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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an 12. 2018

[사서교사-직무연수]독서토론을 통한 그림책 쓰기의 실제

창의, 공감, 소통을 기반으로 한 자기주도 독서교육 설계

2017 서울초중등학교도서관교육연구회 직무연수
창의, 공감, 소통을 기반으로 한 자기주도 독서교육 설계

[사서교사-독서교육 직무연수]
독서토론을 통한 그림책 쓰기의 실제

사서선생님들과 직무연수 강의로 만나뵈었던 시간.
제주, 강릉, 세종, 전국 각지에서 오신 분들과 한자리에 모여
한파를 물리치는 훈훈한 열정을 주고받았다.
강의의 후반부, 선생님들께서 들려주신 은유거울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누려 한다.



1. 나는 질소가 가득 찬 과자봉지이다.
질소가 가득 찬 과자봉지.
정작 들어있어야 할 과자는 적고 과대포장을 하기 위해 사용된 질소가 많은 과자봉지처럼,
겉만 그럴싸하게 포장되어있고 알맹이가 적기 때문이다.
나의 진정한 알맹이를 발견하고 과자봉지가 터질 것처럼 가득 채우고 싶다.

어쩌면 우리의 이름 앞에 붙는 직함과 직위는 봉지를 채우는 질소와 같은 것인지 모른다.
가진 알맹이보다 더 부풀려진 그 직함과 직위 뒤에 숨어서 우리는 스스로를 그럴싸하게 포장 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마저 스스로에게 속아 마치 '엄청난 사람' 이라도 된 양 착각하는 것이다.
때때로 질소를 충전하듯 우리는 허세를 충전한다.
이것을 가지(고있는 것을 찍어서 올리)면,
이런 곳에가서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을 찍어서 올리)면,
이런데 가(는 것을 찍어서 올리)면...
스스로가 그럴듯한 사람이 된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알맹이가 줄어들어도 질소만 빵빵하게 채워넣는다면 포장지는 얼마든지 한껏 부풀어오른다.

그런데 강원도에서 오신 이 선생님께서는
그럴싸하게 포장된 스스로의 외양에 속아넘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과대포장을 인지하고 알맹이를 직시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직시하는 것. 그것이 없이 나의 본질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여, 이분은 본질적인 알맹이를 발견하고 싶으시다던 자신의 소망을 이미 한걸음 실현하고 계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나는 밤호박이다.
그냥 단호박이나 늙은 호박, 애호박보다
퍽퍽하고 단단하고 꽉 차있다. 답답한 면도 많다.
그리고 호박 속 무수한 호박씨들은
내 머릿 속과 마음 속에 들어있는 모든 것들이다.
생각도, 고민도, 관심도 많은 나는
이것들을 모두 내보였을 때
잘 자라날지, 혹은 자라다 죽어버릴지, 아니면 자라지도 못하고 썩어버릴지 미지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나 자신이 어렵고,
잘 모르겠고, 무슨 일을 저질러낼지 궁금하면서 두렵다.


단호박도, 애호박도 아닌 '밤 호박'로 자신을 은유하신 제주 선생님.
눌려있던 어린 날이 지금의 '퍽퍽하고 답답한' 밤 호박같은 자신을 만든 것 같다고 나눠주셨는데,
그녀에게선 오히려 속이 꽉 찬 단단함과 야무진 주관을 느낄 수 있었다.
바라건대 내가 무슨 일을 저질러낼지 궁금하고 두려울수록
가지고 있는 것들을 스스로에게 온전히 내보이시기를.
그것이 자라다 죽어버리든,
자라지도 못하고 썩어버리든,
혹은 남들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미약하게 자라나든,
내 안의 것을 꺼내어 하나씩 과감히 표현해 보는 것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고 온전한 자신을 이해하는 첫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나는 옷가게 거울이다.
옷가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단숨에 옷 값을 지불해버릴 만큼 예뻐보이지만
집에서 다시 입어보면 그저 평범한 모습이기 때문.

밖에선
그럴듯하게 멋진 모습으로 또각거리며 걷지만
집에 돌아오면
찌질한 본연의 자아로 돌아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상처받고, 쥐어뜯고, 벌벌 떠는 나.

밖에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마구 덤비고 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면
부끄러웠던 내 모습에 이불을 킥! 차버리며 벌떡 일어나 무릎에 얼굴을 묻고 포효하는 나.

이런 우리의 찌질한 본성을 '옷가게 거울'로 은유하여 표현해주신 선생님,
(아. 정말이지 너무 천재적인거 아니예요?)
온 좌중이 빵. 터지며 200% 공감했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벅벅 긁어주었던 은유.



4. 나는 구멍난 풍선입니다.

나는 구멍난 풍선. 그렇지만 펑 터져버리지 않은 풍선.
바람을 채워도 채워도 내 안의 허전함을 채울 수 없다.
풍선 안에는 내가 있다.
나는 풍선에 난 구멍을 통해 빼꼼히 눈을 열고 바깥을 내다본다.
구멍을 통해 눈을 깜빡이면서
이 구멍을 막아주고 비로소 나의 내면을 가득 채워지게 할 그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다.
쉴 새 없이 바람이 빠져나가는 이 구멍을 과연 그 무엇이 막아줄 수 있을까?
나의 허한 내면을 과연 그 누가 채워줄 수 있을까?



5. 나는 닦지 않은 거울입니다.
나는 현재 닦지 않은 거울처럼 뿌옇게 흐려진 상태다.
방학인데도 아침 6시에 일어나 직무연수 강의를 운영하고 쉴 새 없이 달려오느라 피로감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하여, 나의 내면을 비추어 볼 힘이 없다. 비추어도 흐릿한 것만 보일 뿐이다.

거울에 나의 외면을 비추어보듯 은유거울에 나의 내면을 비추어보지만
닦지 않아 뿌옇게 더러워진 거울엔 그 무엇을 비추어도 흐릿한 것만 보일 뿐이다.
마지막 발표였던 이 '흐릿한 거울'로 인해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내 내면의 거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에 마음을 모았다.

내면의 거울을 흐리게 하는 주범,
피로감, 왜곡된 자아인식으로 인한 열등감, 비교의식, 자만과 편견.

이러한 것들로 인해 내 내면의 거울이 뿌옆게 흐려지면,
그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비추어보는 우리 아이들 역시 흐릿한 상을 바라보게 된다.

나의 내면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더러워진 손자국을 깨끗히 닦는 것부터
올 한해의 준비를 시작해야 하겠다.
그 깨끗히 닦인 거울에 또렷하게 비추어질 그 자신과
그를 바라보며 자신을 비추어나갈 스무명 남짓의 아이들을
올해도 다시 한 번 기대하며...



서로의 영혼이 맞닿았을 때 생겨나는 공명의 순간,
온전히 몰입하여 한 사람의 내면과 만날 수 있는 짧은 순간.
그 순간의 이야기들을 모으는 시간.
귀한 분들과 만나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또 그것에 내 가슴이 이렇게 반응한다는 것이
내게 강의라는 이름으로 귀한 분들을 만나는 가장 행복한 이유다.

직무 연수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내려오셨던 분께서
내게서 진정성과 진심이 느껴졌기에 오늘의 강의가 더없이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좌중 앞에 자신을 솔직하게, 또 진솔하게 내어놓기로 용기내는 것.
내가 아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나 또한 오늘 귀한 분들이 들려주신 은유거울의 이 진실함과 진솔함에
깊이 고개숙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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