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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an 10. 2018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 두번째 만남의 이야기

달달한 작당 온돌방에 둘러앉아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4-5명이 앉으면 꽉 들어차는 공간에 장장 여덟 명의 성인 여성이 무릎을 맞대고 옹기종기 앉아서
그야말로 '열탕에 들어앉은 듯' 뜨겁게 몸과 맘을 지지며 장장 다섯 시간을 울다가 웃었다.

교육자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각자 교실에서 물살을 거슬러 고군분투 해 온 시간에 대한 경애와
자발적으로 함께하는 지속적이고 실제적인 연구에 대한 목마름의 해갈,
삶의 본질을 이루는 철학적 고민을 끌어안고 씨름하는 자들로서 느끼는 공감과 신의,
그림책이 이끌어내는 따뜻한 정서적 유대.
이런 뜨뜻한 것들이 마구 올라와
작당 문을 열고 나와 겨울오후의 매서운 한파 바람을 쐬는데,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불려 묵은 고민을 한바탕 해소하고서 욕탕 밖으로 나온 것 처럼
머리카락 끝까지 말끔해진 기분이 들더라.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는 단순한 그림책친목모임이 아닌 창작하는 삶을 추구하는 교육자들의 자발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오늘의 자리는 연구원 전원이 모여 이를 위한 단단한 방향성을 확립하고 꾸준히 지속할 장기적인 계획을 확립하는 것이 주 관건이었다.

우리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는 몇 해 동안 내가 끌어안고 고민하고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끌어안고 분투하다못해 고민의 잔이 왈칵 넘쳐날때마다 나는 내가 신뢰하는 이들을 다짜고짜 붙잡고 불쑥 묻기도 했다.

"저, 그래서 말인데요, 교육이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대가 교육 현장의 최전선, 공교육의 교단에 선다면 대체 어떤 것을 교육하시겠어요?"

그렇게 구했던 혜안과 내 안에 울림을 주었던 성찰들을 정리(하자면 또 글이 왕창 길어지므로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어두고...) 큰 줄기의 맥락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자기 이해와 자기 발견
-있는 그대로의 온전한 '나'를 알고 내면의 잠재력을 발현하도록 돕는 것.

2) 세계에 대한 성찰
-죽음, 사랑, 배움 등 삶의 본질을 이루는 철학적 고민을 품고 스스로 세계를 성찰해나가도록 돕는 것.

3) 나와 세계의 소통과 나눔
-스스로 삶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나가며 이를 통해 발견한 것들을 표현하고 주변과 나누도록 하는 것.                                                                                                         


교육자로서 품었던 고민들을 장장 쏟아내면서 나는 우리의 그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결국 이 세가지의 큰 줄기로 유목화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일 년간의 연구 계획을 가지고 위의 세가지 커다란 맥락을 가지고 진행할 것이며 언어 표현, 시각적 표현, 복합문식, 교육연극, 심리상담, 하부르타, 논어 등 각자가 주력하고 있는 연구 주제를 토대로 창작에 대한 구체적인 성찰과 실천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먹고 마시고 사랑할 것이다.ㅎㅎ 아래의 뱅쇼는 정말 추천!
달작에서 그림책 딴 감각적인 네이밍의 음료들을 시키시면 요렇게나 아름다운 것들이 나옵니다!

(감자그라탕도 정말 맛있었어요! 달작 대표님께서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한나절 내내 여덟 명의 여인이 뜨끈한 아랫목에 들어앉아 웃다가 울다가 뿜다가 하는데 눈물콧물 닦으면서 하라고 티슈도 가져다 주시고.ㅎㅎ 정말 감사했답니다.)

그리고 사부작 사부작 쉴새없는 우리의 

메모, 또 메모...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에 대한 소식을 온라인 상에 오픈하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하길 원한다는 말씀 전해주셨다. 우리는 탄탄한 내실을 다져나가면서 어떻게 외연을 확장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의논해야 했다.

연구팀은 일 년간의 연구 계획을 가지고 2주일에 한 번, 비가오나 눈이오나 전원이 모여서 연구를 지속할 예정에 있으므로 매 모임때마다 새로운 분들을 초청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연구와 나눔, 두 트랙의 방향성을 택했다.

우리는 한달에 한 번, 연구팀의 탄탄한 연구와 자료를 토대로 #좋아서하는그림책나눔 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는 그림책을 사랑하고 우리가 가진 화두에 대해 공감하는 분들이라면 직업과 연령과 지역을 불문하고 누구든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2월 중으로 예정된 이 모임에 대한 사전 안내를 공지해드릴 계획입니다)


한나절을 그렇게 쏟아내고 허기가 진 우리는 콰트로 치즈가 몹시도 지나치게 풍성한 자태로 살아있었던 화덕피자와(츄릅) 파스타를 나누며 먹고 마시고 사랑했다.
삶을 나누면 나눌수록 우리는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몹시도 지독하게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프로행동러'라는 사실에 경탄(혹은 경악.ㅎㅎ)했다.

지난해 12월 동부교육청에서 만나뵈었던 한 선생님께 동대문구의 몇 기관들을 추천받았다. #덮으면서다시시작하는그림책 의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만원의 행복'이 차곡차곡 모아졌는데 그 돈으로 지역사회 다문화어린이들을 도울 것이라 말씀 드리고 추천을 부탁드렸던 것이다. 그때 선생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주변에 '하고싶다', '관심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하고있다', '이렇게 해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못봤다. 그래서 나는 현아샘이 정말 신선하다."

같은 고민에 머물러있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그걸 용감하고 뚜렷하게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려 하는 것.


가진 재주는 그것 뿐인 나인데,


오늘 이렇게 나보다 더한 실천가이자 프로행동러인 이들을 만나

머리와 무릎을 서로 맞대고 앉아있자니


너무나 반갑고 믿음직하고 든든했다는 것.



이것이 오늘의 모임을 닫는 나의 가장 진솔한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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