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대다수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에 대한 반론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의 하나 중의 하나는 아래와 같다.
공동창업자의 지분은 어떻게 나눠야 하나요?
참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이다. 그 동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수 많은 행사와 IR을 지켜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 질문이기도 하고, 가장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 동안 답은 대충 아래와 같다.
창업자 중의 한 명(대부분 CEO)이 대부분의 지분의 가지고 있는게 좋다. 공동창업자에게는 소수의 지분을 배분하고 주주간 계약서를 써라. 시리즈A 펀딩을 받을 때도 CEO의 지분이 50%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주주구성에 신경쓰는게 좋다.
물론 이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뭔가 찜찜함이 아음 속 한 켠에 남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가 반론을 제기했다. 요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공동 창업자의 지분은 균등하게 분배될수록 좋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공동창업자간 지분 배분과 관련해서 불균등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논리는 무엇일까? 대부분은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1년 이내)의 할 일을 근거로 이런 불균등 배분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논리는 아래와 같다.
* 내가 이 스타트업의 아이템을 제안했다
* 나는 다른 공동창업자에 비해 수 개월 전에 이미 일을 시작했다
* 불균등한 지분 배분에 대해 공동창업자끼리 이미 합의했다
* 다른 공동창업자는 수 개월 동안 월급을 받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며 희생해 왔다
* 나는 다른 공동창업자가 본격적으로 결합하기 전에 수개월 동안 풀타임으로 일을 해왔다
* 나는 다른 공동창업자에 비해 나이도 많고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 내가 시드 머니를 유치한 후에 공동창업자를 데리고 왔다
* 내가 초창기 제품(MVP)를 만든 후에 공동창업자를 데리고 왔다
* 공동창업자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은 무척 낮다. 모든 창업자들은 자신이 생각한 아이템의 대박 신화를 꿈꾸지만, 현실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그 수가 많지 않다. 인수합병(M&A), IPO 또는 매출이 정말 많이 나는 단계에 진입해야 내가 가진 지분이 의미를 가지는데, 결국 스타트업은 초기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Execution)이 가장 큰 문제이고, 공동창업자의 지분도 이런 의미에서 생각해야 한다.
스타트업 초창기(1년 이내)에 공동창업자가 어떤 역할/기여를 할 것인지를 두고 더 중요한 기간(2~7년)의 역할을 배제한채 지분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며, 그 실패를 알면서도 뛰어드는 공동창업자에게는 더 많은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실패한 스타트업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공동창업자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하는게 낫다.(그럼에도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
투자자는 창업자가 공동창업자에게 얼마만큼의 지분을 배분했는지를 공동창업자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척도로 생각한다. 투자자는 창업자뿐만 아니라 팀의 능력에 관심이 많은데, 공동창업자에게 지분이 별로 없으면 팀의 능력을 높게 보지 않는다.
스타트업에게 요구한 MVP,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력과 관련된 것이다. 훌륭한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빨리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선하는게 중요하며, 이 모든 것은 창업 후 1년 이후의 일이다. 이 단계에서는 창업자 혼자 할 수 없으며 공동창업자들의 기여가 필수적이며, 이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물론 모든 사람이 공동 창업자 간에 지분을 균등하게 나누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 논리에 전쟁(?)을 선포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창업자 중 한 명이 압도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너무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것에 반론이라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지분을 균등하게 나눈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창업자 수만큼 1/N으로 나누는 것은 정답은 아니겠지만..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압도적인 지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역할과 성과에 따라 충분히 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공동창업자는 처음에 함께 시작한 사람이라는 편협(?)한 생각은 버리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을 꼬시는 방법으로 스톡옵션뿐만 아니라 창업자 지분을 나눠줄 수 있는 각오는 해야하지 않을까?
물론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공동창업자 반열(?)에 오를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지분을 나눠주고 근무 연수와 마일스톤에 따라 지분이 Vesting되는 방법으로 주주간 계약서를 쓰는 방법이 있을 듯 하다.
덧1>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투자자(내가 만난본 VC)는 지분이 분산되는걸 원치 않더라. 대주주 1~2명과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한다는게 숨은 의미가 아닐까? 창업자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한 대목이다.
덧2>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듯이, YC가 자신의 미디어인 Macro를 만들었다. 액셀러레이터가 자신의 미디어를 통해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미인데..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드는 방식이다. 벤처스퀘어는 내년에 액셀러레이션과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인데.. 이 방식을 참고할 예정이다.
http://themacro.com/articles/2015/12/splitting-equity-among-foun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