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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an 23. 2017

[교육미술관통로]페르마타하티에서의 그림책수업이야기(5)

[교실속그림책] 통로이현아Voluntravelling프로젝트 서울to우붓

                                                                                    

Voluntravelling프로젝트 서울to우붓
[Picture books in the Classroom] 
페르마타 하티에서의 그림책 수업 이야기(5)-교육미술관 통로 (통로 이현아)

새로운 아침이다. 어젯밤도 맹꽁이가 침대 아래 바닥에서 울어댔지만 충분한 Bintang 섭취 덕분에 푹 잘잤다.  오늘은 오후 수업을 앞두고 있어 우붓 시내로 나가보려한다. 한국에서 정신없이 일들을 처리하고 오느라 나는 여행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 비행기와 숙소 예약 등도 신랑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감당이 안되었을 것이고 이를테면 썬글라스도 챙겨오지 못했다...(집에 썬글라스가 왜 없는거지, 한참 뒤지다가 그냥 나왔는데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안에서 생각해보니 여름날 운전할때 쓴다고 차에다 넣어놓고는 여지껏 모른채 살아왔다) 여름 옷도 별로 가져오지 못했다. 꾸따에 있을 때 옷가게에서 39000원 가량의 썬글라스와 19000원 가량의 스카프를 구매하고 아주아주 흡족해하던 터라 기필코 오늘 우붓 시내에서는 원피스도 하나 구매하리라.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우붓은 오늘도 여길보나, 저길보나 초록, 초록, 초록 그 자체였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들도 둘러보고, 오토바이 소리와 차소리를 들으며 우붓 시내의 좁은 인도를 다시 또 '아슬아슬 모드'로 힘들게 걸었다. 이미 땀은 한바가지 흘렸고, 예쁜 원피스는... 왜이렇게 없는건지, 괜찮다 싶으면 앞이 훌러덩 파여져있고 또 괜찮다 싶으면 뒤가 훌러덩 파여져 있고... 그렇지, 한국에서도 맘에 드는 옷 하나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 이건 서울에서 왕서방찾기도 아니고 우붓에서 김서방찾기야... 여행지의 현지에서 기분좋게 현지 스타일의 옷을 하나 구매하여 입고 훨훨 나비처럼 날아보고자 했던 야심찬 나의 계획은 점점 이그러져 이젠 우붓에서 '옷 쇼핑'이나 하고 있는 것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볼까?' 하며 신랑과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오, 교복입은 아이가 보였다. 꾸따에서도 나는 교복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의 오토바이를 타고 위이잉 달리는 모습을 눈여겨봤었다. 그때 학교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택시 안에 타고 있어서 그러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급히 사진만 남기면서 계속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린 걷고있지 않은가! 게다가 시간도 충분히 있다! 우리는 옷 쇼핑은 관두고 교복입은 아이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여기 어디쯤 학교가 있나봐!' 하면서 걷는데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과 뒤엉겼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에게 아이들이 가서 사먹기도 했다. 하교길의 아이스크림, 꿀맛이지. 

그리고 아이들은 하나, 둘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아이들이 썰물처럼 밀려나가고, 한순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각자 자신의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겠지? 고개를 들어보니 운동장처럼 보이는 공터가 있었는데 우리 학교의 다섯배는 되어보였다. 

여기서 아이들이 축구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러나보다. 쭉 운동장을 따라가보니 다음과 같은 학교 팻말이 있었다. 

저 주황색 지붕의 건물이 학교였다. 학교 안이 궁금해서 빼꼼히 보았지만 문이 잠겨있었다. 우리는 아쉬우나마 학교를 한바퀴 빙 둘러보기로 했다. 

둘러보다 보니, 맞은편에 식당이 하나 보였다. School Restaurant라고 적혀있는데, 뭐지? 급식소인가? 하면서 우리는 가까이 가보았다.

'Eat hear and Help the disabled kids'라고 적혀있는 이곳은, 식당이었다. 사진으로 찍지는 않았지만 처음 식당에 들어갔을 때 한 서양 여인이 지체장애 아이들 여러명과 함께 빵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한 아이가 뛰어나와 신랑과 악수를 하며 마구 포옹을 했고, 한 어른이 아이 이름을 마구 부르며 진정시키고는 우리에게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하였다. 우리는 아이들과 쿠킹 등의 활동을 하는 방과후학교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서 우리는 나시고랭 등을 먹었는데, '집밥' 같은 맛이었다. 한국밥도 '맛있다', '맛없다'와는 또다른 별개의 개념으로 '집밥'과 '식당밥' 맛이 다르듯이 여기 발리에서도 그러했다. 왜그런걸까? 에 대해서 시시콜콜하게 토론하면서 우리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가 나는 말했다. '우리 같이 이곳 저곳 여행 많이 다녔는데, 현지에서 '학교'를 가보거나 눈여겨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아니, 나는 미국 여행때도 그렇고 캐나다 여행 때에도 '학교'라는 건 한번도 못본거 같아. 물론 스탠포드 같은 대학교는 가보았지만 그건 거의 관광지같은 느낌으로 돌아본 것이었고... 학교가 분명 있었을텐데, 내가 관심을 안가져서 못본거였나?'


우리는 입장바꾸어 한국에 어떤 관광객이 왔다고 생각해봤다. 그들은 여행 중에 한국의 학교를... 아마도 전혀 보지 못하고 갈 것 같다. 일단 학교에는 담장이 있고(열린학교 시절엔 허물었다고 하나 지금은 철벽같은 안전주의 시스템이 장착되어), 보안관님들께서 철저히 관리를 하여 외부인은 허락을 받아야만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 학교의 문턱이 높은 셈이다. 교사의 입장에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그것이 나쁜 것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다 새삼 이곳의 학교를 보니 담장도 없이 뻥 뚫린 모습이다. 

나는 여행지의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고 한국의 학교와 비교하여 생각해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페르마타 하티의 아이들도 이렇게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겠구나, 여느 아이들처럼 이렇게 학교에 갔다가 오후에 그곳으로 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니 이 학교가 더욱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우연히 만난 이 스쿨 레스토랑에서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면서 먹었던 점심은 내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이 나라의 학교에 오니까 너무 좋다, 앞으로 우리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지 꼭 학교 하나를 찾아가서 둘러보자' 라고 다짐하며 우리는 식당을 나섰다. 




식당을 나서서 큰 길가로 나와 길을 건너자마나자 오오! 이게 웬일이야. 그렇게 찾아도 없던 바로 그 원피스를 드디어 만났다. 나는 옷가게로 바로 뛰어들어가 입어보고는 그냥 이대로 입고 나가겠다고 했다. 마음에드는 3만원 짜리 원피스 하나에 기분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올랐다. 그렇게 새로 산 우붓의 원피스를 입고, 다시 새롭게 채워진 마음으로 우리는 페르마타 하티로 향했다. 

오늘도 몽키포레스트로부터 이어진 초록길을 잘란잘란(산책)하며 초록 내음을 가로질러 걸었다. 상쾌하고 기분좋은 발걸음이었다. 

둘째날이 되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데에 열중했다. 나는 작품을 다 완성한 아이들을 위해 한가지 미션을 더 생각해갔다. 그것은 '나에게 페르마타 하티란?'에 대해서 써보는 것이었다. 시간이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활동을 빨리 마쳐서 시간이 넉넉했다. 한국에서 미리 핸드아웃을 만들어서 인쇄해 갔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란 생각에 아쉬웠지만 A4용지에 써달라고 설명하니 아이들이 잘 따라주었다. 

첫째날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그리느라 바빴던 아이들이, 둘째날이 되니 슬슬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읽기 시작하였다. 

유재석과 김구라, 박보검 등 연예인의 사진을 콜라주하여 만든 '난 왜 잘하는게 없을까'라는 책을 보고 두 아이가 너무 즐거워했다. '야 이거좀봐 진짜 웃기다' 

앨리스 이야기를 보면서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책을 들고 요리조리 즐겁게 돌아다니던, 너무너무 귀여웠던 Arjuna

아구스, 읽은거 맞지?^^ 몇 권을 내리달아 그림만 쭈르르륵 넘겨보던 아구스.

시키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이 잘 보고있는 그림책들을 다 모아와서 정리해버리던 아구스.... 괜찮아~~ 아직 더 봐도 돼~~~ 라고 몇번을 말해도 너무나 정리를 하고싶어하던^^




아침이면 어김없이 떠올라 한낮이면 무르익어가는 해처럼, 둘째날 수업도 그렇게, 서서히 무르익기 시작하였다.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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