큰오빠가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 있다고 했고, 타미를 안아주었던 아유는 나중에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타미는 매일매일 자신의 슬픔과 용감하게 싸우는 것이라고' 

그 용감함을 위해, 자신의 삶과 용감하고 씩씩하게 싸워나가기 위해 몇번이고 되뇌었을 
'나는 강하다, 그래서 나는 딛고 설 수 있다.' 
타미의 그 한마디가 내게로 와서 이렇게 마음을 적신다.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수 있다....'



'맞아, 너는 강해. 그리고 나, 그리고 우리는, 강해. 
나도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산을 너처럼 용감하게 딛고 설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오를게.' 
나는 한동안 멈춰서서 타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목에서 울큰대는 것을 힘껏 삼켰다.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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