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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민의 노예 Mar 06. 2023

공공기관 채용 게시판

2. 내가 과연 이 친구를 뽑아도 될까?(서류심사: 무경력자의 자소서)

서류심사를 하다보면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무경력자들이다. 


공공기관 채용심사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원한다.

해당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직원, 다른 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직원, 사기업에서 근무하던 직원, 다른 기관에서 더 좋은 근로조건을 보고 지원하는 직원... 그런 사람들 사이에 껴있는 무경력자들은 많이 안타깝다. 


솔직히 말해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무경력자들을 뽑을 이유가 없다. 전의 글에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작은 기관들은 당장 업무에 투입될 인재가 필요하다. 경력자들이 저렇게 많이 지원했는데 무경력자들이 눈에 찰 리가 없다.      

‘그럼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라고 반문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정말 신입을 키울 수 있는 공기업 같은 큰 기관을 지원하든지, 비정규직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공기업에 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전체 구직자의 몇 %나 될까? 감히 1%도 안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많은 공모전에 입사하고, 외국어 시험 만점에, 회화능력에, 자격증이 엄청나게 많으면서도 자기소개서도 잘쓰고 면접도 잘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신의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그런 루트를 탈 수 없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고, 정원 50명의 작은 공공기관에서 인턴부터 시작했다. 인턴 때 열심히 했는지 계약직으로 전환되었고, 무기계약직이 되었으며, 정규직으로의 이직을 성공했다. 물론 지금과는 대내외적인 환경이 다르다. 경험자로서 하고싶은 말은 필요한 경우 비정규직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보수정권의 정부에 살고 있다. 해당 정부가 일을 잘 하는 지, 못하는 지는 구직자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보수정권은 작은정부를 지향할 수 밖에 없고, 그런 기조는 결국 공공기관의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22년 12월에 공공기관 정원 1만2000명 감축이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구직자들은 취업 전략을 바꿔야 한다.      

과거 진보정권이 들어서고 블라인드 채용이 정해졌을 때 불만인 사람들이 없었겠는가? 기존에 절대적이라고 여겨졌던 학벌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그 즉시 그들은 새로운 자격증, NCS 시험 등을 준비하여 변화된 취업시장에 대응했다. 

모든 정책은 명과암이 있다. 어두운 부분에 집착해서는 절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취업전략을 바꾸는 것도 검토해 보길 바란다.     


그렇다면, 무경력자들은 어떻게 해야 그나마 서류에서 탈락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① 갈등해결 상황은 구체적인 본인의 역할과 중요한 포인트를 볼 수 있게 작성하자.

무경력자들은 자소서를 읽어보면, 어떻게 해서든 칸은 채웠는데, 이게 진짜일까 싶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갈등을 해결한 경험’을 적는다고 해보자. 무경력자들은 회사에서의 갈등해결을 적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짜내고 짜내서 아르바이트에서의 경험을 적어보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진상 손님이 왔는데, 원하는 물건을 직접 찾아주고, 잘 대응해서 별일 없이 끝났습니다.’라고 적었을 경우, 심사위원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까? 내가 저런 것을 읽고 처음 드는 생각은 딱 두가지다. 1) 재미없다. 2) 그냥 지어낸 것 같은데... 

팀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팀프로젝트를 했는데, 갑자기 팀원 중 한명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 갈등이 심해졌는데, 제가 중간에서 대립되는 아이디어를 중재하는 안을 제시하여 해결했습니다.’ 역시 재미없다, 지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구체적인 사례와, 자신의 정확한 역할, 어떤 성과가 있었는 지를 잘 적어주는 것이 좋다. 

팀플을 예로 들어보자. ‘사회조사분석론 과목에서 블라인드 채용 정책이 실제 능력있는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팀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진행 중에 설문조사 대상에 대한 팀원 간 이견이 있었습니다. 한 팀원은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하자. 한 팀원은 채용 부서의 팀원을 대상으로 하자는 의견대립이 있었습니다. 저는 팀장으로서, 채용 부서의 팀원의 경우는 실제 채용 부서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사대상자 선정이 어려우며, 조사대상의 범위가 넓어 설문회수률이 낮을 것을 이유로 들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하자고 설득하였습니다. 또한, 메인조사는 인사담당자로 하되, 다양한 사례분석을 위해 조를 나누어 협조가 가능한 기관을 몇 군데 추출하여, 별첨으로 채용 부서의 팀원 결과도 첨부해보자고 의견을 내, 원활하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해당 과목에서 팀원 모두 A+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식으로 적으면 좋을 것 같다.      

저 글에서의 장점은 이것이다. 1) 실제 있었던 일 같다. 2) 본인이 결정하는 데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했다.(조사대상 특정성, 회수율 고려), 3) 추가 대안까지 제시함으로써 반대 의견까지 아울렀다., 4) 그로 인한 성과까지 있었다.(A+)

(그렇다고 이대로 베껴서 적는 구직자는 없길 바란다.)     


② 장단점을 채용직무와 연계해서 적자

무경력자들은 자소서를 적기가 참 어렵다. 갈등 상황도 고만고만하고, 장단점도 딱히 없는 것같다. 몬가 적긴적어야 하겠는데, 대충 꾸며서 적어볼까....

어차피 사람 성격은 거기서 거기고, 모두가 이런 면, 저런 면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장단점의 경우 다 비슷하다. ‘일을 하는 속도가 느린게 단점이지만, 덕분에 일을 꼼꼼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성격이 급한게 단점인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번 더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재미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백개의 자소서를 보는데, 이런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오면 관심이 가지 않는다. 

나라면 ‘일을 너무 꼼꼼하게 해서 모든 의문이 풀릴 때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 단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격이 장점으로 작용한 적이 있습니다.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창고와 매대의 바나나 수량이 목록이랑 맞지 않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매니저님은 어차피 마트는 로스율이 있어서 몇 개 없어진거는 괜찮아라고 하셨지만, 저는 철저한 관리가 있다면 이렇게 수량이 안맞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매장 전체를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매대 밑의 공간에 바나나가 떨어져서 썩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매니저님께서는 시간이 더 지났을 경우, 악취 등 위생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는 일이라며, 저를 칭찬해 줬습니다. 제가 귀 기관에 입사하게 된다면 법제 업무를 수행하게 될 텐데, 관련 상위법의 위반여부 검토, 다른 제규정과의 충돌여부 등을 검토하는 데 있어 실수가 없도록 일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적을 수 있을 것이다.(필자는 마트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는 않았다.)     

그냥 적는 것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채용직무와 연계해서 적는다면, 그나마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머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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