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통로이현아 Jan 24. 2017

[교육미술관통로]페르마타하티에서의 그림책수업이야기(7)

[교실속그림책] 통로이현아Voluntravelling프로젝트 서울to우붓

                                                                                         

Voluntravelling프로젝트 서울to우붓
[Picture books in the Classroom] 
페르마타 하티에서의 그림책 수업 이야기(7)-교육미술관 통로 (통로 이현아)

이제 수업은 막바지로 흐르고 있다. 아이들은 한결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이야기하며 작품을 마무리하였고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의 뜨거운 열기를 미스티가 온몸으로 표현해주고있다. 수업 시작할 땐 여기저기 아이들 작품을 기웃거리며 꼬리를 흔들다가 이쯤되면 꼭 꿈나라로 떠나는 미스티... 

그리고 사랑스러웠던 아르주나. 내가 격하게 날려주었던 칭찬 리액션이 즐거웠던걸까? 하나 그리고서 와서 보여주고, 또 그리고서 와서 또 보여주고 했던, 너무너무 귀여웠던 아르주나

정말 사랑스러웠던 순간... 내게 수업의 best scene으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다.



이어서 '나에게 페르마타 하티란?' 이라는 질문에 망밍은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서 아이들이 마마 아유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페르마타 하티의 친구들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좋은 친구들과 행복을 찾았으며 'second home'과 같다고 표현했던 아궁과 에르미.

데와 리스키에게 페르마타 하티는 'second school'

주니에게 이곳은 'my life'.

아이들의 기록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나는 '공동체'에 대해서 또 '학교'와 '리더'의 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보았다.

수업이 끝나가자 예쁜 Sri가 나를 그려주었다. 내 이름을 물어보아서 이름표를 보여주니 이름도 예쁘게 써주었다. 꽃을 들고서 나비까지 거느린 멋진 아가씨를 그려주어 고마웠다. 내가 마구 감탄하면서 Sri에게 칭찬 폭격을 날려주고 있는걸 바라보던 망밍이 왼쪽 구석에서 종이더미를 파헤치더니 한 그림을 가져가 우리 신랑에게 'This is you'라고하며 가져다주고 joon young이라고 이름을 써주었다. 

첫날 아이들 만나면 같이 이름 소개하고 인사하고 시작하자는 나의 제안에 신랑은 자신은 teacher아니고 helper일 뿐이라면서 극구 앞에 같이 서는것이나 수업중에 앞쪽으로 오는 것도 부담스러워했었다. 그런데 이 순간 처음으로 성큼성큼 아이들 안으로 가로질러 들어와 내게로와서 상기된 목소리로 '이 친구가 나 그려줬어! 이거봐, 나 그려준거야!' 라고 말하며 코앞에 종이를 들이밀고서 진심으로 기분좋아하였다. 신랑은 망밍에게 고맙다고 말하고서 그림을 보고 또 보았다. 

그렇지만 내가 예상하건대... 필시 이 그림은 신랑을 그려준 그림이 아닐 것이다. 그 근거는.... 
1) 일단 이 그림 속의 샤프한 남자와 우리 신랑은 전혀 닮지 않았다. 
2) 우붓 오기전 JB의 블로그에서 얼굴 초상화 그려주기 수업 한 것을 보았는데, 그림체가 아무래도 그때 그렸던 그림임에 틀림없이 분명하다. 
그래서 신랑에게 '이거...미안한데...신랑 아니야'라고 말해주려 했으나 너무 행복해하는 그 미소 앞에 차마 그 행복을 깨버릴 순 없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망밍은 Sri가 그려준 그림에 내가 마구 감탄할때 빈손으로 바라보던 신랑이 마음이 쓰여 무어라도 쥐어주고 싶었던 것일까? 어쩌면 인생에서 어린 아이가 그려준 첫 초상화일지 모를 그림 한 장을 손에 받아들고 감동의 물결이 물밀듯 밀려든 신랑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침대맡에서 자기 전에도, 연신 계속해서 '아아, 나 그려준아이... 생각난다. 망밍은 어떻게 나를 그렸을까...?' 하며 사랑에 빠진 행복한 눈빛을 보였다. 아이가 자신을 기억하고 그려주었다는 것이 그에게 너무나 감동적이고 인상깊게 남았나보다. 차마 그 행복을 깨뜨릴순 없어 아직까지도 진실을 말해주지 못하고있다.



그렇게 아이들과 총 32권의 그림책을 완성했다. 페르마타 하티의 아이들 29명과 한국에서 왔던 3명의 친구가 참여하였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함께 한 수업의 결과물을 한국으로 가져가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서 다시 페르마타 하티로 보내주겠노라 약속했다. 아이들은 들뜬 얼굴로 화답해주며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교실 정리를 모두함께 착착 해놓고서 내려오니 아유가 안아주며 선물을 주었다. 발리의 멋진 샤룽과 세가지 색의 실로 엮은 팔찌였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 나는 너무 고마워서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곧장 목에 둘렀다. 아유와 한참동안 작별의 인사를 하고 부엌으로 가니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바나나튀김과 라면땅 같은 튀김, 그리고 음료를 대접해주어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했다. 웃음이 가득하고 평온한 부엌이었다. 

아이들 한명 한명과 'I'll miss you'라고 말하며 꽉 껴안아주었다. 그리고 '우리 그림책으로 또다시 만나자' 라고 말했다. 아유와 아이들은 기쁘고 행복하게 작별하는 것에 익숙한 것 같았다. 해마다 많은 아이들과 작별을 하고 학년을 올려보내고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것에 나또한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짧은 만남의 작별이 너무나 섭섭하게 느껴졌다. 뒤돌아 인사하고, 또 인사하며 우리는 그렇게 페르마타 하티에서 나왔고 이미 저녁은 깊어 어둑어둑해진 길을 손을 꼭 잡고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걸었다.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작가의 이전글 [교육미술관통로]페르마타하티에서의 그림책수업이야기(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