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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민의 노예 Mar 02. 2023

공공기관 채용 게시판

1. 내가 과연 이 친구를 뽑아도 될까?(서류 심사)

인사팀장으로 있으면, 다른 기관의 서류 및 면접심사를 자주 나간다. 심사하러 가는 길은 언제나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한다.

누군가의 앞날을 내 손으로 정해야 한다는 두려움. 과연 내가 그 사람을 잘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반대로,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 경험할 수 있다는 설레임, 내가 알지 못했던 분야게 대해 공부하면서 나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설레임.


심사장에 가면 항상 바쁘다. 채용정보는 미리 찾아보고 갈 수 있지만,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정책으로 인해 미리 심사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빠르게 서류부터 훑는다.     

나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름도, 성별도, 학교명도 알 수 없다. 오로지, 경력과, 교육사항, 그리고 자기소개서.


내가 주로 심사를 가는 기관은 대부분 빠르게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직원을 뽑아야 한다. 때문에 지원서 앞장의 경력 사항부터 쭉 훑는다.     

오 이 사람은 관련 경력이 있네. 매우 좋아.

이 사람은 경력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뽑는 직급의 연봉에 만족할 수 있을까? 상급자보다 경력이 많은 것 같은데,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이 사람은 이렇게 많은 회사를 짧은 기간동안 옮겨 다녔네.. 여기도 얼마 안 있다가 나가면 어떻하지?

이 사람은 경력이 전혀 없네.. 자소서를 더 꼼꼼히 읽어봐야지...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다음은 자소서를 열심히 읽어야지. 얼마나 요구하는 항목을 잘 파악했고, 잘 기술했는 지 볼까?

앗.. 처음부터 의미없는 자소서가 걸리고 만다. 자소서 5개 항목을 다 붙여넣기 한 지원자가 있다. 처음에는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매우’ 고맙다. 읽을 거 많은데, 이런 사람은 그냥 건너뛰면 된다. 

성의없는 자소서도 참 천태만상이다. 알파벳이나 똑같은 한글을 그냥 쭈욱~~~ 붙여 넣기 하는 자소서, 아예 다른 기관명이 써 있는 자소서, ‘블라인드 따위 알빠임?’ 이름부터 나오는 자소서, 한 줄씩 쓰고 끝나는 자소서, 쓰다만 자소서...

물론 왜 그런지는 안다. 지원실적만 있으면 되는 사람, 나중에 수정하려고 했다가 잊은 사람, 쓰다가 지원의사가 없어진 사람.. 어쩌겠는가. 고맙게 넘어가면 되지^^ 

   

보통 100명 이상의 자소서를 읽다 보면, 다 비슷한 느낌이 든다. 특히 신입직원의 경우는 거의 복사+붙여넣기 수준의 글이 많다.

지원동기는 기관 홈페이지에서 기관장의 인사말에 살을 붙여서 ‘이런 역할을 하는 기관에 관심있어서 지원했습니다.’ 또는 ‘어렸을 때 무슨 일을 겪은 다음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등이 70%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갈등상황은 대부분이 팀플이 주제다. 그런데 또 모두가 자기가 희생해서 해결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팀플에서의 무임승차자나 빌런들은 아무도 기관에 지원을 안하는 것인가? 이렇게 자기희생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들만 많은데 도대체 무임승차 문제는 왜 생기는가? 의문이 든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 얼마나 대단한 경험이 있겠으며, 얼마나 인생의 고난과 역경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분명히 인생을 곱씹어 보면 많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아리 활동, 친구들과의 여행, 아르바이트, 집안의 문제, 사는 곳에서의 사건 등. 무임승차자를 해결한 팀플보다 더 좋은 경험은 분명히 있다. 최근 1년 이내에 기억에 남았던 것이, 친구와 해외여행 갔을 때의 사례를 풀어 쓴 지원자를 본 적이 있다.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굉장히 흥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본인이 심사위원 입장이라고 생각을 해 보라. 많게는 300개의 자소서를 읽어야 되는데, 심사위원도 지친다. 특별할 거 없이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읽고 있다보면 눈은 침침해지고, 머리는 마비된다. 그 중 가뭄의 단비같은 글을 읽으면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있는 얘기도 중요하지만, 역시 알맹이가 제일 중요할 것이다.     


[나의 팁]

지원동기: 저의 이런 경력, 경험, 장점이 채용직무에서 어떠어떠하게 장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관이 수행하는 어떤 사업이 국가에서 어떤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저의 이런 부분이 해당 사업에서 어떻게 기여될 것이고, 사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갈등해결: 갈등해결의 포인트는 어떤 상황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함으로써 어떻게 해결했다가 포인트입니다. 본인이 주체적으로 중요한 역할수행·아이디어를 제시해서 실제로 개선된 사례, 실질적 성과 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단점: 오 마이 갓! 저는 여러분 성격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습니다. 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저의 어떤 장점이 지원업무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지를 알고 싶어요. 어떤 단점이 있었는데, 이것을 고침으로써 어떤 성과가 있었는 지를 알고 싶어요. 그래야 입사해서 업무 관련한 본인의 단점을 성과로 승화시킬 수가 있거든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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